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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SCM 탐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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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아 Dec 30. 2022

어느 날, SCM이 내 삶에 찾아왔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부서에 배치를 받았다

때는 2018년 겨울.

운전면허 학원을 마치고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어느 대기업 합격 통보를 받았다.


취업은 수능과도 같이 내 인생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줄 변곡점이었지만, 거창하기보다는 허무함에 가까웠다. 특히 이렇게 덜컥 안정적인 월급을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과 학교를 다닌 이래 항상 방학이 있었고, 예정된 졸업이 있었는데, 이제 그런 것 없이 평생직장에 다니게 된다고 생각하니 현실감도 없었다.


어문을 단일전공으로 하고, 실컷 여행 다니고 배우고 자랐던 대학생활의 끝자락에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채로 뛰어들었던 취업시장. 영업, 마케팅, 경영지원 등 '전공무관'이라면 지원할 수 있는 모든 곳을 다 지원하고도 확실할 수 없었는데, 내가 하게 될 일은 무엇일지 걱정 반, 설렘 반이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이 고민은 빙산의 일각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신입사원 연수가 끝나고, 신입사원이 모두 모여 발령지를 호명받는 시간이 있었다. 대표이사에게 사령장을 받고, 데리러 온 같은 부서의 선배와 함께 떠나가는 동기들을 보니 진짜 시작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었다. 대표이사 앞에서 손을 모으고 서 발령지가 어디인지 떨리는 마음으로 귀를 기울였다.


SCM팀 S&OP담당.


.. 잘못 들은 건가? 아무런 리액션도 할 수 없었다. S&OP라는 용어는 살면서 듣도보도 못한 말이었다.

언어 전공자 우대라는 조건을 보고 지원했는데 SCM이라니. 어문을 전공한 나로서는 너무나도 당연히 글로벌 쪽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S&OP라니.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곧장 핸드폰을 열어 S&OP가 뭔지 검색해 보았다.

Sales&Operation Planning의 약자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조직 간의 협의를 끌어내는 프로세스... 이것이 내가 인터넷에서 본 정의였다. 대학생활 내내 중국어만 했는데 수요와 공급이라니. 눈앞이 캄캄한 와중에 선배와 함께 이동하면서 도대체 뭐 하는 곳인가요.. 되물었던 기억만 남아있다.


첫 팀장님과의 면담에서 팀장님은 전체 계열사가 함께하는 그룹연수에서 내가 우리 기수 전체 기장을 맡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계셨다. 이유가 있으니 추천도 받았겠지. 앞으로 잘해보자고. 하고 껄껄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어렴풋이 교육 중 인사 매니저와 면담하는 시간에 SCM 부서는 씩씩한 친구를 배정할 거라고 했던 게 스쳐 지나갔다.


후에 선배가 말해준 비하인드 스토리로는, 우리 팀에서 처음으로 여자 사원을 받고 싶었는데, 내가 기장을 맡았던 게 꽤나 큰 플러스 요소였다고 한다.  그 씩씩이 이 씩씩이었나.. 


SCM부서는 일이 힘들기로 소문이 나있는데다가 내가 처음으로 팀에 합류한 여성인재였기 때문에, 마주치는 선배들마다 내 부서를 듣고는 괜찮냐고 걱정해주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나의 우당탕탕 SCM커리어가 시작됐다. 아는 게 없었기 때문에 1년뒤는 커녕, 하루 뒤의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 지도 그릴 수 없는 시작이었다. 4년이 꽉 지난 지금도 계속 SCM을 하고 있을 줄은, 그때는 꿈에도 몰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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