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결한 입술, 깨끗한 마음

by lee nam

고난주간이 다가오면 마음이 자연스럽게 조용해진다. 평소에는 빠르게 흘러가던 생각들이 속도를 늦추고, 일상의 소음도 한 걸음 물러서는 듯하다. 그분께서 걸어가신 마지막 길을 떠올리면, 나의 삶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특히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던 장면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더러운 부분을 손수 씻기시는 모습은 섬김의 의미를 넘어, 인간을 향한 깊은 사랑의 표현이었다. 그 장면을 묵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내 안으로 향한다. 나 역시 그분 앞에 서 있다면 씻겨야 할 곳은 어디일까. 겉으로 드러난 모습보다 더 깊은 곳, 바로 입술과 마음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입술은 작고 보잘것없는 부분처럼 보이지만, 그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한마디 말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하루 동안 무심코 내뱉은 말들을 떠올려 보면, 필요 이상으로 날카로웠던 표현이나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내어놓은 말들이 적지 않다. 말은 사라지는 것 같지만, 듣는 이의 마음에는 오래 남는다. 그래서 입술은 단순한 기관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드러내는 통로처럼 느껴진다. 이사야 선지자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입술이 부정하다고 고백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말이 곧 자신의 내면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부정함을 감추기보다 드러내는 용기를 가졌다.


  마음 또한 조용히 더러워진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 쉽게 방치되고,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쌓여간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이유 없이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고, 작은 오해가 시간이 지나며 더 큰 감정으로 번지기도 한다. 겉으로는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판단과 비교, 서운함과 기대가 뒤섞여 복잡해진다. 이런 마음의 상태는 결국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입술과 마음은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하나가 흐려지면 다른 하나도 영향을 받는다. 마음이 정결하지 않으면 말도 정결할 수 없고, 말이 거칠어지면 마음 또한 점점 굳어간다. 고난주간에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은 결국 이 보이지 않는 내면까지 살피는 일일 것이다.


  이사야가 경험한 정결의 장면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선다. 제단의 숯불이 그의 입술에 닿는 순간, 그는 자신의 부정함을 인식하고 동시에 정결함을 입게 된다. 그 과정은 결코 편안한 경험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뜨거운 숯이 닿는 순간의 자극처럼, 자신의 내면을 직면하는 일 역시 어느 정도의 불편과 통증을 동반한다. 그러나 바로 그 과정을 통해 변화가 시작된다. 깨끗해진다는 것은 단번에 이루어지는 결과라기보다, 자신을 비추어 보고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이루어지는 일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내 입술과 마음을 돌아보며,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시간이 필요함을 느낀다.


  고난주간은 나를 다시 세워보는 시간이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것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사랑의 본질을 보여주신 사건이었다. 그 사랑을 기억하며 나 또한 내 삶을 돌아본다. 오늘 내가 내뱉는 말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내 마음은 어떤 상태에 머물러 있는지를 조용히 살핀다. 완전해지려는 조급함보다, 조금씩 정결해져 가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정결한 입술과 깨끗한 마음은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목표가 아니라, 매일의 선택 속에서 조금씩 다듬어지는 삶의 태도일 것이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그 길 위에서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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