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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본능

고수는 실패하지 않는 방법에 초점을 맞춘다


진화심리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오랜 진화과정을 통해서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것들은 이미 우리의 마음속에 프로그램화해놓았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생존에 필요한 것들은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 좋은 예가 언어다. 과학자들의 면밀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언어를 쉽게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사전에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인류는 약 1만 년 전부터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신석기시대로 불리는 농사짓는 시대에 들어서자 잉여식량이 생기고 이 식량을 저장하고 저축하고 빌려주는 재테크 개념이 생겨났다. 그런데 하필 운수 사납게도 인류의 진화가 바로 1만 년 전에 멈추고 말았다. 진화가 1만 년 전에 멈추는 바람에 인류는 자신들의 본능에
신석기시대의 재테크 개념을 새겨 넣을 기회를 잃어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부자의 삶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는 낙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재테크에 실패하고 가난하게 살고 있다. 수많은 재테크 도서와 세미나, 족집게 주식도사들이 남무 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수혜자는 지극히 극소수다.


출판사에서 광고하는 이 책의 저자는 500만 원으로 50억을 만든 재테크 고수라고 소개되어 있다. 일전에 '부의 인문학'이란 책을 먼저 접한지라 나 역시 호기심을 가지고 책장을 열었다. 하지만 역시 광고는 광고였다. 저자는 영리하게 500만 원을 시작으로 재테크하여 순탄하게 50억을 벌지 않았다. 맥없이 원금을 날리기를 여러 번 했고 식음을 전폐하며 병원신세도 졌다. 하지만 그가 우리와 달랐던 점이라면 절망하지 않았다는 것뿐이었다.


'부의 인문학'을 읽으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저자는 많은 책들을 섭렵한 지식인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부자의 길은 '투자'만이 살 길이란 사실을 명백히 깨달았다.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저자는 구속된 조직생활에 염증을 느꼈고, 나름 풍족한 생활이라고 생각할 돈(여유)만 있으면 자유롭게 살고 싶어 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그것을 이뤄냈고, 여전히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의 비법을 전수하고자 '부의 본능'을 알려주려 이 책을 발간했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재테크에 관심이 많다. 월급쟁이로는 도저히 집값 상승을 따라갈 수 없고, 또한 부자도 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부하지 않고 재테크의 경기장에 뛰어드는 건 죽자고 뛰어든 나방과 다를 바 없다고 조언한다.


먼저 그는 재테크 실패원인을 파악하고 스스로 얻은 결론을 말해준다.


대다수 사람들이 가난한 이유는 가난하게 살기 쉽도록 타고난 본능 때문이며, 본능대로 살기에 부자가 못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려 아홉 가지의 본능이 탑재되어 있기에 힘들다는 설명이고, 따라서 그 본능을 극복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처음엔 다소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었지만 읽을수록 그의 지론에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의 성공이 반박할 이유가 없는 이유기도 했다. 일단 이 책은 '부의 인문학'의 상세 편이라고 느꼈고, 그 책을 먼저 읽고 이 책을 만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갑질이 탑재된 부자가 아닌 겸손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부자로 살 길 바라는 진정성이 느껴져서 좋았다. 우리가 편안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꿈을 펼치려면 돈이 꼭 필요한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래전 어느 날, TV에서 '대박집, 쪽박집'이란 기획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난다. 자영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먼저 '대박집'에 가 손님들이 북적이는 것을 보면 빨리 개업을 하고 싶어 안달을 한다. 왜냐하면 저 대박집이 자기 돈을 다 뺏어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수는 제지한다. '쪽박집'부터 가야 하기 때문이다. '쪽박집'에서 손님이 안 오는 이유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개업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나 인상 깊게 본 프로라 이 책을 읽자 기억이 났다.


저자는 '성공하는 투자법'보다는 '실패하지 않는 방법'에 초점을 두어 설명한다. 자기처럼 많은 원금을 날리고 실패의 쓴 맛을 경험하지 말라는 조언이기도 했다. 이는 워런 버핏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정말로 부자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성공비법보다는 실패와 실수를 피하는 법을 먼저 배우라! 정말로 투자에 성공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남들의 실패에서 교훈을 배워라! 그리고 실패에서 교훈을 배워라! 그리고 실패를 성공으로 반전시켜라! 이것이 성공투자의 비법이다. 이것을 깨닫는 데 나는 많은 수업료를 지불했다. 제발 여러분은 수업료 내지 않고 이 '비법'을 깨닫기 바란다.



저자가 그래서 재테크의 실패 원인을 아홉 가지로 열거하며 원시시대부터 내려온 인간의 본능을 극복하라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재테크를 망치는 건 머리가 아닌 가슴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무릎에서 사고 어깨에서 판다"라는 말이 전설처럼 전해지지만 그 지침을 따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는 것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번번이 실패했던 재테크의 원인은 원시시대부터 탑재된 인간의 본능 때문이었다. 사회생물학적으로 인간을 해석하는 각종 도서가 설득력 있게 읽히는 요즘, 재테크에 대한 실패원인을 파헤진 내용은 굉장히 신선하면서도 설득력 있다.


1. 무리 짓는 본능의 오류: 야생에서는 무리 짓는 행위가 유리했을지언정 투자에 성공하려면 대중과 반대로 하는 게 유리하다. 파이의 몫도 커질 수밖에 없다.

2. 영토 본능의 오류: 영토를 지키려는 본능이 재테크를 망친다. 성공하려면 들개처럼 돌아다녀야 한다.

3. 쾌락 본능의 오류: 남들처럼 입을 것 다 입고, 놀 것 다 놀고, 먹을 것 다 먹으면 부자 되는 건 어렵다.

4. 근시안적 본능의 오류: 원시시대처럼 불안한 시대가 아니다. 하루살이 생활의 본능에서 깨어나라.

5. 손실공포 본능의 오류: 맹수가 내 먹이를 빼앗아 갈 거라는 생존위협은 손실을 기피하는 본능으로 진화되었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안전하지만 가장 큰 위험은 아무 투자도 하지 않을 때 일어난다는 점을 명심하라.

6. 과시 본능의 오류: 과시하고 우쭐대며 자신을 포장하는 행위는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7. 도사 환상의 오류: 인간은 아는 것보다 믿는 걸 더 좋아해서 차트도사나 전문가에 돈을 맡기는데 위험하다.

8. 마녀환상의 오류: 협동해야만 살 수 있었던 원시인들은 부자를 미워했지만 현대는 자본주의 시대다. 개인의 재산 축적이 자유로운 자본주의 게임의 룰을 익혀야 살 수 있다.

9. 인식체계의 오류: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에 과도한 확신으로 올인 투자로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지 못한다.


재테크에 실패했던 사람이라면 저자가 꼽은 실패원인인 9가지 목록에서 무릎을 치지 않았을까. 하지만 돈을 설사 잃었다 하더라도 교훈을 얻었다면 다 잃은 것이 아니라고 조언한다. 아는 것이 많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즉 실전 재테크에서 성공은 재테크지식과 실행 능력이다.


이 책은 주로 부동산과 주식에 대한 재테크 실전 비법을 말한다. 자본주의 체제과 인간본능을 이해하라고 설명하는 책이다. 예전에는 주식이나 부동산투자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투자는 성장이고 자유고 배움이다. 투자한 주식 및 시장에 관련된 산업에 관심으로 이어지고 공부(재테크 지식책, 철학)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무리한 투자가 아닌 공부하는 건강한 투자를 해야 한다.




<부의 본능 / 우석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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