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자신을 괴롭히지 말자
일이든 뭐든 모든 것에 100퍼센트의 힘을 쏟으면 몸이 망가집니다. 자신을 괴롭히지 않으면서 효율적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상황에 맞춰 제대로 대충 하는 느슨한 사람입니다.
경쟁의식 속에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온 어른들을 위한 정신처방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일본 노인정신의학 및 임상심리학 전문의로 일하며 수많은 고령 내담자를 접하며 깨달은 것을 이 책에 담아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삶의 노년기에는 '느슨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갑을 앞둔 나이는 인생의 쉼표라고 말하는 저자는 지나온 시간을 점검하고 다가올 앞날에 대해 고민할 절호의 기회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려면 먼저 내 몸에 습관처럼 붙어있던 조급함, 엄격함, 치열함이 고정관념이었다는 생각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 출산율을 자랑하던 베이비붐세대는 사회제도 곳곳에 기득권층으로 안착하여 오랜 시간 강력한 지도력으로 조직을 장악했다. 국가의 성장과정을 함께하고 성공을 체험한 그들이 팀원에게 요구한 것은 '성실'과 '책임감'의 필요성이었다. 내면은 엄격하고, 통제하는 사람이 훌륭하다는 인식이 밑받침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인생은 승부'라는 관점을 유지한 채 은퇴를 한다는 점에 있다.
성실과 책임감이 생산적 활동을 필요로 하는 조직과 달리 일상생활에서는 잔소리와 집착으로 변질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완벽함이라는 심리적 압박에서 해방된 완급조절이라 말할 수 있겠다.
제가 고령자 대상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근무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은 지금 눈앞의 일에만 급급하면 나이 들고 나서 악영향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멀리 보고 잘해 나가면 된다, 지금 실패해도 별문제 없다는 쪽으로 좋은 의미의 태세 전환을 해보세요. 그러면 더 이상 눈앞의 상황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대목은 노령층에 접어들면서 찾아오는 '우울증 발병률' 증가란 점이다. 실패가 적은 인생을 지나온 사람일수록 당위적 사고가 강하고 모든 사안을 흑백논리로 접근할 우려가 높은데, 이는 우울증 사고패턴 중 대표사례라고 한다. 저자는 노인우울증을 방치하게 되면 부작용으로 치매까지 진전된다고 우려를 표한다. 이 모든 것이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온 결과물로 이어진다니 안타까울 나름이다.
저자가 27세 때 '수능의 요령'이란 책을 발간한 경험을 소개한 대목이 인상 깊다. 저자는 고등학생 때 열등생이었지만 도쿄대 의학부에 당당히 합격했다. 그는 자신의 성공방법이 효과적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효율적인 공부법을 소개했지만 당시 튼튼한 기초를 쌓아야 한다는 팽배한 여론에 심한 뭇매를 맞았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자신의 논리가 맞았다고 자평했다.
예컨대 수학문제를 풀 때 오랜 시간 붙들고 있지 말고 우선 정답을 외우고 푸는 방식을 권했다. 다양한 풀이법이 존재하기에 정답의 서랍을 활용해 해법을 철저히 외우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게으름을 피우라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분야를 극복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인생은 길다는 생각, 내가 못하는 부분까지는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빠른 판단이 주는 느슨함을 저자는 이른 나이에 깨달았던 것이다. 요령은 효율이다.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해 본다', '하나도 못 해도 된다', '어느 정도 실패해도 괜찮다', '바로 그만둬도 되고 질질 끌어도 된다',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다', '남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그런 자세가 즐겁고 느슨한 삶으로 이어집니다. 우선 무엇이든 거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전문의로서 노년건강관리에도 느슨함을 강조하는 대목이 있다. 우리는 모두 건강하게 살다 생을 마감하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한 마음가짐도 미리 준비해 두면 좋을 것이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제대로 영양섭취(단백질 섭취 강조)
2. 걷기 정도의 운동
3. 취미생활
4. 자주 웃기
5. 스트레스받지 않기
마지막 '스트레스받지 않기'의 주된 키워드는 역시 '느슨함'이 될 것이다. 너무 성실하게 살아온 당신, 이제는 대충, 적당하다 느껴질 정도로만 살자.
내가 생각하는 느슨한 사람은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 사람이다. 효율적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체력안배를 하는 사람이다. 그동안 전투적으로 살아봤다면 이제는 느슨하게 도전해 보는 것도 자신에게 주는 마지막 친절이 아닐까 생각한다.
출판사 제공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