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일에 왜가 없으면 내가 없어진다
단순한 형태 또는 반복되는 문서작업 같은 것부터 자동화되겠죠. 이렇게 되는 순간 인간에게 요구되는 덕목도 바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성실히, 꾸준히, 열심히 하는 자세를 높이 샀어요. 지금도 그런 면이 있죠. 그런데 로봇 R대리는 잠을 안 잡니다. 밥도 안 먹고 3교대도 필요 없어요. 월급을 올려달라는 말도 안 하고, 결정적으로 R대리는 오류를 내지 않습니다. 이렇게 동일한 업무를 꾸준히 하는 분야는 로봇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일자리는 곧 없어질 확률이 높으니까요.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외진 상권도 아닌데 '임대문의'라는 팻말이 붙은 빈 상가를 심심찮게 발견한다. 이제는 어지간한 음식점에서도 키오스크 주문을 받고 당연한 듯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주문버튼을 누른다. 또 은행을 가려거나 동네미용실을 갈 때도 휴대폰에서 대기버튼을 누른 뒤 동선을 확인하고 기다림 없이 정해진 시간에 현관문을 나선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진행하는 '비대면의 확산'은 코로나19 팬더믹을 겪은 후 공고해진 우리의 일상이다.
변화의 진폭을 예상하며 살다가도 가끔 너무 빠른 변화된 일상의 속도에 적응 버퍼링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이 어떤 국민인가. 변화에 대한 적응속도가 세계 최강이다. 처음에는 키오스크 앞에서 꾸물거렸을지 몰라도 사회적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노인들은 손자찬스를 쓰고 배워 당당히 키오스크 주문을 마친다. 왜냐면 모두가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의 발전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선호와 욕구가 맞아 떨어졌을 때 기존시장이 파괴되고 변화되는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팬더믹이라는 언텍트시대의 편리성을 맛보고 옛날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해서는 결국 망한다는 사실을 공부했다. 뿐만 아니라 비대면 시장은 편리성과 사람으로 인한 관계의 피로감을 없애준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데이터분석가로 유명한 송길영 씨가 이 책을 통해 미래의 대한민국을 진단하고 있다. 굉장히 재미있게 읽힌다. 그의 책을 읽고 나니 몇 년간 진행되고 변화되었던 사회의 추이가 이해되었다. 어려운 용어는 없기 때문에 누구나 시대적 흐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주장이 신뢰성이 있는 이유는 지난 20여 년간 분석해 온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일상이 어떻게 변화되고 사회적 가치관이 확립되었는지 찾아냈다는 점이다. 그는 과거의 성공방식은 지금까지 생존해 온 방식으로써만 인정될 뿐 미래의 변화에 주도권을 가질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빅데이터의 결론은 이미 예상되었던 일들이기도 하다. 그 패턴은 일정했다. 처음엔 사회적 이슈 거리에 사람들은 놀라지만 이내 흥미를 보이고 적용해 보고 괜찮다는 판단이 서면 시장이 쏠리는 형식이다. 그가 뽑은 변화의 키워드는 앞으로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다.
1. 분화하는 사회 - 당신은 혼자 삽니다
2. 장수하는 인간 - 당신은 오래 삽니다
3. 비대면 확산 - 당신 없이도 사람들은 잘 삽니다
당장 우리 집 큰애도 혼자 떨어져 잘 살고 있다. 그렇다고 크게 걱정되는 것도 없다. 예전에는 혼자 식당에 가기 곤란했지만 요즘은 혼밥, 혼술이 많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비대면의 편리성을 확인해 봤고, 저출산과 의학기술발전으로 인해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일보직전에 있다. 그가 진단하는 이 세 가지 키워드는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이미 우리들은 인정하는 태도를 보인다.
우리가 미래를 준비해야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을 나는 '장수'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유한계급이 존재했다. 자본소득이 높아 노동하지 않고도 소비에 초점을 두며 여유 있게 삶을 영위하다 죽었다. 하지만 현대는 장수시대다. 노는 것도 한 두 해다. 영화 '인턴'이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인기 있는 이유는 '나의 가치'를 '일하는 것'에 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화, 무인화가 대세가 된 지금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한정적이다. 저자는 심지어 현재 하고 있는 '중간상태의 일'은 모두 프로세스화되어 사라질 것이라 단언한다. 인간의 일 중에 유지되는 것이라면 '최상위층(아티스트, 장인, 창의적인 작업) 또는 최하위층(배관공, 수리공)'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가 말하는 이야기들의 결론은 하나같이 '방향성'이다. 무턱대고 누가 잘돼서 나도 덩달아 시작하면 망한다는 뜻이다. 처음을 선점해야 성공한다는 뜻이다. 일등만이 살아남는 세상에서 일등이 되려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실력을 쌓고 아주 잘해야 한다는 것! 실용서로써 이만큼 자극을 주는 책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저자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삶을 바라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사람보다 비교우위상 높다면 주목받고 우월한 마음이 들겠지만 이처럼 마케팅 평균수명이 5~10년도 넘지 않는 세상이라면 그 스트레스 또한 만만찮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장수하는 세상에서 많이 벌더라도 삼시 세끼 먹는 것은 똑같지 않을까 싶다. 조금 느리게 살면 좀 어떤가. 조금 벌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스트레스받지 않고 사는 것으로 방향을 잡는 것도 좋겠다 싶다. 나의 캐릭터를 잡는 것이다. 누가 뭐라든 말이다. 그렇게 나만의 각도를 잡고 저자의 외침을 읽으니 내가 선택한 내 삶이 더 좋아진다. 그러니 기죽지 말자. 선택의 문제다.
방향이 먼저입니다.
해보고 나서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하고 나서 검증하지 말고,
생각을 먼저 하세요.
'Think first'가 되어야 합니다.
Don't Just Do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