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기억이 아닌 감정으로 남는다

by HIHY

외할머니 꿈을 꿨다.

꿈속에서 외할머니는 병상에 누워계셨다.

병원에서 잠깐의 외출을 허가해 주었고 나는 외할머니 손을 잡고 산책을 나갔다.

우리는 아주 가파른 계단을 올라갔다.

까마득히 높은 곳까지 올라갔을 때 나는 외할머니의 손을 놓쳤다.

어느새 나는 바닥에 와있었고 외할머니가 뛰어내리는 것을 목격했다.

다행히도 외할머니는 안정적이게 착지를 했고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외할머니를 꼭 껴안았다.

그런데 잠시 후 외할머니가 사라지고 나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를 외치며 통곡을 했다.

그러다 잠에서 깼다.

꿈속의 감정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나는 한참을 울었다.

외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었다.

꿈속에서 잡았던 외할머니 손이 느껴지는 듯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외할머니 손을 잡아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다시 그 손을 못 잡게 될까 봐 두려웠다.


다음날 아침, 외할머니께 전화를 했다.

외할머니의 정정하신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불안함을 떨칠 수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만으로는 아쉬웠다.

외할머니 손을 잡고 싶었다.

그래서 일요일에 외할머니댁으로 가서 외할머니 손을 잡고 산책을 나갔다.

처음으로 외할머니와 둘이 사진도 찍었다.


사실 나는 외할머니와 엄청나게 애틋한 관계는 아니다.

내가 어렸을 때 외할머니가 언니와 나를 돌봐주셨지만 너무 어렸을 때라 기억이 없다.

크고 나서는 명절 때마다 외할머니댁에 갔지만 외할머니는 말수가 없는 편이시고 귀가 잘 안 들리셔서 대화를 거의 하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그냥 외할머니가 좋았다.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이 그냥 좋았다.

기억나진 않지만 외할머니와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이 좋은 감정으로 남은 것이 아닐까.


가족, 친구, 아는 사람 한 명씩 떠올려본다.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지는 사람도 있고 가슴에 돌덩이가 얹힌 듯 마음이 답답해지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과 있었던 일, 어떤 사건이 먼저 생각나지 않고 그 사람에 대한 나의 감정이 먼저 느껴진다.

사람은 기억이 아닌 감정으로 남는다.


반대로 생각해 본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떠올렸을 때 어떤 감정을 느낄까?

미소가 지어질까? 미간이 찌푸려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만큼은 좋은 감정으로 남고 싶다.

그들이 나를 생각했을 때 그냥 기분이 좋고 편안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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