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을 갈망하는 본능과 집착
나이가 들수록 자신을 소개할 자리가 줄어드나, 자신을 소개할 때 어떤 전공을 했고, 현재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가 나를 설명한다. 이러한 조건들의 합이 그 사람의 눈에 비치는 '내'가 된다. 물론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사람이면, 최근 나의 관심사와 취향 등 공유할 수도 있겠다.
이렇게 나 자신에 대해 탐구하다보면,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은 곧 나는 누가 아닌가? 라는 질문과 연결된다. 즉 나는 왜 그 때 그 학교와 전공을 택하지 않았으며, 그 많은 악기와 운동 중 다른 것들을 선택하지 않았는지에 관한 질문 말이다.
어떤 이는 법조계 집안이기 때문에, 교육가 집안이기에 자연스럽게 그 외의 직업을 택하지 않았을 수 있고, 조직 문화에 환멸을 느껴 프리랜서의 길을 선택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선택, 그리고 선택하지 않은 이유들이 혼재된 것이 바로 나일 터이다.
이런 생각은 자존감과도 연관이 되는 것 같은데, 문득 나는 내 자신이 초라하다고 느껴질 때 혹은 그래도 감사한 상황이라고 생각될 때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아 적재적시에 '그 사람'을 만나고 그러한 '선택'을 했기 때문에 지금 내가 웃을 수 있구나 혹은 울고 있구나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결정의 순간'을 추앙하기도 하고, 얼룩진 후회의 순간을 시도때도 없이 끄집어내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의 불가역성을 생각해본다면 이러한 질문이 사실 무의미함을 깨닫게된다. '나'는 그 길들을 걸었기 때문에 지금의 '나'로 비로소 거듭난 것일 터이다. 저자는 이에 덧붙여 여러 문학들에서 자신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해 논하는 것을 개개인이 지닌 '단독성'이라고 보았다. 즉 한 명의 개인은 동시에 다른 두 시공간에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때로는 이미 일어난 일들에 과하게 집착한다는 것이다.
특별히 저자는 자신과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이 나와 다른 선택을 하여 소위 말하는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을 때 타인의 인생을 더욱 갈망한다고 보았다. 타인과 나의 공통점이 있을 때 더더욱 그 인생을 - 그 행운의 선택을 - 강하게 질투하고 원한다는 것이다. (정말로 나는 내가 넘볼 수 없는 부와 명예를 가진 사람들보다도 동기들이 소위 성공적인 삶을 사는듯 보일 때 더 큰 질투를 느낀다.)
책에서는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탈전통 사회에서는 가능한 경로가 무한하고 어느 순간에나 열려 있다"라는 점을 언급하였다. 근대사회로 이행되면서 자기 자신이 원하는 삶을 계속적으로 탐색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삶들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장 자본주의에서 중요시 여기는 절대 선인 '합리적 선택' 그리고 우연성을 배제시키고 미래 더 나은 선택을 위해 필연적으로 돌아보는 '과거'는 우리로 하여금 살지 못한 삶들에 대해 더 많이 갈망하게 한다.
자신의 모습이 정말 100% 만족스러운 사람이라면 이러한 사유에까지 도달하지 않으려나? 어쩌면 굉장히 만족하고 있는 사람도 어쩌면 종종 '그 때 내가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혹은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과 같은 생각을 충분히 할지도 모르겠다. (가져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부와 명예를 가진 경우에도 유한성으로 인해 한 번 뿐이 살지 못하는 삶에 대한 아쉬움이 이런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것으로도 이러한 인생의 배타적 유일성 그리고 단독성을 뛰어넘을 수 없기에 이 점에서 우리 모두는 동등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현 시대는 앞서 말했듯 직업, 결혼, 임신, 육아, 죽음, 가족과 관련된 선택의 영역에서(사실상 우리의 삶 그 자체라 할 수 있겠다.) 사회적 맥락과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더 많이 살지 않은 삶에 대해 생각하기 쉽다. 마케팅 용어이나 심리학 용어로도 쓰이는 'FOMO'라는 용어가 우리의 짙은 후회와 아쉬움을 설명한다. Fear of Missing out, 즉 현대인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가치 있는 경험을 할 때 나만 제외되는 것 같은 두려움이 기반에 깔려있고, 그렇게 되기 쉽다. 그래서 타인으로부터 공유된 삶과 자신의 삶에 큰 괴리감을 발견하면 때로 이에 잠식되곤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사실 이 모든 후회와 절망은 불가역적이기에 지금의 내가 되도록 방치한 - 또는 기여한 여러 환경과 사람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때로 찾아오는 헛헛한 감정을 소설로(때로는 글쓰기로써) 해소해봐야겠다. 조지 엘리엇이 "예술은 삶에 가장 가까운 것이다. 경험을 증폭하는 방법이자 개인의 운명이라는 한계를 넘어 동지인 인간과의 접점을 늘리는 방법이다."라고 한 것을 생각했을 때, 왜 많은 사람들이 문학을 사랑하는지, 자신과 다른 환경과 선택으로 다른 삶을 사는 이들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탐닉하는지 추측 가능하다.
우리 모두가 평범하지만 동시에 특별하다는 사실(유일하다는 측면에서)을 기억하고, 각자가 맞다고 생각한 길들을 꾸준히 가는 것만이 답이 아니려나 생각해본다.
(해당 글은 '우연한 생- 우리가 살지 않은 삶에 관하여'라는 책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