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는 숨을 삼키며
잔잔한 품을 열어 두고
바람은 등을 낮추어
흐르듯 머문다.
다섯 개의 흰 그림자들
물 위에 떠돌다
어디로도 가지 않은 채
호숫가에 내려앉는다
흩어질 듯 모이고
머물 듯 흐르며
깃털 한 올 떨구지 않고
고요를 짓는다.
바람이 불어도 젖지 않고
햇살이 내려도 타지 않는
흔들리지 않는 평화
호수는 그들을 안고
물결 속으로 삼키지만
그들은 끝내
어디에도 젖지 않는다.
<<시작 노트>>
호수 위를 떠다니는 다섯 마리의 백조들은 마치 흰 그림자처럼 물결 위에 부유한다. 그들은 바람을 타고 유유히 흐르지만, 흔들리면서도 결코 물에 잠기지 않는다. 낮은 구름이 드리운 듯한 그들의 존재는 호수에 닿아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 위를 떠 있는 듯하다.
백조들은 움직이지만 멈추어 있고, 머물지만 떠난다. 호수는 그들을 감싸 안으려 하지만, 그들은 물과 하나 되지 않는다.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유영하는 모습은 마치 세상의 소란과 무관한 듯 보이지만,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미묘한 떨림이 전해진다. 그 떨림은 어쩌면 우리가 보는 평화가 완전한 정적이 아니라, 부드러운 흔들림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임을 암시한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호숫가로 되돌아와 날개를 접고 쉰다. 긴 여행 끝에 도달한 안식의 순간, 백조들은 마치 자신들의 길을 모두 알고 있었다는 듯 조용히 자리 잡는다. 떠도는 것과 돌아오는 것, 흩어지는 것과 모이는 것, 부유하는 것과 쉬는 것—이 모든 상반된 요소들이 공존하는 순간, 백조들은 오히려 완전한 평화를 이루고 있다.
이 시에서는 백조들의 움직임과 고요함, 떠돌면서도 정착하는 모습 속에서 자연의 이치를 발견하고자 한다. 우리가 평화라고 여기는 것은 정적이 아니라, 끊임없는 흐름 속에서 이루어진 조화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