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과 감정이 아무리 경건해도 의지와 연결되지 않는 한 해로울 게 없다. 어떤 인간이 말했듯이, 적극적인 습관은 반복할수록 강화되지만 수동적 습관은 반복할수록 약화되는 법이거든. 느끼기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질수록, 점점 더 행동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느낄 수도 없게 되지."
-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中
사색(思索):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짐. 모두가 바라보고 있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세상을 발견하는 일
한마디로 이 책은 사색의 정석을 알려주고 있다. 세상을 바꾼 세기의 천재들서부터 현재 성공가도를 달리는 리더들의 힘은 바로 '사색'이었음을 강조한다. 사색은 세상이 정해놓은 규칙대로 살기를 거부한다. 그들의 원칙은 일관되는데 모든 생각의 기초는 깊은 사색에서 비롯되고 자신의 언어로 완성되어 나오며 신념이 담긴 행동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저자는 많은 고전을 통해 검증하듯 질 좋은 사색의 결론이 어떻게 그들의 삶을 바뀌게 했는지 설명해 준다. 읽다 보면 우리가 그동안 사색이라 포장했던 것들이 그저 비천한 '고민'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많이 놀랐던 부분이 있다. 이 책 전반에 많이 인용되는 괴테의 삶과 명언 그리고 도서 인용을 보더라도 저자는 괴테가 정신적 지주였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저자는 '괴테'의 사색을 온전히 닮듯이 흡수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결국 그는 괴테의 사색에 감정이입하기 위하여 괴테의 삶에 접속하고자 1년 넘는 기간을 고스란히 투자했다. 나는 그의 행적에 입이 벌어졌다.
"하루 10시간 이상의 집중 사색을 하는 날에는 극심한 탈수현상과 구토 증세에 시달린 나머지 의식을 잃기도 했다. 1년이 넘는 노력을 통해 그와 근접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과연 내가 사색에 대한 글을 내가 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치열한 사색 끝에 놀라운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색가가 되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하는 16개의 고전을 소개하며, 그들 작가가 각자 어떤 사색을 통해 이 위대한 고전을 집필했는지 그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진 것이다."
위대한 사상가의 사색을 배우기 위해서는 감정이입을 해보라는 의미다. 그저 책을 읽고 감상만 한다면 시간의 흐름에서 지워지기 쉽다. 멋진 사람을 동경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대부분 세상이 정한 고정관념과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지 않고 세상이 알려주는 대로 받아들이고 느끼며 살아간다. 하지만 제대로 된 사색을 하려면 새로운 눈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든 사물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사랑하거나 존경하는 사람의 감정에 이입하려는 노력은 사색의 단계로 가는 계단인 것 같다.
저자는 '2년 동안의 선원 생활'을 쓴 '리처드 헨리 데이너'를 감정이입의 인물로 소개했다. 새로운 천 개의 눈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따뜻한 감성과 버텨내는 강한 의지력을 가졌다. 편하게 정해진 관습대로 살지 않고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심장을 발견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동급생의 부당한 처벌에 대해 반론을 펼치다 정학을 당하고 자신의 삶을 벗어나 2년간의 선원생활을 경험하는 것을 선택한다. 실천이 빠른 사람이었던 것 같다. (위대한 인물들은 한결같이 결단력이 좋다) 선원생활에서 온몸으로 겪은 삶의 법칙을 카리스마로 무장하고 훗날 교편을 잡은 뒤, 법조계에 들어가 변호사로 활약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그의 적극적인 행동의 결단력이다. 교활한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초보악마인 조카 '윔우드'에게 인간을 유혹하는 방법을 알려준 것처럼 느끼기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사색은 물고기 없는 연못에 낚싯줄을 드리운 사람과 다를 바가 없음을 의미한다. 깊은 사색과 감정이입 그리고 행동력의 삼박자가 필요하다.
"다양한 고정관념을 장착하는 것은 질 좋은 사색을 위한 첫 단계이다. 고정관념이란 내가 알고 싶은 사물이나 사람에 온전히 몰입하는 과정을 통해 생겨난다. 이때 필요한 게 감정이입이다. 감정이입을 통해서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통찰이 가능해지고,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감정이입은 한순간에 마법처럼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력을 통해 누구나 충분히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사색가들이 이룬 업적에만 관심이 있고, 과정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그 업적만을 보고 천재라고 생각할 뿐, 나 자신이 이룰 수 있는 경지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사색가가 되기 위한 출발선에 서려고 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사색가는 지능이 뛰어난 자가 아니라, 목표가 생기면 절대 멈추지 않는 자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소개한 다양한 고전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삶에 적용할 '사색'의 원칙을 하나씩 끄집어내서 알려주고 있는데, 정리하자면 괴테의 조수 '요한 페터 에커만'에게 해준 조언과 대부분 일치했다.
첫 번째 조언: 욕심을 버려라
두 번째 조언: 겸손한 마음으로 배움의 방향을 정하라
세 번째 조언: 초심을 잃지 마라
네 번째 조언: 환경을 탓하지 마라
성장단계에서 무너지는 주된 이유는 욕심과 초심이 변질돼서 일 것이다. 자신의 생각대로 삶을 결정하려는 질 좋은 사색이 중요한 이유기도 하다.
니체는 "지금 이 인생을 다시 한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라."라고 말했다. 그것은 삶의 주도권을 쥐고 살라는 뜻이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매 순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모든 위대한 결과는 단숨에 나오지 않았다. 수많은 과정 속 단련의 근육과 사색이 끝이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이 중에서 우리가 흔히 핑계로 내세우는 '환경'의 변명은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현실의 불편을 뜻한다. 괴테가 살았던 당시 독일도 현재 한국의 젊은이들처럼 격동 속에서 고통으로 힘들어 취업이 힘들고 미래가 불안했다.
"세상에 진통제로 낫는 병은 없다. 치과에 가서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지 않는 한, 치통은 다시 당신을 찾아와 더욱 강력한 고통을 준다. 그처럼 오늘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현재를 살아내지 않으면, 엄청나게 두려운 내일을 맞이하게 된다. "
그래도 개인의 '성장'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상처받기를 두려워'하는 포기가 아닐까. 자신에게 처한 고통은 때론 열등감에서 자기혐오로 변질되어 삶을 폐허로 만들기도 하는데 '상처'를 숨기지 않고 세상에 당당하게 드러낸다면 오히려 성장하는 사색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설득이 무엇보다도 와닿는다. 왜냐하면 결국 자신의 치부인 상처를 숨긴다는 것은 나를 숨긴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상처를 딛고 일어선 사람은 그만큼 눈물의 강이 깊고 약자를 위한 연민도 강하다. 우리가 스토리가 많은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것도 소통할 수 있는 여유가 그만큼 많을 거란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자극을 굉장히 많이 받은 책이다. 나는 그동안 성장을 위한 사색 독서였는지 반성이 된다. 무작정 책 속에서 답을 찾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한 단계 일어설 수 있는 귀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