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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서 독서법

뇌는 반복되는 정보만 장기기억으로 저장한다.


우리 뇌에는 망상활성계라는 것이 있다. 뇌에는 불과 1초 동안 수백만 비트에 달하는 정보가 입력된다. 그런데 뇌가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수백 비트 정도다. 그래서 망상활성계가 쓸데없는 정보들을 거르는 여과 장치 역할을 한다. 중요하지 않은 내용은 대부분 30초가 지나면 잊힌다. 이것이 단기기억이다. 그리고 여과장치를 통과한 정보들만이 장기기억이 된다.



제대로 된 독서법을 알려주는 '초서 독서법'이란 이 책은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그치지 않고, 독서를 통해 비판적 사고와 변증법적 기술을 추가하여 최고의 집필 훈련법의 기초가 된다고 말한다. 즉 초서는 독서와 책 쓰기의 중간 과정이며, 책 쓰기의 예비 과정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서"라는 강으로 가기 위한 다리란 뜻이다.


저자는 다산 정약용의 초서 독서법을 많이 인용한다. 다산 정약용은 18년 유배생활시절 백성에게 이롭고, 국가 경영에 유익한 이론을 담은 책 500백여 권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러한 능력은 일찍이 초서 독서법으로 오랫동안 책을 읽어온 사람으로서 정보 습득 능력이 탁월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서를 필사와 오해한다. 책을 읽으며 중요한 내용이나 마음을 울리는 구절을 발췌해 적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초서 독서법은 그렇게 단순한 독서법이 아니다. 책의 부제로도 나와 있는데, '읽고 가려 뽑아 내 글로 정리하는 힘'이 바로 초서 독서법이다.


"독서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입으로 읽고, 눈으로 읽고, 손으로 읽는 독서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손으로 읽는 독서 '초서'다."


인용문처럼 인간의 뇌는 '망상활성계'가 있어 중요하고 생각하지 않는 정보는 여과 장치를 통해 잊게 한다. 벼락공부로 시험을 보고 나면 기억에 남지 않는 것도 그 이유다. 뇌가 단기 기억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장기기억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감정'과 ''을 이용해야 한다. 손은 바깥으로 드러난 또 하나의 뇌라고 칸트가 말했을 정도로 기록은 자신의 생각을 물리적 텍스트로 표현해 세상 밖으로 내놓은 결과물인 셈이다.


책 내용은 대단히 훌륭하고 알차다. 독서와 글쓰기를 즐기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결과적으로 초서 독서법을 총 100퍼센트로 비중을 두었을 때 총 3단계로 이루어진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단계(독서 전 단계)- 10퍼센트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 필요한 사전 지식을 빠르게 탐구하는 단계다.

먼저 제목, 표지, 차례, 서문을 대강 훑어보면서 이 책의 내용과 주제가 뭔지 생각해 보고,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기록한다.

- 제목과 표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 차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 책의 주제와 내용을 예측해서 기록해 보자

-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사전 지식이나 분야는 무엇일까?


2단계(독서 중 단계) - 60퍼센트

책 내용을 베껴 쓰기도 하고,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도 깨달은 것들, 의식이 달라진 것들을 적는 단계다.

- 핵심 내용이 책 어디에 있는가?

- 핵심 문장은 무엇인가?

- 작가의 주장, 견해는 무엇인가?

- 작가는 결국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 누구를 위한, 무엇에 대한 책인가?

- 구체적인 책 내용은?

- 전체적이 느낌은?

- 삶에 대한 통찰, 인간에 대한 통찰을 담은 책인가?


3단계(독서 후 단계) - 30퍼센트

책 내용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자신의 생각과 새로운 의식을 토대로 자기 자신만의 책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으로 책 내용보다 내용이 70~80퍼센트 정도 돼야 의미가 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별도의 노트에 책은 보지 않고 자신이 기록한 노트만 보면서 내용을 작성한다.

- 책을 읽고 나서 달라진 자신의 의식을 관찰하고 성찰해 그 변화를 기록한다.

- 책과 작가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의식의 변화와 확장은 무엇인가?

- 책 내용에서 인생과 미래로 의식을 확장시켜 본다.

- 나라, 민족, 인류, 우주로 의식을 확장하여 이 책의 내용, 주장과 연결시켜 본다.

- 개인, 민족, 인류에 대한 이 책의 의의는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 이 책을 주제로 수많은 사람 앞에서 특강을 한다고 생각하고, 특강 제목과 내용을 실제로 정해보고,

특강 자료를 만들어본다.

- 이 책을 설명하는 한 단어, 키워드를 선정해 본다.

-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본다(One Book Sentence)

- 이 책을 읽은 덕분에 반드시 필연적으로 읽어야 할 한 권을 신청해 본다(1+1 Book Choice)


독서도 체계적으로 주관을 가지고 의견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는 점과, 저자가 전달하고 자는 내용과 중요한 문장을 필사한 뒤에 전달하고자 했던 저자의 뜻과 의미를 찾아야 한다.


그다음 정말로 나 자신이 그 내용을 판단 없이 수용해도 좋을지를 비판하여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단계를 밟아야 한다.(취사선택) 그런 다음 자신의 견해를 선택한 문장과 함께 견해를 적는 것이다. (이 부분이 바로 초서 단계다)


가장 마지막 단계는 초서 이후 자신의 의식을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단계를 거치면 정약용이 강조했던 '독서-초서-저서'의 과정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독서는 무조건 많이 오래 한다고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정확히 깨우쳐준 고마운 책이다. 장기기억의 조건인 '초서 독서법'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독서에 있어 뇌는 나이 들수록 활용도가 증가한다. 데이터가 쌓이기 때문이다.



<초서 독서법 / 김병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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