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선택

선택하기로 선택하다

by 단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로 한 것은 내가 선택한 부분이 아니다. 내 유전자의 염기서열 내 빼곡히 자리한 신상 정보 또한 마찬가지다.


허나 이렇게 선택당하지 못한 개개인들이 살아내며 끝없이 선택을 하고, 누군가 혹은 무언가는 이에 영향을 받게 된다.


끊입없는 자발적 선택과 비자발적 선택의 상호작용 - 오늘도 정신없는 세계의 만상(萬祥)이 펼쳐지는 이유다. 세계 여느 곳들에서는 어떠한 선택으로 인한 방종(放縱)이 펼쳐지나, 나도 모를 곳에서 선택권을 거세당한 채 살아가는 숨죽여 우는 이들도 있다.


인간은 더 많이 선택하고,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안에는 나와 내 주변인들의 안녕을 바라는 이기적인 선택들도 있겠으나, (내 얘기다.)


때로 우리는 찰나의 깨달음으로 타인 그리고 타 종(種)과 싱생하기 위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때로 모두는 스스로가 한낱 작게 느껴지며 어떤 좋은 변화가 나로부터 시작될까 고민하지만, 줄기가 모여 강이 되듯 내 선택으로 시작되어 변화의 물꼬가 트이기도 한다.


비윤리적인 도축 산업에 반기를 들기위해 시작한 채식 식단,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고자 텀블러를 챙겨다니는 행동,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타인을 살리겠다는 서약,


그리고 식사 한 끼 값만큼의 자동이체,


이렇게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선택들이 모여 변화의 물줄기를 형성한다.


불현듯 나의 선택은 누구에게 이득을 가져오는가 자문해본다. 당장 최근 내가 한 선택들은 무엇이었으며, 그 여파는 어땠는가? 이기심에 갇혀 제멋대로 살던 건 아니었을까. 돌이켜보니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인색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오늘도 난 작고 큰 선택에 기로에 놓여있다. 부디 나의 작은 선택이 타인의 선택을 가로막지 않기를, 그리고 나 또한 누군가의 잘못된 선택으로 길이 막히지 않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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