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이 전부일까
이 글은 현모양처 첫 에세이.
가제 '나를 지혜롭게 만든 00가지 순간들'에 들어갈 글입니다.
공부로 1등 해보면서 깨달은 것
"나는 21살 이전, 공부로 1등을 해본 적이 없다."
항상 중간이거나 중간보다 못했다.
나는 대학을 2번이나 떨어졌다. 패배감이 가득했다.
1년에 10군데 정도 시험 봤는데 나를 알아봐 주는 곳은 없었다.
3수를 하기로 했었지만, 집안 사정 상 군대를 가야만 했다.
그때 나는 결심했다.
"군대에서 1등 한 번 해보자.
여기서도 못하면 밖에서도 못한다"
난 힘들다는 해병대를 자원입대했다.
1등 하기 위해 나는 최선을 다했다.
점수를 준다면, 남들이 안 해도 나는 했다.
그렇게 1점씩 쌓아나갔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나는 1등을 했다.
내 동기 중에는 서울대, 고대 등 대한민국에서
가장 똑똑한 학교를 다닌 친구들도 있었다.
살면서 그들보다 처음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봤다.
내 마음속에 든 첫 생각은 이랬다.
"뭐야? 나도 할 수 있잖아?"
엄청난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그다음에 든 생각은 이랬다.
"1등 했는데, 별거 없네?"
군대에서 1등의 즐거움과 기쁨은 그리 크지 않았다.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동경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그래도 내 노력으로 1등을 경험한 순간.
나는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는 걸 눈으로 보았다.
나는 대학 2번 떨어지면서 느꼈던 패배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군대에서 어느 날.
내가 좋아하는 형의 싸이월드 글을 봤다.
학교에서 수석을 했다는 것이었다.
멋있어 보였다.
또 한 번 다짐했다.
'내가 학교에 간다면, 나도 수석을 해야지'
무언가 내 안에는 재수를 했던 패배감을
1등이라는 것을 통해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게 나라는 사람을 괜찮은 사람. 멋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 같았다.
나는 전역 후, 1주일 만에 시험을 보았다.
드디어 그렇게 가고 싶었던 대학교에 입학했다.
군대에서 했던 다짐을 잊지 않았다.
"1등 한 번 해보자"
학교에 제일 일찍 오고, 제일 늦게 나가려고 했다.
그 결과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놀랍게도 1등을 했다.
학교에서 공부로 처음.
꿈에 그리던 1등을 한순간, 내가 엄청나게 자랑스러웠다.
'내가 1등이라니!' 엄청 멋있어진 느낌이었다.
딱, 며칠 동안.
그 뒤로 내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올라왔다.
"또 1등 못하면 어떻게 하지?"
그때부터 1등은 '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1등을 하지 못하면 나라는 존재가 쓸모가 없어질 것 같았다.
그때부터 나는 매일 불안감을 가지고 살았다.
'1등을 못하면 나는 쓸모가 없어질 거야'
'부모님이 실망할 거야'
나는 불안감 속에 더 열심히 했다.
운 좋게도 1등을 계속 유지했다.
하지만 대학교 3학년. 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나는 매일 잠을 깊게 자지 못했다.
침대에 누우면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심장소리가 드럼 소리처럼 귀에 들렸다.
'쿵. 쿵. 쿵. 쿵'
그러다 사람들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무대에 서야 하는데 무대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못 참아서 병원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진단을 내렸다.
'부정맥, 우울증, 공황장애'
한 번에 3개가 동시에 있다고 한다.
병원에서 나오는 길. 무언가 허탈했다.
1등을 하면 계속 행복할 줄 알았다.
아니었다.
위에 진단 결과가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1등이 아니라, 환자였다.
이때 나는 생각의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1등이 전부가 아니구나'
'그것보다 내 행복이 더 중요하다'
그때부터 나는 내가 진짜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그 뒤로 내가 하는 분야에서 1등. 엄청난 성공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저는 자주 행복한 사람이에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우리는 꼴찌를 기억하고 감동받는 순간들도 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남자 수영 100M에 출전한 선수가 있다.
에티오피아 수영 선수 하브테. 그는 꼴찌로 들어왔다. 무려 17초 이상 늦게.
하지만 사람들은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결과를 떠나서 그가 어떻게 준비했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는 수영이 끝나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
맞다.
'내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행복하게 사느냐'
이게 더 중요하다. 결국 1등도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하고 싶은 거니까.
남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그게 나에게 맞지 않으면 좋은 게 아니다.
1등을 경험하면서 깨달은 것 2가지
1. 마음먹고, 행동으로 옮긴다면, 나도 해낼 수 있구나
2. 남들이 말하는 삶보다, 내 삶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구나
1등을 경험해보지 못했으면, 내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지 못했을 수도 있다.
반대로 1등만이 인생에 승리자이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결과적으로 1등을 해본 게 나에겐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숫자를 떠나서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을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1등이 아니어도, 성공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