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다르다.
지난 10월 3일에 본산 기도 도량에 다녀왔다. 신령님들께 술을 올리고 인사를 드리며 내려오는데 마고할머니 기도당에 들어갔다. 그곳엔 탱화가 없고 바위와 제단만 있었다. 쓰고 보니 사진이 없다. 다음에 가면 찍어와야지.
*탱화 : 종이나 천에 신을 그린 그림
들어가니 할머니께서 흰 한복을 입으시고 바위에 옆으로 살짝 기대어 계셨다. 옛날 사극에서 보던 대비마마 같은 느낌이었다. 호칭은 할머니지만 그렇게 늙은 모습은 아니었다. 살짝 미소를 머금은 얼굴 표정에서 나를 반겨주시는 느낌이 들었다.
술을 올리며 인사를 드리고 절을 한 뒤 기도당을 나가는데 신할머니께서 여기에 탱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덧붙이시기를, 저기 앉아 계시지만 그래도 그림을 눈으로 보는 거랑은 느낌이 다르다고 하셨다.
순간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아! 나만 본 게 아니구나!'
이어서 인사를 올리며 산을 내려가는데 장군당에 도착했다. 장군당은 야외에 있는데 제단 뒤에는 높진 않지만 가파른 바위 절벽이 있었다. 높이가 눈짐작으로 10m는 되어 보였다.
신어머니와 나란히 서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드렸다. 나는 순간 절벽 위쪽을 쳐다봤는데 그 끝에 장군님께서 위풍당당하게 서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계셨다. 나는 장군님을 바라보느라 머리를 위쪽으로 치켜들고 있었다. 그러다 옆에 신어머니를 봤는데 신어머니도 나처럼 고개를 위로 들고 절벽 끝을 바라보고 기도하고 계셨다.
기도를 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내심 신이 났다.
'나도 이제 뭔가가 보이는구나!'
그런데 '보인다'는 것이 내가 생각한 느낌의 보인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나는 정말 선명하고 또렷하게 눈으로 물체를 보듯이 보일 줄 알았다. 막상 내가 느껴 본 결과, 눈으로 본다기보다 머리로 본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머릿속에 이미지로 보이는 느낌! 이 느낌을 말로 설명을 못하겠다.
이 또한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나도 나중에 더 눈이 뜨이고 영이 뜨이면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지금의 나는 무당으로서 아무것도 모르고 너무나 막연했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나도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한 걸음씩 성장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