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의 빛
고대의 제단 중앙에 선 소년의 온몸을 보이지 않는 압력이 짓눌렀다.
그것은 소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소리가 그 안에 섞여 있었다.
세상에 풀려난 세 가지의 거대한 감정들이 서로를 밀어내며 내는 영적인 불협화음,
혼돈의 소음이었다.
소년은 그 압도적인 소음 속에서 정신을 붙잡으려 애썼다.
하지만 각각의 감정은 너무나도 강렬했다.
사막의 열정은 숲의 생명력과 충돌하여, 그 뜨거움이 방향을 잃은 맹목이 되고 그 성장이 탐욕이 되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무질서한 혼돈이 되었다.
숲의 인내는 빙원의 고요와 만나, 기다림은 정체로, 깊이는 공허로 변해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드는 차가운 허무가 되었다.
그리고 빙원의 고요가 사막의 열정과 맞닥뜨리자, 깊이는 열정에 휩쓸려 슬픔이 되고, 뜨거움은 차가움에 갇혀 분노로 바뀌며 파괴적인 절망의 폭풍우를 일으켰다.
소년은 마치 세 개의 거대한 파도 한가운데에 떠 있는 조각배 같았다.
결국 소년은 무릎을 꿇고, 제단의 차가운 바닥에 손을 짚었다.
혼돈의 소음은 그 모습을 비웃듯 더욱 거세게 몰아쳤다.
이대로라면, 자신마저 이 소리에 삼켜질 것 같았다.
'안 돼...'
소년의 의식이 흩어지려는 그 순간, 마음속에서 단 하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 모든 혼돈을 바라보며 슬퍼하던 소녀의 얼굴.
소년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었다.
소년이 바라던 것은 오직 하나, 세상의 빛 아래에서 웃는 소녀의 미소, 처음부터 그것뿐이었다.
소년은 눈을 떴다.
더 이상 혼돈에 휩쓸리지 않았다.
소년의 가슴속에 다시 타오른 순수한 열정은, 모든 고통을 견디게 하는 거대한 의지가 되었다.
소년은 떠나기 전 소녀가 남긴 말을 떠올렸다.
'세상이 내는 아픔을 이해해 줘...'
소년은 자신을 찢어발기려는 세 가지 고통을 향해, 그동안의 여정에서 배운 힘을 내밀었다.
먼저, 방향을 잃고 자라나는 맹목적인 야망의 비명소리를 향해, 소년은 빙원의 고요가 스며든 푸른빛 지혜를 내밀었다. 그것은 '어디로 가야 할지' 묻는 절규였다. 푸른 지혜의 빛이 혼돈의 중심을 꿰뚫자, 맹렬하기만 했던 성장은 비로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았다. '꿈'과 '목표'라는 이름의 숭고한 열망을 향한 성장은 비로소 '창조적인 활기'로 다시 태어났다.
다음으로, 얼어붙은 차가운 허무의 속삭임을 향해, 소년은 사막의 열기를 안은 붉은빛 용기를 내밀었다. 그것은 '사랑할 이유'를 잃어버린 마음의 동사였다. 붉은 용기가 그 얼어붙은 심장을 조심스럽게 끌어안자, 차가운 허무는 따스한 '온기'에 서서히 녹아내렸다. 모든 것을 포기했던 체념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용기'가 되었고, 멈춰있던 생명은 '새로운 시작'을 향한 설렘으로 다시 맥동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격렬한 충돌이 내는 '파괴적인 절망'의 울음소리를 향해, 소년은 숲의 생명력이 깃든 초록빛 인내를 내밀었다. 그것은 '서로를 이해할 시간'이 없어 서로를 파괴하는 아픔이었다. 초록의 인내는 그 맹렬한 불꽃과 차가운 얼음 사이에 스며들어, 서로가 머무를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격렬한 고통은 비로소 '치유'와 '용서'라는 이름의 기다림을 배웠고, 파괴적인 절망은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 '깊은 공감'으로 가라앉았다.
마침내 세 가지 빛이 하나로 숨 쉬는 순간,
소년의 가슴에서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찬란한 빛이 피어올랐다.
그것은 모든 소리를 품고 있으나 완벽히 고요한, 순수한 백색광이었다.
그 빛은 폭발이 아니었다.
조용히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이었고,
세상의 첫 아침을 여는 고요한 빛이었다.
혼돈의 소음은 멎었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모든 것을 감싸는 평화로운 침묵.
완벽한 세상을 위한 첫 음이 울리기 전의, 그 성스러운 정적이었다.
백색의 빛은 제단 위에서 장엄히 피어올랐다.
세상은 치유의 빛 아래에서, 마침내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