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세계 지도자들이『왜소화』되어 가는가?
; 지도자들이 지도자 자질이 줄어들면 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20230507 -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김상국
지도자(指導者, Leader)란 ‘남 다른 혜안을 가지고, 평범한 우리 보통 사람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 가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라라면 대통령, 회사라면 사장, 가정이라면 가장이 아마 그 집안의 리더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리더는 일반 국민들 보다는 좀 더 다른 자질이 필요하다.
그 자질은 아마 ① 미래의 흐름을 읽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 ② 여러 다른 가치 기준을 가지고 있는 구성원들을 하나의 목적으로 모을 수 있는 능력 ③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 ④ 난관을 극복하고 필요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⑤ 국민 또는 조직 구성원을 사랑하고 책임 질려는 가치관 등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꼽는다면 ① 미래의 흐름을 읽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과 ⑤ 국민 또는 조직 구성원을 사랑하고 책임 질려는 가치관(愛民精神) 이라고 말하고 싶다.
긴 역사적 안목에서 독재자와 훌륭한 지도자를 구분하는 기준은 바로 이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사실 뛰어 난 능력을 갖춘 사람은 많다. 그러나 그 사람이 이 두 가지 기준에서 ‘얼마만큼 성취했는가? 그리고 얼마나 진실했는가?’에 따라 진정한 지도자인가 아닌가가 판명될 것이다.
모택동은 위대한 지도자다. 그러나 그의 평가는 별로 좋지 않다. 왜? 그에게는 가장 중요한 ‘사랑’이라는 덕목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과 이순신을 보자. 그들은 지금도 우리 국민 모두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위 다섯 가지 지도자의 덕목을 고루 갖추고 있고, 특히 다섯 번째, 자기 백성에 대한 사랑이 절실했으며, 그것을 진심으로 실행했기 때문이다. 일본에도 많은 지도자들이 있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전쟁이 많았던 만큼 유명한 패자들도 많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도 유명하다. 그러나 그들은 사랑받는 지도자는 절대 아니다. 단지 공포의 대상이고, 절대적 복종의 대상일 뿐이다.
나는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해제를 읽고, ‘절대적 권력을 가진 어떤 군왕이 이런 생각을 하실 수 있을까?’를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다시 한 번 읽어 보도록 하자.
우리 조선의 말이 중국과 말도 다르고 문자도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제뜻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내가 이런 사실을 불쌍히게 생각하여
새로 28개 글자를 만들었다.
그러니 백성들은 쉽게 익혀
매일매일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고금역사 세상의 어느 지도자가 ‘이런 측은지심을 가지고 백성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글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과연 또 있을 까가 의심스럽다. 기껏해야 가뭄과 장마로 먹을 것이 없을 때 구휼미를 내주는 정도일 것이다. 아니면 중국 하나라 걸왕처럼 자기가 배를 타고 노는 호수에 물 대신에 술을 채우고, 호숫가 나무에는 요리한 고기를 걸어 놓는(주지육림, 酒池肉林) 지도자의 경우도 많았었다.
우리는 불란서 파리를 가면 루브르궁전의 화려함에 감탄하다. 그러나 불란서 혁명 당시 불란서 여성들의 패경 시기는 20대 후반이었다고 한다. 그 만큼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 말썽 많은 서태후는 한끼에 128가지의 음식을 차렸고, 그 비용은 중국 농민들의 1년분 식사비였다고 한다.
지금도 우리나라와 외국의 많은 학자들이 우리 대한민국이 잘 살게되고 특히 IT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배우기 쉽고 과학적인 한글 때문이라고 누구나 말하고 있다.
세종대왕만큼 훌륭하지 않더라도 세계에는 많은 좋은 지도자들이 있었다. 영국의 처칠과 데처, 독일의 비스마르크와 악명 높은 히틀러, 통일을 이룩한 콜 총리, 미국이라면 워싱턴, 링컨, 케네디, 레이건 등이 있다. 중국이라면 모택동, 등소평이 떠오르고, 중국을 망치고 있는 시진핑도 떠오른다. 일본이라면 자국 경제를 망가뜨린 아베 등이 생각난다.
그러나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현직 지도자 보다는 전직 지도자들의 이름이 더 많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란서의 마크롱 보다는 드골이 더 유명하고, 영국은 리시 수낵 현 총리 보다 마가렛 데처가 떠오른다. 일본도 스가나 기시다 보다 아베 신조가 먼저 떠오른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큰 지도자는 아닐지라도 레이건까지의 미국 대통령은 그래도 믿음이 가는 대통령들이었다. 그러나 점점 미국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해 의심이 들기 시작하였다. 특히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는 주요 발표가 있을 때 마다 “그것이 무엇일까?”하는 기대감이 아니라 “또 어떤 정책이야?”라는 걱정되는 마음이 더 앞선다.
우리나라도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박정희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은 사람마다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우리는 그들을 『정치 9단』이라고 표현하였다. 아마 바둑에서 따온 말일 것이다. 9단이 최고이고 10단은 없으니 최고의 정치가(政治家)라는 뜻으로 그 말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그 다음 대통령부터는 정치9단이라는 말을 사용하기가 상당히 불편하다. 심한 경우에는 ‘대통령이 훌륭하지 않아야, 밑에서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다.’는 우수게 말까지 있을 정도다.
왜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지도자의 왜소화 현상』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좋게 해석한다면 평화의 시대가 도래하였기 때문에 큰 지도자가 필요없게 되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즈음 ‘신(新)냉전시대’라는 말이 자주 들리는 것을 보면 이 말은 별로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많은 종교선지자들의 말씀처럼, ‘말법(末法)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왠지 불안하고, 받아드리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든다.
내가 분석하기에 최근 세계 『지도자의 왜소화 현상』은 ① 오랜 평화기간 지속으로 인한 사람들의 경량화 ② 미국 대통령의 역량 부족 ③ 너무 때 이른 중국과 러시아의 굴기 ④ 급격한 기술발전으로 인한 사람들의 ‘사고 시간 단축’ 그리고 ⑤ 너무 많은 재미있는 놀거리의 등장이라고 생각된다.
이중에서도 ①②③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의 분석과는 다르기 때문에 약간의 설명을 덧부쳐 보겠다.
①번 ‘오랜 평화기간 지속으로 인한 사람들의 경량화’는 나 이외에도 미국의 어떤 저명한 사회학자가 지적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세계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라는 말이 있다. 어떤 통계를 보면 전 지구에 제법 큰 전쟁이 없던 시기는 인류 역사상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2차세계대전후 최근 70년간은 냉전이나 국지전은 있었지만, 큰 나라들이 온 힘을 기울여 싸운 전쟁은 없었다. 그리고 이 기간은 짧지만 인류역사로 볼 때는 매우 희귀한 시대라는 것이다. 희귀한지 아닌지는 사회학자들의 몫으로 남길지라도, 분명한 사실 하나는 우리세대에는 ‘전쟁의 공포에 싸여 산 세대’는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평화를 ‘당연한 사실’로 받아드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어떤 ‘희생’을 바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기술의 발달로 내가 생각하지 않아도 나를 대신해줄 기술들(컴퓨터, 인공지능 등)이 많고, 또한 재미있는 놀이(컴퓨터 게임, 전 세계로 중개되는 축구, 야구, 농구 등)들이 많아 사람들이 새로운 생각, 깊은 생각들을 안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지도자들을 선택할 때도 깊은 생각을 안하게 되고, 그 결과 과거와 같은 지도력을 갖춘 지도자 보다는 말을 잘하거나, 잘 생겼거나 또는 어떤 이벤트로 관심을 끌게 된 사람들이 지도자로 나서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양대 정당제도는 ‘두 정당만의 권력 독점 현상’을 발생하고, 국민의 폭 넓은 지지를 바탕으로 지도자가 선출되는 것이 아니라, 각 정당의 ‘내부 권력구조’에 따라 결정된 후보자를 국민들은 단순히 『선택』하게 될 뿐이라는 것이다. 즉 과거와 같이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은 사람이 각 정당의 후보자로 나오고, 국민들은 자유의지로 어떤 후보자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저명한 사회학자다운 분석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능력이 부족한 지도자가 결정된다고 해도 그것이 미국이나 중국이 아니라면 별 문제가 없다. 일본은 2023년 5월 NATO 사무소가 국내에 개설된다고 하지만 일본의 역동성을 볼 때 크게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조금 무능한 지도자가 나오는 것이 우리에게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다른 문제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리는 러시아의 실력을 알게 되었다. 특히 그들의 의사결정과정의 비효율성과 부패 그리고 형편없는 그들의 무기 수준이다. 간단한 예로 미국의 순항미사일은 20년 전에도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와 1~2미터 오차로 명중하는 정확도다. 그래서 건물을 맞추지 않고 유리창을 맞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최신 칼리브르 미사일은 수백 킬로미터를 날아와 5~100미터의 오차로 명중한다고 한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미사일이 민간아파트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군사시설을 겨냥하여 발사한 미사일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폭발해 버리거나, 목적지에 도착하였을 지라도 너무 큰 오차로 인해 민간 아파트에 떨어져 폭발한 것이다. 아무리 러시아라도 그 비싼 미사일로 민간 아파트를 공격할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절대로 무시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그들은 식량 수출국이고 세계 2위의 원유와 가스 수출국이며, 이론물리학에서는 지금도 세계최고 수준이다. 스푸트니크 인공위성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였고, 우주 정거장을 설계한 나라다. 지금 푸틴과 그 추종세력으로 나라가 엉망이 되었지만 엄청난 잠재능력이 있는 나라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젊은이들이 매일 5~600명이 죽고 사상자의 합이 매일 2~3,000명이 된다는 것이 내가 판단하기에 가장 중요한 러시아의 미래 핵심문제라고 생각한다. 젊은이가 부족한 나라는 과학이고 경제고 국력이고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견 매우 크게 보이는 나라다. 이번 2023년 1/4분기에도 4.5%라는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한 나라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별로 감탄해 하는 것 같지 않다. 나도 그렇다. 불룸버그는 “중국인이 아니면 중국에 투자하지 말라.”고 중국에 대한 투자를 경계하였다. 4.5%라는 놀라운 성장을 했음에도 중국정부의 세수는 오히려 ‘감소’하였으며, 성장실적 발표 후 일주일 동안 외국인은 20억불 순매도를 하였고, 미국 증권 시장 내 중국기업 주식(나스닥 골든 드래곤 차이나 지수)은 10%, 134조원 감소하였으며, 홍콩과 중국 내부 주식가는 최근 1주일 동안 총 1,162조원 감소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의해야 할 수치는 이런 4.5%의 경제호황(??)인데도 중국 인플레이션 율은 1% 미만(미국 5%, EU 8.3%)이고, 생산자물가지수는 오히려 마이너스 1.4~2.5%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중국 지방정부에서 보고한 성장률을 고지 곧데로 합하면 중앙정부 발표의 두배가 된다고 한다. 더욱이 최근 중국정부는 중국 내부 정보 발표(경제통계 등)를 금하는 ‘보안법’을 발효시켰다. 이제 중국 관련 통계는 중국정부가 발표하는 통계 이외는 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중국 경제통계를 외국 투자가들에 제공하는 ‘윈드’라는 중국기업은 외국 경제기관들과의 계약을 2023면 1월 연장하지 않았다. 외극기업들의 중국경제에 대한 불안과 의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경제 대해서는 그간 많은 글을 썼으므로 여기에서 줄이기로 한다. 상기 자료들을 보고 독자들께서 판단하기 바란다. 다만 한가지 조언을 한다면 『안보(安保)는 미국과 경제(經濟)는 중국과』라는 치기 어리고, 듣기에만 멋있는 소리를 하는 분들은 좀 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아니면 자신의 주장과 다른 현실 상황이 밝혀졌을 때 낯 뜨거운 자기 변명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우리국민들의 호주머니와 너무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통계에 대한 종합적이고 신중한 분석이 없이 단순한 한두가지 숫자를 그것도 검증하지 않은 상태에서 함부로 말할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지도력 부족이 진정한 세계적 문제가 되는 중요한 나라는 바로 미국이다.
그 이유는 명맥하다. 세계 GDP의 25%를 차지하는 나라가 미국이고, 군사비는 미국 이외 다른 모든 나라의 국방비를 합한 것 보다 크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모든 나라가 무엇을 하든 미국의 자본과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의 지도력 부족은 아들 부시 대통령부터 시작하였으며 특히 트럼프와 바이든 정부에서는 우려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America First!!”를 처음 주장한 사람은 레이건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레이건의 아메리카 퍼스트는 미국만의 국익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소련과 중국의 부상으로 줄어드는 미국 위상을 끌어올려 세계패권 국가로서의 미국을 다시 만들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래서 우방국들과의 협력을 강조하였고, 다양한 기술발전을 부르짖었으며, 우주전쟁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소련을 붕괴시켰다. 탁월한 리더십이었다.
그러나 이 멋진 리더십을 장사꾼 스타일로 변형시킨 사람이 바로 트럼프였다. 미국 상품을 팔기 위해 미국의 관세를 WTO 규정 7% 보다 훨씬 더 높이고, 방위비 부담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각국에 파견된 미군을 줄이거나 아니면 부담금을 엄청 올렸다. 우리나라에게는 부담금 50% 증액이 아니라 500% 증액을 요구하였고, 일본에게는 400%를 요구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부담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도 있다고 협박하였다. 또한 러시아와 인접해 있고, NATO의 핵심국가인 독일에게는 국방비를 늘리지 않는다고 미군을 철수시켜버렸다. 멕시코와는 불법 이민자들이 넘어 온다고 국경에 철판 담장을 설치하였다. 그가 중국을 방문하였을 때 중국정부는 트럼프 딸 이방카가 만든 회사(향수 등 판매) 상표권 7건을 예외적으로 인정해 주기까지 하였다. 이런 저런 행위로 트럼프는 전통 우방들에게 미국의 리더십에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불씨를 심었었다.
그러나 더 큰 실수는 바이든이었다. 바이든은 민주당 출신답게 또는 멋지게 보이는 자유수호자 같은 겉모습을 위해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였다.
사우디와의 관계가 멀어진 것은 오바마의 2015년 신(新)중동정책 부터였다. 오바마는 사우디(수니파)와 지극히 사이가 나쁜 이란(시아파)과 핵합의를 하고 이란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금지되었던 이란의 석유판매를 일부 허용하였다. 인접한 사우디로서는 정말 눈앞의 가시가 생긴 것이다. 쿠바에 핵미사일을 설치하려는 후루시쵸프와 케네디 간의 3차대전을 불사하겠다는 힘겨루기를 기억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사우디의 진정한 두려움은 종교분쟁과 함께 사우디 왕가의 안정성의 문제였다. 회교도는 원래 부족들의 집합국가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드 왕가는 원래 최대 부족이다. 하지만 사우드 왕가의 집권에 다른 부족들이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키신저는 당시 사우드 왕가와 1974년 비밀협약을 맺었다. 미국은 무조건 사우디아라비아의 안보와 왕가의 집권을 보장한다. 그 대신 사우디는 석유수출 시 반드시 달러로만 결재한다. 이런 비밀협약으로 사우디는 왕가의 안정과 아랍의 패권국가가 될 수 있었고, 미국은 세계 기초통화로서 달러의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1979년 팔레비 왕정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이란 혁명정부는 ‘왕정은 코란에 위배된다.’며 사우디 왕정을 타도의 대상으로 규정하였다.
오바마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지속적인 제재의 대상이 되게 핵합의를 재검토함으로써 사우디와의 관계를 일시 복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리아 내전에서 쿠르드반군은 미국과 매우 긴밀한 협조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가성비가 나쁘다.’는 장사꾼다운 발언을 하면서 철군을 결정해 버렸다. 이 사건으로 사우디는 자신도 언젠가는 버려질 수 있다는 감정을 갖기 시작하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당시 쉐일 오일이 증산됨으로써 미국은 세계 제1의 산유국가가 되었고, 오히려 원유를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다. 즉 사우디가 미국의 원유를 공급하는 중요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인 것이다.
그러나 결정적 실수는 바이든에 의해, ‘너무 하찮은 이유로’더욱 악화되기 시작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왕정을 반대하는 세력은 강하지는 않지만 제법 있다. 그 중에서도 쟈스쿠티 기자는 반대의 선봉이었다. 그런 쟈스쿠티가 암살되었고, 그 뒤에 빈살만 왕세자의 개입설이 떠돌자 바이든은 공개적으로 빈살만을 비난하고, 사우디를 국제사회에서 왕따(제외)시키겠다고 발표하였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문제는 사우디의 안보와 왕정에 대한 보호 문제였다. 사우디 남쪽 예멘의 후티반군(시아파)은 이제 반군이 아니라, 거의 독립적 수준의 정부이며 끊임없이 사우디에 미사일 공격 등을 퍼붓고 있다. 얼마 전 후티반군의 폭격에 의해 사우디 유전이 폭발되는 엄청난 화재를 분명히 기억할 것이다. 즉 후티반군은 사우디에게 너무나 큰 골치 덩어리다.
그런데 이런 절대적 시점에 바이든 정부는 너무 희한한 결정을 하였다. 후티반군 공격으로 부터 사우디 영공을 방어하는데 필요한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사우디에 판매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게다가 사우디에 있는 미군 미사일 기지를 철수시켰으며,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사우디뿐만 아니라 중동 모든 국가의 석유수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아라비아 만을 경비하는 미군 항모를 철수해 버렸다.
쟈스쿠티 기자의 생명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생명과 세계 석유수출 문제 그리고 미국의 달라 패권유지 문제와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바이든의 정책은 중국의 중동 진출을 간접적이지만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정말 이해되지 않은 바이든 정부의 행동이다.
미국 대통령들(오바마, 트럼프 특히 바이든)의 최근 행동을 사우디 아라비아입장에서 분석하면, 사우디의 미국에 대한 신뢰감을 깨트리는 정책들이었는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우디 안보에 가장 긴요한 순간에 공중방어에 필요한 무기를 팔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존에 있는 미군 까지 철수하였고, 자기 왕정을 타도하려는 이란의 핵무기를 사실상 인정해 준 것이다. 더욱이 석유수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해상항로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항공모함까지 철수해 버린 것이다. 사우디의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이 아니라 망치로 앞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꼴이었다.
이에 대한 사우디의 반격은 간단, 명료하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가와 곡물가가 오르자 미국의 인플레를 막기 위해 바이든이 ‘직접’ 사우디를 찾아 가서 증산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사우디는 바로 그 다음 날 116만 배럴을 오히려 ‘감산’해 버렸다. 또한 시진핑의 주선으로 그 오랜 앙숙관계인 이란과 평화합의를 하였다. 미국에 군사적으로 의존할 이유를 없애 버린 것이다. 그리고 석유 수출대금을 달라 대신 위안화로도 거래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더욱이 중국이 주도하는 무역협의체인 『상하이 협력기구』에 준회원으로 가입해 버렸다. 쟈스쿠티 기자 살해혐의에 대한 바이든 식의 대응은 너무 큰 잠재적 재앙을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가져온 것이다.
바이든의 잘못은 여기에만 그친 것이 아니다. 레이건의 “America First!!”는 우방국과의 협력 증진을 통한 미국 패권의 확립이었다. 트럼프의 “America First!!”는 관세 등을 높혀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바이든의 “America First!!”는 아예 미국에 상품을 팔기위해서는 생산공장을 미국으로 옮겨 미국 내(內)에서 상품을 만들라는 것이다. 그리고 외국기업들에게 그 기업의 판매 고객리스트와 같은 민감한 정보 등을 미국정부에 제출하라는 것이다. 자유주의국가가 자유주의국가에게 요구할 사항은 분명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이것은 너무나 명백하게 WTO와 FTA 규정에도 어긋나는 행위다. 이 지구에는 미국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을 위해 미국으로 공장을 옮기면 옮긴 나라의 경제는 어떻게 되겠는가? 이 면에서는 중국도 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위대한 것은 미국이 거대한 나라여서가 아니다. 미국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힘을 70% 정도만 사용하고 나머지 30%는 오히려 자기보다 못한 나라들을 돌보고, 대신 힘이 되어주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리더국가로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중국과 일본이라는 정말 도덕심 없는 나라와 인접한 국가 입장에서 최근 트럼프와 바이든 정부의 행동을 보면 우려되는 바가 정말 크다.
‘진정한 리더십’이 부족한 리더가 리더가 되는 『리더의 왜소화 현상』이 일어나는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걱정된다.
당분간은 겪어야 할 일이지만 왠지 걱정되는 바가 너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