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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

말투는 버릇이다. 하지만 바꿀 수 있다.

자신의 말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에 무관심한 사람은 마치 주변 사람들에게 마구 총을 쏘아대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 나에게는 어떤 말버릇이 있는지 떠올려보자. 당신의 말투가 상대방에게 어떻게 보이고 있는지, 나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 세상을 향해 총질만 해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나의 말투는 안녕한지, 나를 한번 돌아보는 것이 말투를 개선하는 노력의 시작이다.


본문 中



누구나 비호감, 극혐인 사람 때문에 힘들어한다. 나 같은 경우엔 '잘난 척하거나, 대화의 주도권을 놓지 않고 혼자서 떠드는 사람'을 제일 혐오한다. 저럴 바엔 벽 보고 떠들지 왜 모임에 나왔는지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다. 그 역시 눈치는 채지만 버릇이 되어 제지를 해도 얼마 가지 않아 또다시 사람들을 향해 듣기 싫은 총질(말투)을 해대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영영 고치기 힘들어 보여 고개를 흔들게 된다.


사람이 사회적인 관계망 안에서 힘들어하는 것은 사실 일보다도 인간관계 때문이 아닐까 싶다. 힘든 일이야 극복하면 되지만 비호감인 사람이 상처 주는 말투는 비수처럼 마음에 오래 남아 아프다. 하지만 저자는 남을 탓하기 이전에 자신의 말투도 혹시 상대방에게 언어폭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라고 권한다. 뜨끔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누구나 한 두 가지씩 수정하고픈 버릇이 있다. 내용을 빨리 전달하려다 보니 급해지는 말투라던지, 상대의 반응을 보며 말하는 지나치게 신중한 말투라던지, 이성적이지만 딱딱한 말투라던지, 특정 짓는 주어(남자들은, 여자들은)를 남발하는 말투 등 본의 아니게 내용 앞에 따라붙는 말투들 말이다. 나의 말투에만 관대한 것이 아닌지 순간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우리는 상대방의 말투를 보고 그 사람의 습관이나 성격을 짐작하고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말투는 천성이라 고치기 어렵다고 포기한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도구를 포기하는 셈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조금만 신경 쓰고 노력하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고 용기를 준다. 정말 책을 읽다 보니 연습하고 노력한다면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말투가 삶의 대화에서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까. 저자는 상대와의 대화를 지배하는 것은 내용이 아니라 말투라 강조한다. 내용은 훌륭하지만, 말투가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한다거나, 강요하는 투라면 절대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상대는 말의 내용보다도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 몸짓에 더 호감을 느꼈다.


"커뮤니케이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연구 중 하나로 앨버트 메리비언 Albert Mehrabian의 '메라비언의 법칙'이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대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말 Spoken Language'은 커뮤니케이션에서 7퍼센트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93퍼센트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38퍼센트는 '목소리 Voice Tones', 나머지 55퍼센트는 '몸짓 Body Language'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인간은 편안한 사람과 대화를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말투는 논리가 아니라 감정의 단어이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도구인 셈이다. 그렇다면 어떤 말투로 연습을 해야 할까. 저자는 동류의식同類意識, 즉 너와 나는 다르지 않다는 마음가짐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말투는 논리가 아닌 감정이란 사실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방법은 너무나 간단했다.


1. 내가 좋아하는 말투가 있다. 그 말투를 상대방에게 해주면 된다.

2. 내가 싫어하는 말투가 있다. 그 말투는 사용하지 않는다.


내가 존중받는다고 느꼈던 대화, 나를 화나게 했던 대화를 떠올려보고 그 말투를 사용해 보란다. 말투는 논리가 아닌 감정이란 사실을 명심하자. 말 그대로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되었다. 그러기 위해서 이제부터라도 논리와 내용보다는 순간순간 어떤 말투를 쓰고 있는지 자기 자신을 살펴보는 것이 우선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불통의 관계로 힘들어한다. 부모와 자식, 상사와 부하, 시부모와 며느리, 남편과 아내, 친구 등등.. 만약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진심은 전달도 못한 채 말투 하나 때문에 상대가 등을 돌리고 있다면 억울하다 속상해하기 전에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내가 상대와 다르지 않다는 마음가짐은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할 때 성립된다는 점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직장 다닐 때 워크숍 진행 시 초대된 어느 강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인간관계를 좋게 하거나 원만하길 원한다면 '미러링 효과'를 경험하란 것이다. 미러링 효과는 호감 가는 상대의 말투, 표정, 행동들을 마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처럼 똑같이 따라 하는 동조효과로써 인간의 무의식적 행동을 말한다. 이 책의 저자는 상대의 고민을 토로했을 때 우리들의 반응도 유사하게 제시했다. 자기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노력해야지 섣불리 카운슬러 역할은 오히려 관계를 악화시키는 일이라고 한다. 상대의 고민에는 단지 반복적인 리액션만으로 충분하다는 것. 저자가 예를 든 사례는 읽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바람직한 리액션이다.


1단계 감정에 대한 반복 응대: "아, 그래? 요즘 많이 힘들어?"

2단계 상대방의 구체적 문제에 대해 반복의 리액션: "회사 다니면서 대학원 논문 쓰는 게 진짜 힘든 일인가 보다"


여기에 쐐기를 박는 응원 한마디면 최고란다. 나는 이 대목을 읽을 때 기분이 괜히 좋아져서 크게 웃었다. 이 친구와는 평생 가겠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너니까 이렇게 직장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거야. 나 같으면, 아니 웬만한 사람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거야. 네가 내 친구라는 게 자랑스럽다!"


사람의 행동은 스스로 커다란 깨달음이 동반되야만 바뀔 수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투만 바꿔도 사람이 달라 보이고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제안이 참 신선하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 사람은 누구의 탓도 아닌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 / 김범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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