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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삶이 빛난다

엄청난 자기 절제에다 행운까지 따른 덕분에 평생토록 건강과 행복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해도 겨울을 피해 갈 수는 없다. 부모님은 나이 들어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고, 친구들은 사소하게나마 우리를 배신하기 마련이며, 권모술수가 판치는 세상 역시 우리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어디쯤에선가 넘어지게 되고, 겨울은 그렇게 조용히 삶 속으로 들어온다.


-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본문 中




친정엄마가 돌아가시고 팔 하나가 떨어져 나간 아픔으로 시간을 보냈다. 심한 감기에 걸린 사람처럼 흉통으로 일상이 힘들었다. 가족들에게 우울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뒷산에 올라 인적 없는 곳을 찾아 몇 번이고 울다 내려왔다.  그리고 힘이 나면 홀로 남아 아내 없이 축 쳐진 아버지를 찾아갔다. 그렇게 악을 쓰며 견딘 6개월이 흘렀다.  시간은 힘이 있다. 현실은 애도할 시간을 서둘러 정리하게 한다.


훌쩍 떠난 이의 숙제를 남은 이들은 묵묵히 군말 없이 처리해야 했다.  남동생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엄마가 떠나시고 형제들은 재산싸움으로 갈갈이 너무 쉽게 찢어졌다. 그런 형제간의 싸움에도 아버지는 교통정리를 안 하신 채로 아내의 손에서 남동생내외의 몫이 되었다. 뇌경색 이후 15년간 그래왔듯이.. 원망을 하다가, 실망을 하다가, 포기를 하다가, 지쳐서 이제 이해를 해보려고 한다.






동생네 집 베란다가 익숙해 다시 보니 친정집에 있던 화분들이 꽤 있다.  봄만 오면 잠깐 화려하게 피었다 지는 선인장 꽃도 피어 있었다.  엄마의 핸드폰에 가장 많이 저장되어 있었던 선인장 꽃이었다.  이쁜 꽃을 보는데 눈물이 흐른다. 나는 이 꽃을 볼 때마다 울겠구나.  엄마가 내 가슴속에 있었다.


삶의 종착역에는 예외 없이 누구에게나 죽음이 있다. 죽음은 애착 강도에 따라 차별대우 하지 않는 것이다. 한 번 사는 삶 속에서 우리는 왜 그렇게 슬픔을 외면하며 사는 걸까. 그럼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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