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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어른이 이렇게 힘든 건가요

'내일'이 이끄는 삶이 아닌, '내 일'이 이끄는 삶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이유로 살게 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로 산다면, 인생을 둘러싼 수많은 비밀을 저절로 깨닫게 된다.  이를테면 분야는 모두 다르겠지만, 세상의 모든 대가는 자기 삶의 무대 위에서 떨고 있는 사람들에게 "즐긴다는 마음으로 해보세요'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그런 식의 조언은 현실에서 쉽게 적용이 되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중략)

이쯤에서 우리는 이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즐기라는 대가의 조언이 듣기에는 참 멋지지만, 우리의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는 이유는, 일을 즐기려면 '우선 그 일을 엄청나게 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엄청난 실력을 갖고 있는 사람만이 일상을 게임처럼 즐기며 살 수 있다. 결국 우리에게 먼저 필요한 건 '즐기겠다는 마음'보다 '즐길 수 있는 실력'이다.


-'에필로그' 中



눈길을 사로잡는 책 제목이 아니었던 만큼 별 기대 없이 읽었던 책이었는데, 읽을수록 당당하고 논리 있는 저자의 글에 매료된 책이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반짝이고 있었다.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한 독자가 있다면 꼭 시간을 내길 추천하고 싶다.


알고 보니 저자는 인문학자로서 어른들이 가장 신뢰하고 지지하는 인문 교육 전문가였다. 나태해진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들었고 인문학적 삶이 얼마나 유용한지 일깨워주었다. '원래 어른이 이렇게 힘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다 보면 '어른'이 되기 위해 '어떻게'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수정할 수 있었다.


사실 '어른으로 산다'는 것에 제일 먼저 드는 답은 '힘들다'가 아닐까.. 니체가 말한 인간의 3단계 중 '관습과 규범의 짐을 짊어지고 힘겹게 살아가는 낙타'를 떠올린 사람이라면 힘들다는 대답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다. 저자는 우선 어른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다 자란 사람, 돈을 벌기 시작한 사람, 누군가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 독립해서 사는 사람이라는 정의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유로 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즉 니체가 강조한 '어린아이의 삶'이다.


'내일'이 이끄는 삶이 아닌 '내 일'이 이끄는 삶이다. 책 속의 소제목에 나오는 타이틀인데 나는 이 책의 모든 주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이해됐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라는 단순한 결론이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하므로 그 안에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특화된 생산성을 향해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다. 이 논리는 너무나 뻔한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 엄청난 노력과 시장감각을 가져야 한다. 여러 예시와 논리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았던 것은 이영표 선수의 인터뷰였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잘해보겠다는 욕심이 있다면 '어떻게'라는 자신만의 답을 찾아 치열하고도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표 선수는 주인 없는 공이 생길 때마다 '저 공을 내가 다 가져가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어떻게 하면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줄넘기하기라는 답을 얻어 당장 실행에 옮겼다.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줄넘기 2단 뛰기를 매일 1,000개씩 반복훈련했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해야 하는 일'로 만들라고 말했지만, 이쯤 되면 재능이 먼저인가 노력이 먼저인가 좀 헷갈리긴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인간은 결국 기적을 만들 수 있는 존재라는 의미다. 내가 찾은 결론은 운동선수의 경우 솔직히 타고난 DNA는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런 사람만이 엄청난 노력과 결합되어 대표선수의 자격으로 보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 사례에서 그저 나는 DNA가 없으니 포기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 모두가 운동선수는 아니니까.


저자가 말하는 의도는 치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짜 잘 나가는 사람들이 자기 일에 몰입하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가져보란 말이다. 그들은 세상의 콘텐츠를 세밀히 분석하고 철저하게 트렌드와 니즈를 파악할 줄 안다. 그리하여 출시한 상품이 대중의 사랑을 받게 한다. 시간이 흐른 뒤 그 상품은 작품이 된다. 저자의 결론이 멋지다.


"치열하게 상품을 만들어라.

처음부터 작품인 건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좋은 상품이 훗날 뛰어난 작품이 된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의 일에 무섭게 집중한다. 나를 위해 보낸 시간만이 나의 것이다. 인맥을 쌓을 시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내가 현실에서 쌓은 인맥은 휴대폰을 잃어버리면 사라지지만, 자신에게 집중해 살아 성공한 사람은 사람들이 알아서 연락이 온다. 인생의 성공은 대단한 사회적 지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대변할 상품은 '인격, 지식, 성품'도 해당된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나이를 먹고 고견을 듣고 싶어 찾아오게 만드는 사람도 성공한 삶이다. 저자가 재미있게 비유한 '잘 생긴 혹은 예쁜 사람이 말도 잘하는 이유'란 글을 읽을 때 웃음이 났다.


"외모가 뛰어난 사람이 말을 시작하면, 그가 무슨 말을 하든지 상관없이 일단 끝까지 들어준다. 이유는 간단하다. 말하는 내용이 흥미로워서? 전혀 아니다. '오랫동안 얼굴을 보고 싶어서'다."



외모지상주의를 거드는 비유는 아니다. 나의 경쟁력에 힘을 실으라는 뜻이다. 무엇을 말하든 자신의 말이 중간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끝까지 안정감 있게 전달할 수 있다면 그 또한 경쟁력 있는 사람인 것이다. 지성이 이끄는 매력은 나이가 들수록 깊어갈 수 있다.


어른의 자리는 원래 힘들다. 힘듬에도 변명하지 않고 빈곤한 생각을 멈추면 멋진 어른이 될 수 있다. 세상의 니즈를 파악하고 자신의 상품가치를 찾아 '어떻게'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하며 노력하며 살자. 저자는 당신의 반복이 곧 당신이라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반복이 쌓이면 곧 실력일 될 테지.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한다.  좋아하기에 아무리 힘든 날도 빠짐없이 활자에 눈이 간다. 책을 다 읽고 독후감을 쓰면서 내 생각을 정리해 본다. 저자의 생각에 내 경험이 떠오르고 결론처럼 내 삶에 녹아내는 시간이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시간이라 즐겁다. 왜 즐거운가 생각해 본다. 몰입하기 때문이다.



<원래 어른이 이렇게 힘든 건가요 / 김종원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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