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전 긴급출동차량의 반전

by 예일맨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되었습니다. 12월에만 이미 출동서비스를 두 번이나 불렀는데 또 말썽입니다. 처음 방전됐을 때 오신 출동기사 분께서 교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배터리인데 전압이 너무 많이 떨어져 있다며 어딘가 계속 전기가 흐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등이 켜있지는 않았던 것 같고, 블랙박스 때문도 아닌 것 같아서 '너무 춥고 삼일 정도 운행을 안 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두 번째로 방전됐을 때는 블랙박스 전원을 뽑았습니다. 그런데도 또 방전된 것입니다. 하루 운행 안 했다고 방전된 것을 보니 뭔가 문제가 있는 게 확실합니다.


문제해결을 해야 하는데 계획한 공부를 마무리한단 핑계로 그냥 그대로 집 앞에 세워두었습니다. 월요일부터는 차로 출근해야 하기에 미뤄둔 일을 해치우러 아침부터 부지런을 떱니다. 이 큰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심각한 문제에 비해 해결은 매우 쉽고 빠릅니다.


집 앞 편의점에서 산 커피에서 아직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데 익숙한 차가 보입니다. 전화한 지 10분도 안되어 날아오신 그 기사님은 지난번에 뵈었던 그분입니다. 전압을 체크하시더니 역시 뭔가 이상이 있는 게 분명하다며 정비소에 가볼 것을 권하십니다.


아주 능숙하고 재빠르게 처리를 하신 뒤 절대 시동 끄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하십니다. 그리고 자주 보지 말자며 너털웃음을 짓고 차 운전석으로 향하십니다. 저는 드르릉 출발할 준비가 된 차에 올라 출동차가 빠져나가기만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기사님께서 멋쩍은 미소를 머금고 차에서 내립니다. 그리고 본넷을 여십니다.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배터리 방전 긴급출동차량의 배터리가 방전된 것입니다. 기가 막힌 반전입니다. 기사님은 웃으면서 아주 재빠르고 능숙하게 조치를 취하고 다시 운전석으로 가 시동을 켜십니다. 저는 이 재밌는 상황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어 굳이 차에서 내려 말을 겁니다.


"기사님, 차 그새 방전된 거예요?"

"네, 이 차도 며칠 세워뒀더니… 하하… 민망하네요"

"기사님 30분간은 시동 끄지 마세요!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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