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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생태경영

조직이 살아야 내 삶도 편안하다


생물학자들은 종종 부질없는 내기를 벌인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과연 인간이 지금까지 살아온 기간만큼 살 수 있는지 내기하는 것이다.  나는 우리가 앞으로 20~25만 년을 더 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비판적 전망을 뒤집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 선조들이 터득한 경쟁적 협력, 즉 경협(競協, coopetition)의 지혜를 되살리는 일이다.





평생 학자로 삶을 이어가던 분이 어느 날 운명처럼 서천의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을 맡고 3년 2개월 동안 대한민국 최고의 조직으로 이끌었던 최재천 교수의 지혜가 담긴 책이다.  한 마디로 서천 국립생태원 원장으로 취임하여 목표 관람객 수를 300% 초과 달성한 성공사례집이며 생태학자로서 조직 경영을 재해석했다.  



보통 리더라고 하면 카리스마 있게 조직이 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만드는 혁신적인 가치관이 떠오르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부드러운 이미지의 최재천 교수님과는 뭔가 어울리지 않아 갸우뚱하게 만든다.  



나는 내 생각이 틀렸고 남이 옳을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산다.  그래서 카리스마가 없다는 얘기를 늘 들으며 사는 모양이다.  카리스마로 꽉 찬 두뇌 하나가 유연한 두뇌 여럿의 집단 지능을 이길 수 없음을 나는 너무나 잘 안다.  나는 카리스마 없는 리더로 살기로 했다.




저자는 짧은 연임기간 내에 최대의 효과를 요구하는 상부의 지시와 지역시민들의 압박을 만족시키며 또한 자신이 추구하는 생태계 연구를 효과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려 고민했다.  그러한 자신만의 구상을 위해 과감히 카리스마를 버리고 유연한 두뇌 여럿의 '집단 지능'을 선택한다.  최재천교수는 유연한 생각만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 더 넓고 큰 세상을 품을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평생 생명 사랑 정신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제인 구달'의 생명 사랑 십계명처럼 '최재천의 경영 십계명'을 만들어 경영한 내용을 이 책에 담고 있다.  경영은 어느 성향이 리더에 오느냐에 따라 조직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그는 경영에는 문외한도 같은 자신처럼 몇 가지 원칙을 세우고 최선을 다하면 성공한 경영인이 될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그의 경영 십계명이 이 책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데, 모두를 첫 번째가 생태원의 취지와 가장 부합해 보였다. 잊으면 안 되는 첫 번째 사명인 것이다.



세상은 군림(君臨)이 아니라 군림(群臨)으로 유지된다.  '임금(君)' 곁에 온순한 양(羊)들이 둘러서면 졸지에 '무리 군(群)'이 된다.  우리 사회는 얼마 전 바로 이런 '양들의 군림(群臨)을 뜨겁게 경험했다. 세상 모든 조직이 다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국립생태원은 원장이 홀로 군립하며 끌고 나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흔히 조직에서 리더를 '꼰대'로 치부하는 것은 자신의 신념에 수정이 없이 확신을 밀어붙이는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에서 발로 한다.  최재천교수는 자연에서 배운 공영(共營)을 조직에 반영하여 공동경영, 공감경영을 실천하고 싶어 했다.



그가 평생 자연을 관찰하며 살아오며 깨달은 것이 이 세상에서 "손 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라고 한다.  그만큼 경협(競協, coopetition)은 생태계에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상호협력을 해야 한다는 철칙이기도 하다.  협력이 그 진가를 발휘하려면 조직원 하나하나의 달란트(재능)의 관찰이 우선되어야 하고 리더는 그 인재를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배치하여 그 재능의 적합성을 발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믿었다.  



'인사가 만사다(人事萬事)'라는 말처럼 그는 생태계를 열심히 관찰한 특유의 능력을 인사에 발휘하여 조직원의 개성에 맞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으로 배치를 결정하여 최대의 성과를 끌어올렸다.  물론 채용과정부터 손대지 않았지만(훗날 후회를 한 부분), 주어진 현실(3년 2개월)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었다고 난 생각한다.



대부분 알다시피 최재천 교수는 다독가이며 시인이 되려고 했던 문학도였다.  자연과학을 인문학에 융합하여 새로운 통찰을 우리에게 전달하는 능력의 기초는 쉽게 이루어진 게 아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경영 십계명을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세상이 정해놓은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든 사물을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고 느낀 후에 자신의 언어로 정의했다.  생태계를 바라보던 친절한 관찰력을 조직의 경영에 반영했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이란 점이다.  그것은 사색 끝에 나온 지혜다.



생태계는 약육강식만 존재하지 않는다.  경쟁하지만 서로 예의를 갖추고 협력하며 평화를 유지한다.  공생하는 것이다.  서천의 국립생태원은 면적이 30만 평인만큼 많은 종의 동식물들이 잘 관리되고 있다.  온대-열대-극지-지중해-사막 5개 관에는 각 지역의 기온 및 생태 구현하고 있고 특히 본관에 잎꾼개미를 관찰할 수 있는 상시 전시실이 있다고 하는데 영유아 관람객은 물론 성인들에게도 인기가 좋다고 한다.  특히 표지 모델로 잘 나가는 푸른 배 짜기 개미를 국립생태원으로 모셔온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었다.  연구 목적이 아닌 전시로는 우리나라가 최초라고 한다.  당장 가보고 싶은 욕구가 드는 문장이다.



개미 군락들이 안정된 상태로 손님을 맞을 무렵 우리는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에서 푸른 배짜기 개미 군락을 채집해 역시 영국을 거쳐 국립생태원으로 모셔왔다.  배짜기 개미는 땅속에 굴을 파고 사는 대다수의 개미와 달리 높은 나무 위에서 산다.  오죽하면 개미허리라 부를까 싶은 그 가는 허리를 뒤에서 다른 일개미가 물고, 그놈의 허리를 또 다른 일개미가 무는 방식의 몸 사슬이 여럿 만들어지면 나뭇잎 두 장이 서서히 가까워진다.  개미 사슬 여러 줄이 이파리를 물고 일사불란하게 끌어당기는 모습은 정말 볼만하다.





우리들 곁에 흔히 있는 '개미'는 인간보다 오랜 농사경력을 지녔다고 한다.  그만큼 친근한 생물을 국립생태원에 배치한 것은 다른 생물들과 공존하기를 열망하고 지구촌 모든 사람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는 '공생共生' 즉 '호모 심비우스(Symbious)'를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름대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다윈의 추종자로 자처하는 저자는 생명공학의 발달, 무차별적 세계화, 국가 간 빈부 격차, 환경오염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지구에서 모두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지구를 공유하고 사는 다른 모든 생물들과 공생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호모 심비우스 생태경영 최재천의 십계명


하나, 군림(君臨) 하지 말고 군림(群臨)하라

둘, 가치와 목표는 철저히 공유하되 게임은 자유롭게

셋, 소통은 삶의 업보다

넷, 이를 악물고 듣는다

다섯, 전체와 부분을 모두 살핀다


여섯, 결정은 신중하게, 행동은 신속하게

일곱, 조직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치사하게

여덟, 누가 뭐래도 개인의 행복이 먼저다

아홉, 실수한 직원을 꾸짖지 않는다

열, 인사는 과학이다




<최재천의 생태경영 / 최재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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