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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십 대 시절 기억 5.
-백과사전-
by
뚜와소나무
Feb 15. 2025
중3 사회
수업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 영국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다가 이런 질문을 하셨다.
“왜 장미전쟁이라고 하는지 아나?”
천진난만한 내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가시 달린 장미꽃을 가지고 서로 싸웠나 봐요.”
이 대답에 선생님은 크게 웃으셨다.
나는 조용히 손을 들었다.
선생님께서 발표해 보라고 하셔서
“한 가문은 붉은 장미를, 다른 가문은 흰 장미를 표방하는 깃발 아래
서로 왕권을 차지하려고 싸웠기 때문에 장미전쟁이라고 부릅니다. “라고 답했다.
선생님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시곤
“네가 그걸 어떻게 아노?”
하셨고,
나는
“
백과
사전에서 읽은 적이 있어요.”
라 했다.
그 사전이 바로 세계 대백과사전이었다.
한 질에 스무 권이 넘었던
것 같다.
지적 호기심이 한참 늘어나던 시기에
읽을거리가 부족했던 나는
어느 때부턴가 거실 책장에 꽂혀있던 백과사전을 읽기 시작했다.
그 시절 관심을 가졌던 주제 중
드문 드문 기억나는 것은
보석, 가구, 별, 패션, 유명한 그림,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인물,
장미종류, 웅장한 건물들, 넥타이, 비행기, 나사, 무기종류 등이
있
다.
백과사전이
내게 그토록 흥미로웠던 까닭은
우선 분야가 다양하고 사진자료가 많아서 직관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또 교과서와 달리 재미가 없는 부분은 휘리릭 그냥
넘겨버리면
되고
시험도 안보니까 부담이 없었다.
그 당시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관한 자료는
한 글자 한 글자 눈으로 짚어가며 읽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전쟁용 기중기 발명에 대해서였다.
읽다 보면 새벽 1시는 예사고, 새벽 3시까지 읽기도 했다.
“그만 좀 불 끄고 자라”는
부모님 말씀에
"네"대답만 하고
스탠드를 이불로 덮고서 읽은 날이 자주 있었다.
아마 그때부터 나는 책과
제대로 사귀기 시작한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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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서 풀 뽑고 야채 기르며 사는 전직 한의사입니다. 오래전부터 진료실 이야기와 가족의 일상을 간간히 기록해왔었는데, 이제 그 얘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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