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가볍게 김밥과 사과를 싸서 상암 하늘공원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하늘공원은 억새풀축제로 유명한 곳이지만 어느 계절에 가든 만족도가 좋다는 글을 읽고 오전산책길 코스로 낙점을 했지요. 저희는 난지천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하늘공원으로 직접 가지 않고 '유아숲체험관'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귀여운 시냇물이 흐르고 돌계단을 건너자 아이들 전용 숲이 펼쳐져 있더군요.
유아숲체험관은 자연나무를 활용한 조형물과 놀이기구로 만들어져 유아들이 자연과 친화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우리가 내려올 때는 메타세쿼이아길을 통과하며 다시 유아숲체험관으로 향했는데 가족들과 옹기종기 즐겁게 노는 아기들이 많아 미소가 피어나더군요. 아이들은 정말 꿈나무들이에요.
하늘공원으로 향하는 곳에는 깔끔하게 조성된 하늘계단이 있는데 오르는 도중 만나는 나무들과 풀들이 왕성한 기운을 뿜어 냈습니다. 빨갛게 익어가는 보리수 열매를 하나 따 입에 넣었는데 새콤한 맛이 침을 고이게 하더군요. 찡그리며 먹고 있는 아내를 보며 시골출신 남편은 어려서 보리수열매로 허기를 채웠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숨이 찰 무렵 도착한 정상에서 바라본 한강의 조망은 보상이라도 주는 듯 너무나 근사했습니다.
마포 하늘공원은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을 복원해 만든 월드컵경기장 일대 대형 공원 중 하나랍니다. 정상에 하나 있는 편의점 사장님이 이곳이 예전엔 연탄매립지였다고 알려 주시더군요. 가을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파가 붐빈다고 하네요. 열심히 자라고 있는 새순 격인 6월 억새풀도 1미터가 넘던데 가을엔 얼마나 자랄까 가늠이 되질 않더군요. 가을 억새풀은 예초기로 수확해 민속촌 지붕으로 사용된다고도 알려주셨어요.
정사각형으로 깔끔히 조성된 하늘공원은 탁 트인 하늘과 억새풀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었습니다. 하늘공원인지 하늘바다인지, 이곳의 정체가 가늠이 되지 않는 면적의 힘에 입이 떡 벌어지게 하더군요.
6월의 쨍한 햇살로 달궈진 대지 위에서도 거침없이 불어오는 바람에 정신을 차리고 그들을 만나러 다가가는 우리는 가슴이 조금 뛰기 시작했습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그늘 그네에서 앉아 하늘바람을 만끽하며 눈을 감고 있자니 한 마리의 새가 된듯한 자유로움에 환호성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우리가 삶에 지쳐 자연을 찾을 때 충전되는 기분을 느끼는 것은 위안뿐이 아닌 삶의 방향을 찾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부정적인 길로 쉽게 빠지게 되는 사람은 삶의 중심이 잡혀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흔들리더라도 중심이 잡혀 있는 사람은 쉽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삶이 아닌, 나를 위한 성장과 나의 분투와 나의 약속에 정직하기 위한 하루하루가 채워져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울창하고 힘 있는 자연의 오늘은 가능성을 믿은 내면의 힘입니다.
작게 살지 말라고, 지금 가진 건 작을지라도 작게 살지 말자는 다짐의 힘을 충전한 뒤에 돌아왔습니다.
마포 하늘공원 '난지천공원 주차장'에 주차하고 '유아숲 체험관'쪽으로 가는 길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습니다
하늘공원으로 향하는 291개 하늘계단에서 만난 빨간 보리수 열매_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마음껏 자유를 느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