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내 큰 딸은 김치찌개를 겁나게 좋아한다. 딸이 집에 오겠다면 으레 돼지고기를 퍽퍽 넣고 김치찌개를 넉넉히 끓여 맞이한다. 나도 직장을 갖고 있어서 같이 밥을 못 먹을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체격이 좋은 딸은 집에 돌아오면 메뉴가 무엇인지 가 제일 궁금해한다. 김치찌개를 해놓고 집에 없을 때는 문자가 온다.

'엄마, 김치찌개 정말 끝내준다.' 퇴근해서 냄비를 열어 보면 항상 생각보다 냄비가 많이 비워져 있어 흐뭇함과 걱정스러운 마음이 교차될 때가 있다. 그런 김치찌개를 요즘에는 덜 하는 편이다.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 먹고 싶은 음식을 그때그때 해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큰 딸은 오랫동안 집과 떨어져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안쓰러운 마음이 앞서서 체중 얘기는 들먹일 수도 없다. 

 올해 새로이 가게를 시작하게 되어 딸이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쓰고 우리와 같이 지내게 되었다. 본인이 작업을 시작할 창고를 개조하고, 가게 일도 해야 해서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다 보니 먹는 것에 비해 활동량이 많아졌다.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하는 단계라 돈은 안되지만 몸은 건강해 보였다. 직장을 그만둔 것을 후회하는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 내심 염려가 되기도 했다. 그래도 잘 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같이 있으니 특별히 집밥이라 해서 챙기는 것이 없이 먹고 싶은 것을 찾아 먹을 때가 많다.오늘 메뉴는 딸이 준비한 흑돼지 스테이크이다. 직접 하겠다고 해서 말리지는 않았다. 대신 나는 다른 일을 하기로 했다. 

 잠시 후에 준비됐으니 식사하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던 일을 멈추고 대충 씻은 후에 식탁에 앉아 세팅되어 있는 저녁 상을 보았다.

 수프도 직접 끓이고 스테이크도 직접 구워 노릇노릇 먹음직스러웠다. 고기는 촉촉하고 식감도 좋았다.

 떨어져 있을 때는 항상 염려스러웠으나 같이 지내다 보니 오히려 믿음직스러울 때가 더 많은 걸 보면 잘 커준 것 같아 대견하고 고마웠다.

 맛있게 준비된 저녁 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