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모음

반려견 양육 시 의견충돌

by 예일맨

"반려견 때문에 양육자 간에 다투는 일이 생길 수 있어요"


땅콩이를 입양하기 위해 반려마루(화성)에 갔을 때 훈련사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저를 포함한 가족들 모두 기쁨에 취해 들떠있는데 초 치는 소리를 하십니다.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으며 대답했지만 속마음은 달랐습니다. '아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수의사이고, 아빠이고, 가장인데... 감히 내 양육법에 반하는 무엄한 사람이 있을고...'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생각해 보니, 아이를 양육할 때와 비슷할 것도 같습니다. 아빠와 엄마의 육아 방향이 달라서 싸우는 경우가 있으니, 반려견을 키우면서도 싸우지는 않더라도 분명히 의견 충돌이 있을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초장에 기강을 단단히 잡기로 결심합니다. 엄격하고 근엄하게 아내와 아이 앞에서 선포합니다.


"당분간 누구도 수의사인 내 허락 없이는 땅콩이에게 사료 외 다른 간식을 주지 말 것!"

"사료는 반드시 하루에 딱 두 번만,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을 줘야 한다는 것을 명심할 것!"


아직 어린 월령의 강아지이기 때문에 입양센터에서 주었던 동일한 사료를 가급적 비슷한 시간에 줘서 변화된 환경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간식으로 인한 알러지나 소화 기능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강하게 제 주장을 폈습니다. 다행히 가족들은 이내 저의 말에 수긍하는 듯 보였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저의 통치는 삼일천하였습니다.


아침 7시경, 일어나자마자 아내는 땅콩이가 배고플 것 같다며 "사료를 주라고" 저를 압박하기 시작합니다. 아이도 옆에서 거듭니다. 입양센터에서는 오전 10시, 오후 5시 두 번 사료를 줬는데 우리 가족은 9시쯤이면 집에서 모두 나가니 조금 당겨서 오전 8시 30분과 오후 4시 30분경에 주기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아내와 아이는 땅콩이가 오후 4시에 먹고 안 먹었으니 얼마나 배가 고프겠냐며 감정에 호소합니다.

아침 7시에 주면 (7시간 간격으로 밥을 준다고 했을 때) 오후 2시에 줘야 하는데 그 시간에 누가 줄 수 있냐고, 내가 출근하게 되면 오후 5시경에 주는 것도 힘들 텐데 앞으로 적응 문제를 생각했을 때 이 정도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겨우겨우 가족들을 설득합니다. 이후에도 며칠 동안 이 문제로 의견 충돌이 일어납니다. 다행히 제 의견대로 따르기로 했지만 쉽지 않은 토론의 과정을 겪게 됩니다.


아내는 반려견 훈련에 관심이 많습니다.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많이 찾아봅니다. 게다가 직업도 어린아이를 훈련하고 연습시키는 일이니 유사한 면도 없지 않습니다. 땅콩이가 오자마자 미리 사둔 육포간식을 가지고 이런저런 훈련을 시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간식 주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는 훈련의 빈도가 잦아질수록 간식의 양이 많아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콩알만 한 간식을 한 번에 다 주지 말고 아주 잘게 조각 내서 주라고 잔소리를 하게 됩니다. 아내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반려견을 키울 때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데 너무 본인 생각만 고집하고 잔소리를 한다고 불만이 많습니다. 아내 말이 맞습니다. 잔소리는 좀 줄여야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저는 아내가 간식을 너무 많이 준다고 생각합니다. 의견 조율하기 참 어렵습니다.


아내는 땅콩이에게 뭔가 자꾸 주고 싶어 합니다. 과일이나 밤, 고구마 같은 간식을 먹을 때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것 개가 먹어도 되는지 검색해 보자고...' 생각보다 먹어도 되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집에서 자주 먹는 사과와 당근은 이제 땅콩이가 좋아하는 간식이 되었습니다. 평상시 잘 먹지도 못하고, 있다고 해도 까기 어려워서 잘 먹지도 않는 밤을 땅콩이는 자주 맛봅니다. 참 복 받은 강아지입니다.


밤이나 고구마 같은 간식은 색소나 방부제 같은 인공 합성 물질이 없으니 아내가 수시로 줘도 그다지 심하게 제한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정이 많은 아내와 식탐 많은 땅콩이가 만나니 시너지 효과를 발합니다. 고구마를 잔뜩 삶은 아내는 식탁에 앉아서 본인도 먹고, 땅콩이도 줍니다. 거부하지 않는 땅콩이가 예뻐서 그런지 계속 조금씩 떼어줍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합쳐서 한 덩이를 넘게 줬다고 합니다.


밤늦게 평소에 자주 안 먹어본 것을 과식한 땅콩이는 묽은 변을 몇 차례 쏟아내더니 급기야 피똥을 쌉니다. 땅콩이와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주 양육자로서 아내를 탓할 수만은 없습니다. 제 책임이기도 하고, 아내도 반려견을 처음 키워보니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다행히 24시간 정도 금식을 시키니 땅콩이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먹성을 회복하고 고구마 같은 똥도 잘 만들어냅니다.


땅콩이 피똥 사건 이후로 아내는 이전보다 사료와 간식에 대한 저의 의견을 잘 따라줍니다. 알러지 우려가 있다는 저의 말에 사료에 들어간 것과 다른 종류의 단백질이 들어간 "새로 산" "비싼" 개껌 간식도 그대로 버립니다. 훈련도 이젠 육포 간식이 아닌 사료를 가지고 하는 것으로 바꿉니다.


저도 더 이상 아내에게 땅콩이 양육이나 훈련에 관해 잔소리를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밥 먹기 전에 기다리는 것, 발 내미는 것 등 여러 훈련을 잘 시켜놓았다고 띄워줍니다. 그리고 땅콩이가 요즘 아주 좋아하는 노즈워크 장난감도 정말 잘 만들었다고 칭찬합니다. 땅콩이를 입양하며 겪은 여러 의견 충돌이 이제는 좀 정리된 것 같습니다.


약 세 달 동안 땅콩이와 함께 살며, 사람 사이에서도 형성된 관계의 특성에 따라 서로 대하는 방식이 다르듯, 사람과 반려견 사이의 관계도 저마다 다를 수 있고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배웁니다. 그리고 모두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각자의 방식만을 고집해서는 안 되고, 서로 맞지 않는 것을 지혜롭게 조절하여 "하나로 모음"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Too many cooks spoil the broth

English prover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