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추억 밑반찬
이것저것 많이 차지하고 있는 사람한테서는 느끼기 어려운 그 인간미를, 조촐하고 맑은 가난을 지니고 사는 사람한테서는 훈훈하게 느낄 수 있다. 이런 경우의 가난은 주어진 빈곤이 아니라, 자신의 분수와 그릇에 맞도록 자기 몫의 삶을 이루려는 선택된 청빈일 것이다. 주어진 가난은 악덕이고 부끄러움일 수 있지만, 선택된 그 청빈은 결코 악덕이 아니라 미덕이다.
- 맑고 향기롭게 / 법정
까칠한 겨울하늘에는 구름도 새들도 도망가게 한 바람소리만 요란합니다. 봄이 오면 벌거벗은 빈 가지에 새 잎이 나오고 꽃이 필 거라는 생각에 이르면 자연의 이치가 신기할 정도입니다.
겨울 밥상은 소박합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든든히 준비한 김장김치와 두툼하고 고소한 김 한 장, 움직임이 귀찮을 때 두고두고 먹으려고 쟁여둔 장아찌들.. 그리고 멸치볶음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손질도 하지 않은 멸치를 통째로 밥상에 올려놓고 고추장에 찍어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는 영양상태가 좋은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얼굴에 하얀 마른버짐이 핀 아이들이 많았답니다. 전 국민이 골고루 가난했던 시절에 서민들이 맛볼 수 있었던 영양의 보고가 멸치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멸치 고추장 볶음을 먹으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납니다. 요즘 아이들은 깔끔하게 볶은 지리멸치볶음만 찾지만요.
소개하는 고추장멸치볶음은 흔히 먹는 지리멸치가 아니라 중간 사이즈의 멸치로 만듭니다. 내장과 대가리를 떼어내고 냉동실에 보관해 두었던 멸치를 꺼내 기름 두르지 않은 팬에 먼저 덖어내어 냉장고 냄새를 날려주는 것이 팁입니다. 오래 볶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딱딱해지면 멸치 고유의 맛이 사라지니까요.
*우리 집 고추장멸치볶음 만드는 법
재료: 중간멸치 150g, 고추장, 간장, 미림, 올리고당, 설탕, 간 마늘, 참기름, 통깨
양념소스: 고추장 2T, 간장 1T, 미림 1T, 간 마늘 1T, 설탕 1T
1. 중간크기의 멸치를 마른 팬에서 멸치향이 올라올 때까지 덖어줍니다.(중불로 대략 1분 내외)
2. 깨끗한 팬에 식용유 2T 두른 뒤에 양념소스 넣고 볶다가 끓기 시작하면 덖어 둔 멸치를 넣고 30초 정도 양념이 섞이도록만 볶아 줍니다.
3. 올리고당을 1T 넣고 한번 더 볶아준 뒤에 불을 끄고 참기름과 통깨를 뿌리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