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를 얼리지 않고 말리거나 얼렸더라도 빨리 말리면 물이 빠지며 근육 사이가 오그라들어 딱딱한 북어가 된다. 이 북어로 해장국을 끓이려면 방망이로 두들겨 살을 부드럽게 만들어야 한다. 아침부터 해장국을 끓여야 하는 심사가 좋을 리 없으니 남편 대신 북어를 패는 것도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임에 틀림없다. 술 마신 다음 날 북엇국을 끓이는 아내는 남편에 대한 원망을 풀고 남편은 아내의 사랑을 느낄 수 있으니 북엇국은 좋은 전통 가운데 하나가 아닐지.
-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中
마른 북어는 식재료로써 용도가 정말 다양합니다. 고추장양념 만들어 황태구이를 만들어 밥반찬으로 먹거나 잘게 잘라 황태장아찌를 만들어 메밀국수에 올려 먹어도 참 맛있고 적당한 국거리가 없을 때 북엇국도 참 좋지요. 또 북어대가리는 모아 두었다가 육수용으로 사용하면 모든 요리에 끝맛을 깔끔하게 완성해 줍니다. 제사를 모시는 입장에서 북어가 떨어질 날이 없다 보니 다양한 북어요리를 자주 해 먹게 됩니다.
며칠 전, 급하기 기온이 떨어진 날에 뽀얀 국물이 우러난 북엇국을 끓여 놓으니 식구들이 한 입 들고서 '아~ 좋다!'를 동시에 말해서 웃음이 났습니다. 직장 다닐 때만 해도 스트레스를 술로 푸는 날들이 많아 하루 걸러 먹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북어는 지금처럼 찢어놓은 채로 팔지 않아 신혼 때는 방망이로 두들겼던 기억도 납니다. 요즘은 두툼한 크기서부터 실처럼 가늘게 찢어놓은 상품도 시판되고 있어서 얼마나 편한 세상인지.
북엇국은 한 번에 물 넣고 우르르 끓이지 마시고 두 번에 걸쳐 약불로 북어 속의 담백한 맛을 뽑아내는 것이 팁입니다.
*우리 집 북엇국 만드는 법(3인분 기준)
재료: 마른 북어채 한 줌(50g), 무 한토막(100g), 청양 고추 2개(홍, 청), 양파 반 개, 두부 반모, 계란 1개, 콩나물 한 줌, 들기름, 새우젓, 참치액
1. 마른 북어채를 흐르는 물에 살짝 적신 후에 꼭 짜지 말고 들기름 2T 넣고 약불에 볶아줍니다.
2. 북어가 기름을 먹고 통통해지면 물 한 대접 붇고 약불에 뭉근히 끓여주세요.
3. 뽀얀 물이 올라오면 나박 모양으로 썰어놓은 무를 넣고 물을 추가로 두 대접 넣은 후에 팔팔 끓입니다.
4. 간은 새우젓 1T, 참치액 1T로 하고 나머지 부재료(청양고추, 양파, 콩나물) 넣고 팔팔 끓입니다.
5. 먹기 직전에 두부 썬 것과 계란 한 개 풀어 넣어 한 소 뜸 끓인 후에 내놓으면 끝.
부재료: 마른 북어 채 50g, 무 100g, 청양고추 각 1개, 양파 반 개, 콩나물 한 줌(최종 사용하는 두부, 계란은 별도)
흐르는 물에 적신 북어채에 들기름 2T 넣고 약불에 볶다가 물 한 대접 넣고 약불에 뭉근히 끓이세요
뽀얀 물이 우러나면 썰어놓은 무 넣고 물 두 대접 더 넣은 뒤에 한 소 뜸 더 끓이고 나머지 부재료 넣고 팔팔 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