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제단
'원색은 소리요, 백색은 음악이다.'
다락방의 희미한 불빛 아래, 소년과 소녀는 그 마지막 문장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
그것은 해답이자 동시에 새로운 수수께끼였다. 지휘자가 되어야 한다니. 어떻게, 그리고 어디에서?
"잠깐만..."
소녀는 찢어낸 지도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붉은 사막, 초록의 숲, 그리고 푸른 빙원.
소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세 장소의 한가운데, 한 번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 지점으로 향했다.
“여길 봐. 세 장소의 정중앙. 우리가 단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았던 곳이야.”
소녀가 손끝으로 가리킨 자리에는 작은 제단의 그림과 함께, 희미한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바로 고대의 현자들이 세상을 뒤흔들었던 혼돈을 봉인했다고 전해 내려오는 ‘고대의 제단’이었다.
“가야 할 곳은 정해졌어.”
소년이 결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모든 빛이 하나였던 그 자리라면, 분명 그것들을 다시 하나로 합칠 방법 또한 남아 있을 터였다.
소년의 네 번째 출발은 이전의 그 어떤 여정과도 달랐다.
이번에 소녀는 음식 주머니 대신, 마지막 조언을 건넸다.
“지휘자는 소리와 싸우는 사람이 아니야. 모든 소리를 듣고, 이해하고, 제자리를 찾아주는 사람이지.”
소녀는 소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러니 이번에는… 지금의 세상이 내는 아픔을 전부 이해해 줘.”
소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혼돈은 두렵지 않았다.
이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단으로 향하는 길에서 소년은 지금까지 겪은 어떤 시련보다 더 거대한 혼돈의 풍경을 지나야 했다.
붉은 열정과 초록의 생명력이 뒤엉켜 서로를 질식시키는 가시덤불숲을 지나,
푸른 슬픔에 잠겨 모든 것을 멈춘 채 조용히 썩어가는 늪지대를 건넜다.
붉은 분노와 푸른 눈물이 뒤섞인 폭풍 속에서 길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사막의 열기를 안은 붉은빛 용기는 소년의 두려움을 억눌렀고,
숲의 생명력이 깃든 초록빛 인내는 소년의 걸음을 멈추지 않게 했다.
빙원의 고요가 스며든 푸른빛 지혜는 소년이 모든 혼돈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게 이끌었다.
그렇게 며칠을 걸었을까.
마침내 소년은 세상의 중심, 거대한 산맥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도착했다.
모든 색이 갈라지기 전 처음 머물렀던 땅.
이제는 그 어떤 색도 남아있지 않은, 완전한 고요의 땅이었다.
그곳에는 ‘고대의 제단’이 있었다.
화려함이라곤 없었다. 다만, 세월의 손길이 깎아낸 거대한 돌기둥들이 원을 이루고 서 있었고,
그 중심에는 빛을 머금은 어둠처럼 고요한 바위판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곳의 공기는 떨리고 있었다.
세 가지의 강렬한 색들이 서로를 밀어내며 내는 불협화음.
귀로는 들을 수 없지만 영혼을 뒤흔드는 거대한 소음이 제단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소년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그 소음의 중심, 세 가지 빛의 부조화를 조율해야 할 자신의 마지막 무대 위로 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