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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나이 들어갑니다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맑아지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순수한 애정과 배려, 친절함이 욕심에 더럽혀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랑의 필터로 세상을 보고 사람과 접한다.  아름다운 겉모습뿐만 아니라 뒷모습이 되는 행동이다.  등은 곧게 펴졌는가? 씩씩하게 걷는가? 감정이나 생각하는 버릇뿐 아니라, 나이도 걷는 모습에 나타난다. 방심은 금물이다.  등을 확인하고 숨은 나를 깨달아, 뒷모습으로 사랑을 말하자!



오십부터는 우아하게 살아야 한다.




격일로 남편과 아파트 뒷동산에 조성된 둘레길을 오르고 있습니다.  남편에겐 운동이라 대접받을 수 없을 정도의 거리지만 저질체력인 저에겐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당히 조성된 곳이라 운동과 산책의 중간정도의 강도라고 느껴집니다.  이마저도 처음 며칠 동안은 몸살이 난 것처럼 자연발생근육통이 있었는데 반강제로 습관을 들이고나니 그 증상이 다행히 사라지더군요.  헉헉대며 따라가기 바빴던 제가 남편과 속도를 맞추는 것만으로도 대견한 기분이 듭니다.



처음은 모든 것이 낯설지만 반복되면 어느새 익숙함과 편안함이 자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몸에서 반응하던 근육 통증이 사라지자 숲은 물론이고 빈번히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들까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눈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반려동물의 이름을 불러 주기도 하며 관심을 보이는 것이지요.  낯선 관계지만 적당한 거리감에서 오는 안정감입니다.  낯선 익숙함은 현대인이 편안함을 느끼는 백색소음과도 같습니다.  서로의 생활양식에 대한 존중과 군집 속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가 서로 완전히 은퇴하다 보니 부부 둘이서만 만들어 내야 하는 세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생활을 존중하면서도 함께 할 수 있는 동지감이 필요한 것이지요.  서로에게 적당한 규칙을 지키고 간섭하지 않는 배려라고 말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컨대 남편은 제가 독서하고 글을 쓸 때 가급적 가까이 오지 않습니다.  이럴 때 어울리는 감정은 '둘도 없는' 부부만의 세계일 것입니다.  평생을 함께 하면서 이미 알만큼 아는 끈끈한 관계의 우정 같은 것입니다.  



격일 아침마다 함께 동행하는 산책길은 오랫동안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일상 중에 하나가 될 것입니다.  어제 남편과 숲길 벤치를 지나려는데, 이런 말을 하더군요.


"오래전에 나 혼자 운동하며 지나갈 때면 노부부가 이 벤치에 앉아 있곤 했는데, 이젠 통 안 보이시네."


우리는 빈 벤치의 의미를 잘 알고 있습니다.  두 분 중 누군가 병구완을 하는 상황이거나, 요양원으로 가신 것이라고요.  우리는 함께 하는 모든 시간들에 대해 감사해야 합니다.



이른 아침에 찾아가는 숲 속 둘레길에서 우리는 격일동안 변화된 나무들의 앙상함, 새들의 움직임, 흙 위로 뿜어져 나오는 냄새에 민감히 반응합니다.  고작 이틀 사이에 나뭇가지 사이의 빈틈이 벌어지고, 떨어진 나뭇잎들이 깊숙이 겹쳐 가을이 빠르게 마법에 걸려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모습을 아쉬워하며 사진을 담는 저를 남편은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지켜봅니다.



우리의 둘레길 최종 종착지는 멀리 남산타워가 보이고 다양한 운동기구가 모여있는 곳입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숲 둘레길에서 유산소운동을 했다면 이곳은 근력운동을 하는 곳이지요.  대략 이곳을 거쳐 집으로 돌아가면 2시간여 가량 소요되는 것 같습니다.  근력 운동도 습관화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몰아서 한꺼번에 하는 것보다 짧은 시간이라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습관 회로가 자리 잡기에 좋으니까요.  



관찰하며 느낀 것은 저를 포함해서 이용하는 많은 주민들이 놀이공원에서 프리패스이용권을 사용하듯 설치된 운동기구를 한 번씩은 돌아가며 다 이용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자동으로 복합적인 근력운동을 한다는 의미지요.  놀이처럼 접근하게 하는 방법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선택을 유도하는 '넛지'의 개념의 좋은 사례로 느껴집니다.



부부는 서로에게 거울과 같은 존재 같습니다.  상대방과 마주하는 게 곧 자신을 아는 계기가 되는 것이지요. 서로의 노화를 지켜보면서 다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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