글이 막히고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질 때, 여행은 글문을 열어주는 강력한 열쇠가 된다. 여행은 단순한 풍경 감상이 아니라, 새로운 장소와 경험 속에서 얻는 깨달음과 감동의 연속이다. 낯선 곳에서 마주한 순간들은 글로 풀어내기에 더없이 좋은 재료가 된다.
몇 달 전, 미국 내 국립공원들을 여행하며 이런 경험을 했다. 글레이셔 국립공원의 끝없이 펼쳐진 빙하와 옐로스톤의 원시적 자연은 내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외감을 선사했다. 러쉬모어 산과 크레이지 호스 기념비 앞에 섰을 때는 인간이 만들어낸 역사와 자연의 위대함이 교차하며 묘한 감정이 밀려왔다. 또 데블스 타워에서 느꼈던 고요함은 내 내면의 소음을 잠재우고 새로운 영감을 일깨워주었다. 이러한 경험은 집에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았을 때, 자연스럽게 글의 문을 열어주었다.
여행은 글을 위한 거대한 창고와 같다. 워터톤 국립공원의 맑은 호수에 비친 나를 보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클러스터 주립공원의 황홀한 일몰은 시간의 흐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런 장소에서의 깨달음은 글에 진정성을 부여하고,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글을 쓰기 위해 굳이 먼 곳으로 떠날 필요는 없지만, 새로운 환경이 주는 신선함은 글쓰기의 막힌 문을 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글을 쓸 때 우리는 종종 일상의 반복 속에서 머물러 있다. 그러나 여행은 익숙함을 떠나 낯선 것들과 조우하게 만든다. 낯선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그곳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여행 중 만난 한 나이 든 등산객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길 위에서 얻는 깨달음은 그 어떤 책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의 말처럼, 길 위에서 얻은 경험은 다시 책상 앞에서 새로운 이야기로 태어난다.
여행은 글문을 여는 명약이다. 고요한 호수에서의 사색, 웅장한 산맥에서 느낀 겸손함, 그리고 낯선 도시에서의 설렘이 모두 글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낯선 곳에서 얻은 감동은 우리 삶에 깊이 새겨지고, 그 감동이 곧 글의 원천이 된다. 여행이란 삶이라는 책의 새로운 장을 여는 열쇠이자, 글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가장 좋은 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