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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없음

왜 인재들은 넷플릭스로 몰릴까



일단, 업무성과가 뛰어난 사람들로만 팀을 구성하면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할 것으로 믿어도 좋다. 회사 내에 솔직한 문화를 조성하고 나면 직원들은 선을 넘지 않도록 서로 조심하면서 동료들의 행동이 회사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도록 독려할 것이다. 그러면 통제를 걷어내고 직원들에게 좀 더 많은 자유를 줄 수 있다.

우선 휴가와 출장 경비 규정을 없애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이런 규정과 승인 절차가 사라지면, 회사가 직원들이 각자의 생활을 통제하고 알아서 제대로 일을 처리할 것으로 믿고 있다는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다. 회사가 그런 신뢰를 보일 때 직원들의 책임감은 더욱 강해져, 회사 구성원 모두가 주인의식이 한창 강화된다.




언택트 시대에 최고의 수혜기업으로 고도성장을 한 기업을 꼽으라면 대부분 넷플릭스를 말할 것이다. 넷플릭스의 경영방식이 어떻길래 무섭도록 치고 올라가는지 궁금한 기업가들이 많았을 텐데, 이 책 하나로 속시원히 풀어주고 있다.


열악한 중소기업을 다니다 퇴직한 입장에서 이 책을 읽으니, 뭐랄까 꿈의 직장이란 생각이 먼저 들었고 역시 최고의 기업은 뭐가 달라도 다르단 감탄이 제일 먼저 나오게 된다. 먼저 인재를 담는 그릇이 다르다. 현재, 반증이라도 하듯 구글보다 넷플릭스에 인재가 더 몰린다고 한다. 업계최고다.

먼저 넷플릭스의 파워풀한 성장속도는 역시 아낌없는 투자에 있을 것이다. 규제 없는 지원과 규칙 없는 기업문화는 자유로운 창의적 사고로 이어져 성장한다. 너무 단순한 법칙 같지만 현실로 들어가 하나씩 동종업계와 비교하면 불가능한 일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기까지 가능했던 기업의 기본력은 사고의 유연성이다.

먼저 경영전략을 시대별로 맞춘 것이 유효했다. 넷플릭스의 유연성은 연대기를 읽으면 이해가 대충 된다. 설립당시는 우편으로 DVD를 대여해 주었다. 그러다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환했고, 이제는 드라마나 영화제작에 직접 뛰어든다. 진입장벽이 있는 로컬시장엔 그 나라의 콘셉트에 맞는 지원으로 진입한다. 우리나라에 '승리호'에 이어 '오징어게임'의 대박이 좋은 예라 하겠다.


한때는 블록버스터에 기업을 넘기려는 시도도 했지만 거절당하자 바로 구조조정이라는 아픈 칼을 집어 들고 인재경영의 첫 발을 띠는 시도를 과감히 하게 된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인생에 있어 한 번의 귀인이 찾아온다고 하던데, 블록버스터의 거절이 넷플릭스의 변화를 주게 된 나쁜 귀인(?)이 된 셈이다.

이 책은 넷플릭스의 현 CEO가 쓴 책으로 과감 없이 그들의 기업 방식과 문화를 디테일하고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보여주기 꺼려하는 회사기밀 따윈 귀찮아서 금고에 넣지 않는 사람처럼 대단한 솔직함을 보여준다. CEO라면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데, 읽는다 해도 반영을 하기가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대박집 사장이 레시피를 오픈해도 따라 하지 못하는 것처럼.

책의 1/3을 거론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인재 밀도(talent density)'다. 창의적인 요소를 중시하는 기업이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세계 최고, 업계 최고의 인재를 모셔오는 일에 사할을 거는 기업이다. 그 인재들을 모셔오고 불필요한 내규(규칙)를 없애고 그들의 창의성을 자유롭게 발휘하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것이 요점이다. 딱 봐도 사람이 먼저인 회사다. 창업초기 직원이 얼마 되지 않을 때는 사람위주로 일을 하다가 기업이 커지기 시작하면 직장규제로 직원을 올가메는 것이 대부분의 기업들의 형태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세를 멈추지 않는 넷플릭스의 변함없는 기업경영은 그래서 더 대단해 보이는 것이다. 책 제목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규칙은 '규칙 없음'이 답이다.

인재밀도를 높인다는 의미는 영입과정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연봉협상이 있는 매년초 에는 업계조사를 통해 또다시 최고로 연봉협상을 해준다. 그러니 그들이 떠나겠는가.

CEO 리드가 팀원들에게 어린 왕자의 저자 생텍쥐페리의 시를 자주 인용하는 구절이 있다.

만약 배를 만들고 싶다면
일꾼들에게
나무를 구해오라고 지시하지 마라
업무와 일을 할당하지도 마라.
그보다는 갈망하고 동경하게 하라.
끝없이 망망한 바다를


넷플릭스는 해당 분야의 최고 실력자들을 모아 인재 밀도를 높이고 그들에게 열린 피드백 문화를 정착시키고, 회사의 기밀을 남김없이 공개한다. 그렇게 하면 직원들은 주인의식과 충성심을 갖게 된다. 직원들이 회사의 민감한 정보를 적절히 다룰 것으로 믿어주면, 그런 신뢰로 인해 책임감은 더욱 강해져 그들 역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입증해 보이는 것이다. 말이 쉽지, 이러한 기업문화를 정착시키는 데는 정적인 규칙은 분명해 보인다.

당사자가 일개 팀원이라 할지라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면 최종 결정의견자로 완전한 자유를 주기 때문에 그 책임감은 막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생각해 보라. 누가 그 책임을 지고 싶겠는가. 하지만 자세히 기업문화를 들여다보면 그들의 자유 안에는 피드백의 완벽성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회사 내에 건강한 피드백을 권장하기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대부분 상대방이 피드백을 하면 방어하기에 급급하고 기운이 빠지고 불쾌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간혹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더라도 서로 성공할 수 있게 도우라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올바른 환경에서 올바른 방식으로 접근하면,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고도 피드백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훈련적으로 접근했다. 그 내용이 어렵지 않아 옮겨 본다. 시작이 반인 것처럼 기업 내 반영을 원하는 곳이 있다면 참고했으면 좋겠다.


"피백을 줄 때"

1. AIM TO ASSIST(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
피드백은 선의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불만을 털어놓거나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거나 자신의 입지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피드백은 용납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행동 변화가 상대방 개인이나 회사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납득시켜야 한다. "외부 파트너와 회의할 때 이를 쑤시는 모습이 무척 거슬립니다."는 잘못된 피드백이다. 올바른 피드백은 이런 식이어야 한다. "외부 파트너와 회의할 때 이를 쑤시는 습관을 고치신다면, 파트너들이 팀장님을 좀 더 전문가답다고 여길 것이고 그래서 더욱 긴밀한 관계를 쌓을 수 있을 겁니다."

2. ACTIONABLE(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
피드백은 받는 사람의 행동이 변화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쿠바에서 애린에게 준 피드백이 "교수님의 프레젠테이션이 메시지를 망치고 있다."는 코멘트로 끝났다면 잘못된 피드백이었을 것이다. 올바른 피드백은 이런 것이다. "청중에게 그런 방식으로 의견을 구하게 되면, 결국 미국인들만 참여하게 됩니다." 더 좋은 방법도 있다. "회의장에 있는 다른 나라 출신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교수님의 메시지는 더욱 분명하게 전달될 겁니다."


"피드백을 받을 때"

1.APPRECIATE(감사하라)
비판을 받으면 변명부터 하려 드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반사적으로 자존심이나 체면을 지키려고 한다. 그러니 피드백을 받으면 이런 자연스러운 반응을 자제하고 이렇게 자문해봐야 한다. '어떻게 해야 상대방의 고언을 신중하게 듣고, 열린 마음으로 그 의미를 짚어보며, 수세를 취하거나 화를 내지 않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

2. ACCEPT OR DISCARD(받아들이거나 거부하라)
넷플릭스에서 일하다 보면 많은 사람으로부터 많은 피드백을 받게 된다. 어떤 피드백이든 일단 듣고 생각해 봐야 한다.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진심을 담아 "고맙다"라고 말하되, 피드백의 수용 여부는 전적으로 받는 사람에게 달렸다는 사실을 양측 모두가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을 단지 넷플릭스의 성공신화를 다룬 것으로 읽기보다는 기업 내 올바른 기업경영 문화를 배울 의도로 읽으면 훨씬 유익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규칙 없음 / 리드 헤이스팅스, 에린 마이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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