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
평상시 일상 중 우리는 늘 누군가의 감시를 받는다. 연예인을 향한 뜨거운 관심, 애정 어린 시선 같은 것은 절대 아니다. 견제에 가까운 차가운 시선. 아닌 척, 모르는 척 하지만 서로가 서로의 어느 정도 관심 권역 안에서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바운더리를 갖고 머문다. 봉급 생활자의 경우 물리적 공간이나 동선이 뚜렷해 더욱 분명하며 공공기관 종사자라면 거기에 더한 감시를 받는다. 때 되면 찾아오는 자체감사, 일상감사 같은 것은 물론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서도 따라야 할 법적 근거가 비교적 명확하다. 공공기관에서 사업시행 앞서 작성된 계획은 대부분 사업근거에서 시작된다. 000법 제0조 및 시행령 0조, 혹은 행정규약 0조 0항. 최소한 방침서라 일컬어지는 4급 이상 간부급의 결재하에 계획이라도 있어야만 뭐든 해볼 수 있다. 생활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 의회와 민간의 단골 지적이 되는 것은 수당이니, 휴가니, 출장이니 하는 복무에 관한 노골적인 것이 대부분이며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있는 입장으로서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금 더 나아가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이 불명확한 쪽으로 보아도 뭐랄까 감시의 눈길은 일반인과 비교해 보자면 꽤나 명확하다. 옷차림과 염색 등 스타일이 절제된 헤어 세팅, 말투와 표정, 행동양식에서 오랜 기관 관공서를 드나 들었던 이들은 어찌할 수 없는 그들 특유의 공통된 외관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두드러지거나 개성이 강한 것은 되도록 피하고 본다. 대민 업무에 신뢰를 주고, 업무에는 기동성을 더해야 하니 영 틀린것만도 아니다. 현장을 나가 현황이라도 파악하고, 의견 청취라도 해 보려면 날티(?)나는 복장이나 문신, 알록달록한 염색은 곤란하다.
겨우 10년 넘게 재직했음에도 어느날부턴가 내 옷장 안에도 무채색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계절차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디자인과 재질뿐이니, 수도자나 선생님 사이쯤이랄까. 이런 자신들의 외형과 풍모에 대해 사실상 공공기관 종사자들 스스로도 냉소할 때가 많다. '공무원스럽다' 라던가, 그냥 뭐 전형적인 공무원이지, 라고 일컬어질 때의 예의 그 풍모는 옆 과장님이자 우리 과장님의 모습이며 한 층 아래 퇴직을 앞두신 국장님 모습이기도 하다. 같은 물을 30년쯤 먹고 나면 누구나 같은 모습이 되는 걸까. 그저 외형에만 한정된 것이기를, 머릿속과 마음만은 다르기를 희망한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