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 늦었지만 너무 중요한 판결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김상국
며칠 전 매우 큰 의미가 있는 판결이 나와 이 글을 쓴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의 많은 국공립 단체에서도 징벌적 처벌(Punitive damages, Exemplary)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 징벌적 처벌 규정과 지자체 파산규정은 우리 시민사회에 너무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런 규정의 의미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반드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징벌적 처벌 규정은 징벌적 손해배상이라고도 하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손해를 가한 자에게 부과되는 배상액이 가해자의 행위가 매우 ① 악의적이거나 ② 반사회적일 경우 ③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배상액을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즉 사회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는 기업이나, 또는 개인(공직자 등)의 행위가 크게 반사회적일 경우, 일반적인 양형 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벌금 또는 처벌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1) 포드 자동차 핀토(Pinto) 사례
‘핀토’라는 자동차는 우리나라 ‘아반떼’와 비슷한 차종이다. 디자인도 멋있고, 자동차 성능도 웬만하며, 가격도 비싸지 않아 미국에서 대중차로 많이 팔렸던 차다.
그런데 1978년 어느 날 핀토를 타고 가던 어머니와 아들이 뒤에서 오는 트럭과 충돌하였다. 그리고 핀토에 불이 붙어, 그 화재로 어머니는 사망하고 아이는 심한 화상을 입었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아니고, 일상적인 보험사고로 처리될 내용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큰 반전이 있었다. 즉 어떤 사람으로부터 포드 내부의 중대한 보고서가 법원에 제출된 것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핀토 폭발 원인은 후방 범퍼가 부실하고, 부실한 범퍼와 연료탱크 사이에 충격을 완화해 줄 어떤 방패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까지만 해도 아마 ‘디자인 에러’ 정도로 처리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포드가 이런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다음과 같은 비용 편익 분석을 하였다는 것이었다.
① 폭발을 방지하는 부품을 장착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1대당 11달러다. ② 그때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자동차와 트럭 1,250만 대에 11달러짜리 부품을 다는 총비용은 약 1억 3,700만 달러가 필요하다. 그런데 ③ 이 이유로 사고가 발생하면 사망자 약 180명과 부상자 180명이 발생할 수 있다. ④ 이 경우 사망자 한 명당 소송 비용이 20만 달러, 부상자는 6만 7천 달러가 소요된다. 그리고 파손된 자동차 2천 대의 수리 비용은 1대당 700달러다. 그러면 ⑤ 총소요 비용은 약 4,950만 달러가 된다. 그러나 ⑥ 11달러짜리 부품을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억 3,700만 달러다. 그러므로 ⑦ 사건처리 비용은 총교체 비용에 비해 1/3에 불과하다.
그래서 포드는 이런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사전에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차원에서는 방치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판단하여 리콜처리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 내부 자료가 공개되어 버렸다.
포드의 이런 행위는 법정에서 ① 악의적이고 ②반사회적인 결정이라고 판단되어, 포드는 피해 보상금액 250만 달러와 벌금 350만 달러를 선고받았다. 그리고 그 이외에 징벌적 벌금 1억 2천500만 달러를 추가로 받게 되었다. 전형적인 징벌적 손해배상 케이스다.
(https://youtu.be/lgOxWPGsJNY 참고로 이 동영상을 보아도 좋을 것임)
(2) 불법적 공해처리를 한 기업에 대한 케이스
또 다른 사례는 악의적인 공해처리 방식에 대한 케이스다. 기업 이름이 정확히 생각나지 않아 법적 처리 결과만 소개하겠다. 어느 회사가 고객들로부터 받은 기계수리 업무를 처리한 후 발생한 유해 폐기물 중에서 일부는 법적으로 요구되는 처리를 하였고, 일부는 요구되는 처리를 하지 않고 지하 배수관을 통해 몰래 흘려보냈다. 그 행위에 대한 판결은 다음과 같았다.
“귀사는 폐기물에 대한 올바른 법적 처리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처리하지 않고 지하수로 내보내 지하수를 고의로 오염시켰다. 그러므로 귀사는 흘려보낸 오염물질을 그 지하수로를 통해 다시 회수하라.” 이미 흘러 내려간 오염물질을 어떻게 회수할 수 있겠는가? 그 결과 회사는 스스로 파산 신청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오염 관련 문제는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조금 덜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가 오면 지금까지 깨끗하던 하천에서 매우 나쁜 냄새가 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비가 오는 것을 계기로 오염물질을 처리하지 않고 내보낸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이런 오염원을 찾는 것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샘플을 채취하여 그 안에 있는‘여러’화학 성분을 분석하면 특정 오염원을 거의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왜냐하면 공장마다 또는 공정마다 사용하는 화학물질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설령 알아내기 어렵다 할지라도, 그런 조사 활동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매우 두려워할 일이다. 더욱이 하천으로 흘러 들오는 여러 ‘취수구’에서 오염 샘플을 채취하면 더욱 쉽게 오염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 우리나라 홈*** 케이스
국내에서 이런 예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과거 홈*** 의 경품 행사는 지금이라면 징벌적 손해배상 케이스에 해당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인 홈***는 2011부터 2014년까지 10여 차례 소형 벤츠 자동차 경품행사 등을 벌여, 고객의 개인정보 2,400만여 건을 모았다. 그리고 그 정보를 보험회사에 231억 7천만 원에 팔았다. 소형 벤츠 몇 대 가격보다는 훨씬 더 큰 이익이었다. 이 사건은 당시에도 매우 큰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던 일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경품행사로 고객 개인정보를 대량 수집해 보험사에 팔아넘긴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홈플러스의 상고심에서 겨우 벌금 7,500만 원을 선고하였다. 그리고 홈***가 개인정보를 팔아 보험회사들로부터 받은 금액이 형법에서 정한 추징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로는 1㎜ 크기로 적힌 고지사항이 “사람이 읽을 수 없는 크기가 아니며, 복권 등 다른 응모권의 글자 크기와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개인정보 활용을 고지한 글자 크기가 1㎜에 불과한 점에 대해서도 “개인정보처리자가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을 때는 각각의 동의 사항을 구분하여 정보 주체가 이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개인정보 보호법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았다.
법적 판단의 정당성은 알 수 없지만 소형 벤츠 몇 대 가격보다는 훨씬 더 큰 이익을 취한 것은 명백해 보인다.
그러나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판매해 얻은 이익에 대한 추징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 이유로는 “개인정보는 유체물이 아니기 때문에 형법상 몰수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돈을 추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추징해야 한다며 홈플러스를 상대로 재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재상고심에서도 추징을 허용하지 않은 원심을 확정했다.
지금이라면 이런 판결은 아마 나오지 않을 것이다.
(4) 또 다른‘번들 상품’케이스
이 사건은 오래 전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 많은 분들이 기억하리라고 생각한다.
가끔 큰 유통업체들은 ‘라면 하나는 얼마인데, 5개씩 묶어 팔면서(번들 상품) 가격을 할인해 준다는 행사’를 한다. 나도 자주 이런 상품을 구입하였다. 그 이유는 이렇게 여러 개를 한꺼번에 구입하면 훨씬 더 저렴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기막힌 기사를 보았다. 『번들 상품 가격이 개별상품의 가격의 합(合)보다 더 비싸다』는 기사였다.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런 대형할인점에서 이런 짓을 하다니….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더 쌀 것이라는 믿음을 철저하게 이용한 악의적인 행동이었다. 그러나 후속 소식을 듣지 못해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때와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소비자들의 의식도 크게 변하였고, 소비자 관련 법의 정비도 많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동일 사건에 대해 과거와 같은 법적 판단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번 글은 중요하지만, 작은 이런 사안들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 보다는 수백 배 또는 수천 배 큰 사건을 얘기해 보겠다.
얼마 전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전혀 경제성이 없는 선심성 사업에 대해 정말 놀라운 판결이 나왔다. 아마 이 판결은『역사적으로도 매우 유명한 판례』로 남지 않을까 생각된다.
(1) 용인경전철 사업
용인경전철 사업은 시작 전부터 그 사업의 경제성에 대해 너무 많은 비판이 있었던 사업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도 ‘혹시나’였지만 ‘역시나’였다.
사전 사업의 예측은 말 그대로 예측이기 때문에 정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확도의 오차는 어느 정도 범위 내(內)에 있어야 한다. 몇 10% 또는 많은 경우에 100% 정도까지도 용인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오차가 몇천 또는 몇만 %일 때 그것은 오차의 한계를 너무 넘는 일이다. 그것은 “사전수요 예측 조사”일 수가 없다. 그것은 명백한 거짓 조사다.
그러나 이런 수요예측은 우리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상당수의 사례가 관급공사인 경우가 많다. 용인경전철 사업은 그중에서도 유명한 케이스였을 뿐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러나 비난받은 사람은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처벌받은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최근 용인경전철 사업에 매우 중요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0부(재판장 성수제)는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경전철 사업 책임자들에게 총 1조 32억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즉 사업을 시작한 전(前)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원들에게 총 214억 6천여만 원을 용인시에 지급하도록 현 용인시장이 청구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경전철을 결정한 당시 시장은 교통연구원의 과도한 수요예측에 대해 최소한의 타당성 검토도 하지 않고, 사업시행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실시협약을 2004년 맺어 중대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재판정은 밝혔다.
또한 한국교통연구원과 소속 연구원에 대해서도 “연구원들은 용인시청 협상단에 직접 참가해 수요예측 결과가 실시협약 체결 여부와 그 내용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합리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과도한 수요예측을 했다”며 용인시에 손해를 입힌 과실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사업시행자에게 이미 지급한 4,293억 원에 대해 책임 비율을 5%로 판단해 손해배상금의 액수를 214억 7천만 원으로 결정하였다. 물론 이 고법의 판결에 대해 상대방이 재상고할 것이므로, 실제 돈을 받으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판결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이번 고등법원의 판결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우리는 지금까지 지자체의 선심성 사업 또는 사업의 숨은 목적이 ‘혹시 어느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되는 사업을 상당히 많이 보아왔다. 그리고 이런 사업의 손해는 수억, 수십억이 아니라 수백억, 수천억인 경우가 많았다. 때로는 대규모 토목사업인 경우에는 총사업비가 조(兆) 단위까지 가는 경우도 많았다.
대통령이 직접 벌인 수질개선을 위한 4대 강 사업이나, 서해안 간척사업이 아마 대표적인 사례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신문 기사를 보면 『갇힌 보』 안에서 썩어가는 물을 정화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이 앞으로도 계속 투입되어야 한다고 한다. 흐르는 물이 정화되는지, 아니면 보 안에 가두어 놓은 물이 정화되는지는 어린 아이도 아마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분은 토목사업으로 잔뼈가 굵은 분이었다.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이번 경전철 관련 판결은 더없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 현직에서 물러난 경우에도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
사업은 어느 경우에도 성공할 수만은 없다. 때로는 실패할 수도 있다. 꼭 성공해야만 한다면 복지부동으로, 올바른 행정까지도 못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런 일은 절대로 발생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너무 많은 사람이 반대하고, 상식적 수준에서도 말이 되지 않는 사업을 하는 것은 용서받기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판결의 중요한 의미는 현직 때의 너무 비상식적인 사업에 대해서는 현직에서 물러난‘이후’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판결이다.
나. 연구원들에 대한 책임
우리 주위에는 많은 국책연구기관 또는 국책연구기관 유사 성격을 갖는 기관들이 있다. 정부에서 또는 지자체에서 특정 사업을 할 때는 그들에게 사업의 타당성 또는 경제적 타당성을 자문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당연히 객관적인 연구 결과를 얻는 것이 주목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기관 자체가 국책연구기관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고, 또 그 연구기관의 장은 그 기관이 소속되어 있던 상급 기관에서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그 기관은 상급 기관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기관의 고객 또한 대부분 그 상급기관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판결에서 공동의 책임을 묻게 된 연구소와 연구원들은 충분히 억울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들도 법원의 판결문에서처럼 “... 합리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과도한 수요예측을 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를 다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현직에서 물러난 경우에도 지나친 과실에 대해서는 그 후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다.
둘째는 이번 판결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지만 연구소와 연구원들에게도 일부 책임을 물어 연구의 객관성을 보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다는 것이다.
셋째는 주민들에게도 지자체장의 선거와 당선 후 행동에 대해서도 ‘좀 더 신중하게 감시할 것을 요구’하였다는 점이다. 이 세 번째 사항은 뒤에 별도 항목으로 자세히 더 설명하겠다.
용인경전철과 아주 유사한 사업을 벌인 지자체가 또 있다. 그리고 그들은 용인경전철이 문제가 되어 있는 시점에 동일한 경전철 사업을 벌였다는 점에서, 어느 측면에서는 더욱 좋지 않은 경우라고 볼 수도 있다.
바로 부산-김해경전철과 의정부경전철이다. 부산-김해전철은 2011년 개통 후 12년째 만성 적자이고, 의정부시도 매년 200억원 정도를 계속 투입하고 있다. 부산-김해전철의 경우는 누적적자가 7,377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김해시가 지난 12년동안 4,662억원을 투입하였고, 부산시도 2,715억원을 투입하였다. 지금도 이용객 수는 44,000여 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예측 결과의 약 1/10 수준이다.
그런데 더 수상한 것은 경전철 사업이 설령 실패하여도, 양 지방자치단체는 사업자에게 예상 수익의 90%를 20년간 보장하는 최소수익보장(MRG)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이상한 정도를 넘는 더 이상한 계약이다.
그런데 예측 오차가 무려 1,000%에 가깝다. 이런 예측조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최근에는 최소비용보전(MCC) 방식으로 전환했음에도 2023년도에만 김해시는 545억, 부산시는 293억 원을 지급하였고 한다.
의정부경전철도 큰 차이가 없다. 5년간의 누적적자 3,600억을 감당하지 못해 최초 사업자는 파산하였다. 파산한 사업자는 의정부시를 고소했고, 의정부시는 1,720억 원을 지급하였다. 현재는 다른 사업자가 운영하고 있으며, 의정부시는 비용 보전 등의 이유로 매년 약 210억원 정도를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조 단위를 넘는 예산이 주빈들의 복지를 위해, 정말 긴요한 사업에 쓰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를 생각해 본다.
그들은 천연덕 스럽게 그 결과가 너무 뻔한 사업을 왜 벌일 수 있었을까? 이유는 단 하나다. 자기가 결정한 무책임한 것에 대해 그간 전혀‘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선심성 사업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라도 나는 책임을 지지 않고, 오히려 다른 개인적 이익도 생길 수 있으며, 일부 주민들로부터는 표도 더 얻을 수 있는데 내가 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그래서 이번 용인시 경전철에 대한 판결은 설령 그 판결에 대한 보상이 몇 년의 추가 연수가 걸릴지라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즉 내가 퇴임한 후에도 과거 터무니 없는 사업 결정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것을 지적한 판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번 판결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경전철 사업 이외에도, 강원도와 경상도의 불과 몇십 k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건설한 두 개의 국제공항, 철도 지하 전철화 사업, 그리고 수많은 간척사업, 4대강 사업 등 많은 사업들이 이 판결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지만 대부분 국가에는 지자체 파산 규정이 있다. 징벌적 처벌이 너무 엉뚱한 결정을 내린 단체장이나 기업들에게 내려진 결정이라면, 『지자체 파산』은 그런 사람을 지자체장으로 선출한 지자체 자체에 내려지는 결정이다.
즉 지자체 파산은 “터무니없는 사업으로 또는 과도한 지자체 채무를 갚지 못할 때에는 지자체 스스로가 책임의 일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홋카이도의 번성한 탄광 마을이었던 유바리시 인구는 전성기 시절에는 약 12만 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주요 탄광이 잇따라 문을 닫자, 시는 ‘판타스틱 영화제’ 등 각종 성과 없는 축제를 개최하였고, 경제성 없는 스키 리조트 건설 등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였다. 그러나 2006년 600억엔이 넘는 부채와 회계 부정이 밝혀지면서 유바리시는 파산을 선언하였다. 그 결과 시 전체 인구는 전성기의 15분의 1에 불과한 9,000여 명으로 줄어들었고, 공무원 수는 61% 줄어들었으며, 공무원 월급도 50% 이상 삭감되었다.
그리고 도쿄 23개 구를 합친 정도의 넓은 도시임에도, 초·중·고등학교는 하나밖에 없다. 남은 학교 터는 농장·양로시설·우체국 등으로 전용하였다고 한다. 공영주택의 입주자들도 시 중심부로 이사하도록 유도하였다. 부족한 시 예산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지역주민들 간의 교류를 확대하여, 추가 인구 감소를 막으려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한다.
디트로이트시의 경우도 자동차 산업의 쇠락으로 지자체 파산을 신청하였다. 대부분 경우 지자체가 파산하면 지자체 예산의 자율 사용권한이 일부 상실되고, 그 빚을 갚을 때까지 그 지방 공무원의 연금이 삭감되거나, 공무원의 수를 감축하고, 공무원의 월급도 50% 이상 삭감되는 경우가 많다.
디트로이트시도 공무원 수의 대폭 감축으로 공공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게 되었다. 특히 경찰 인력의 감축으로 범죄율이 급증해 미국에서도 치안이 가장 불안한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고장 난 가로등조차 고치지 못할 정도로 공공서비스의 질이 급격히 추락하였다고 하니,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너무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2. 폐허화 되는 미국 디트로이트시
지자체 파산의 의미는 너무나 명약관화하다.
① 징벌적 처벌이 지자체장과 기업에 주어지는 것처럼 ② 지자체 주민들도 지자체장의 선출이나 선심성 공약에 대해 자율적인 감시를 선거 후에도 하라는 것이다. ③ 터무니없는 『선심성』 공약을 쉽게 받아들이지 말고, ④ 그런 공약을 내거는 사람을 선출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⑤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나 정당만을 보고 지자체장이나 의원을 뽑지 말며, ⑥ 진정으로 능력 있는 사람을 ⑦ 지자체장이나 지역 의회 의원으로 선출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➇ 선거 후에도 터무니없는 의사결정이 벌어지지 않도록, 즉 ➈ 선출된 자들이 『도덕적 해이』를 하지 않도록 ➉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감시를 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즉 잘못된 사람을 선출하면 그런 사람을 선택한 주민들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 바로 지자체 파산의 의미다.
요즘 국내 언론에도 연일 ‘지자체 무상보육예산 고갈’ ‘지방정부 세입(歲入) 부족’ ‘지방정부 디폴트 가능성’ 등 지자체의 재정 부족을 우려하는 기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선거 출마자들은 여전히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