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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의 뇌과학

기억력을 믿지 마라



메모는 새로운 정보를 접한 직후 가능한 한 빨리 남기는 것이 좋다. 사람의 기억력은 생각보다 약하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3초간은 누구나 그 말을 똑같이 반복할 수 있지만, 30초가 지나면 기억이 희미해지며 30분이 지나면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정확히 기록하기 위해서는 듣자마자 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많은 업무도 실수 없이 척척 처내듯 일하고 어떤 사람은 시간이 늘 쫓기며 부진한 실적을 보인다면 차이는 집중력의 문제라 볼 수 있다. 이 책은 집중력을 향상하고 작업기억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뇌과학 기반으로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 '가바사와 시온'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뇌과학 전문가로서 현대인의 집중력 저하의 근본원인을 뇌의 생체 리듬과 호르몬에서 찾아냈고 그 발견을 토대로 효과적인 뇌 활용법을 소개함은 물론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솔루션까지 제시하여 성과를 낸 화제의 인물이다.



집중력 향상에 대한 생활습관의 방법은 성과중심의 직장인은 물론 시간관리가 필요한 모든 영역에서 필요하다. 책의 내용은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어렵지 않다.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은 현대인의 뇌는 약 30만 년 전 아프리카에 등장했을 당시의 호모 사피엔스의 원시 시대의 뇌로 업그레이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시시대의 뇌는 중요한 몇 가지 정보에 집중하면 생존이 가능했지만 현대인은 수많은 정보가 사방에서 쏟아지고 듣고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 큰 차이다.



현대인의 무기력, 우울증, 번아웃, 공황장애등은 과도한 정보수용의 부작용에 해당된다. 용량이 부족한데 기억이 소화할 수 없는 양의 투입으로 병목현상 즉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실수 없이 일처리를 능숙하게 해내는 이른바 '일잘러'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작업기업 용량이 큰 사람도 사실상 모든 일을 하나씩 순서대로 처리한다. 그 과정에서 겉보기에 여러 일을 동시에 해내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중요한 업무든 부수적인 업무든 하나씩 순서대로, 진행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실수를 줄이는 방법이다.




저자는 뽁뽁이를 터트리는 예시를 들며 설명한다. 뽁뽁이를 주먹으로 내리치면 한꺼번에 다 터트리지 못하듯이 두 가지 이상의 작업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렇게 보일 뿐이란 것이다.



심리학자 조지 A. 밀러는 인간이 한 번에 최대 7개의 정보를 기억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저자는 뇌가 가장 잘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은 3개라고 말한다. 정보 입력의 효율은 3개가 가장 좋다는 뜻이다. 이른바 '3포인트 법칙'을 강조하고 있다.



어떤 강의를 듣던, 독서를 하던지 3개의 포인트로 줄여서 기억 또는 기록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뇌의 효율성 면에서 유익하다고 강조한다. 이쯤에서 나는 우리의 뇌가 신체의 일부이지만 아주 별개의 존재라는 생각마저 든다.



아무튼 뇌는 정보가 들어오는 입구가 매우 좁으며 심지어 용량도 부족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저자는 이를 '작업기억'으로 명칭 하며 뇌의 기능에 대해 과한 자신감은 위험하다 말한다. 뇌가 작업할 수 있는 최적의 생체 상태는 어떤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알지만 뇌과학의 근거로 저자가 설명하는 이유는 명료해서 흥미롭게 읽힌다.



1. 7시간 이상 숙면(매우 중요)

2. 주 2회 강도 높은 운동(정보처리 속도, 뇌 활발해짐)

3. 야외활동(작업 기억력 활성화)

4. 독서(문해력, 독해력, 전두엽 자극)

5. 새로운 분야 공부하고 암기하기(작업기억 향상)

6. 간단한 암산을 생활화하기(작업 기억공간 확보)

7. 보드 게임 즐기기(치매예방)

8. 요리하기(뇌훈련 최대치 끌어올림)

9. 마음 챙김 영상 보기(스트레스 해소, 행복 호르몬 분비)



현대인들이 상식처럼 알고 있는 권고사항을 또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원시인의 뇌를 가지고 사는 현대인들은 자연상태를 좋아하는 뇌를 이해하고 달래 가며 살아야 한다.



역시 중요한 것은 기록의 힘이란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스마트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기억력에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기자들이 녹음을 하면서도 굳이 메모를 하는 이유는 기록을 하는 행위 자체가 뇌의 집중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메모를 하면 뇌간을 자극하고 '망상 활성계'가 활발해진다고 한다. 메모를 하는 행위는 눈으로 보고 입으로 되새기며 손으로 쓰는 반복의 3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뇌는 중요하다고 여긴다.



뇌자극은 '손으로 필기'가 최고다. 오죽하면 손은 밖으로 나온 뇌라고까지 하겠는가. 저자는 필기야말로 좌뇌 전두엽 브로카 영역이 활성화된다고 설명한다. 단, 모조리 필기하는 것은 뇌의 정보수용에 방해된다.



저자가 직접 개발한 '가바시와 투두리스트'예시는 뇌의 생산성을 높이는 훈련법이다. 집중력과 반복확인으로 인한 작업 기억용량을 키우는 방법인데 조직생활이나 시일이 정해져 있으면서 집중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에게 꽤 유용해 보였다. 특히 한꺼번에 일처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순서대로 하나씩 진행하는 것이 포인트다.



뇌는 신체의 일부이지만 뇌를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셈이다. 집중력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을 비교하는 차트가 있는데 꽤 재미있다. 그중에서 집중력이 높은 사람이 보내는 생활양식을 간단히 소개한다.


-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짧다

- 중요한 내용만 메모하고 기록한다

- 투두리스트를 써서 잘 보이는 곳에 둔다

- 주변이 정리되어 있다

- 하루에 7시간 이상 잔다

- 운동을 꾸준히 한다

- 취미나 자기 계발과 관련한 공부를 꾸준히 한다

- 할 일은 낮에 하고 저녁부터 밤까지는 여유롭게 보낸다

- 야근을 하지 않는다

- 일을 마치고 쉴 시간까지 확보해 놓는다

-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노인 정신의학 및 임상심리학 전문의인 '와다 히데키'가 쓴 '어른의 느슨함'에서 읽은 내용 중에 생각나는 게 있다. 요쿠후카이 병원에서 진행한 부검결과 85세 넘어 뇌에 알츠하이머 병변이 없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뇌 위축은 모든 사람에게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뇌를 계속 사용하게 되면 치매가 발병해도 진행속도를 늦출 뿐만 아니라 뇌의 다른 해마로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평생학습이 만드는 슈퍼 브레인의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언어를 많이 사용하면 해마가 자극받아 알츠하이머 상태도 능히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뇌는 늙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 말속에는 뇌세포를 잘 관리한다는 조건이 붙을 것이다. 나쁜 습관을 체크하고 이제라도 뇌가 건강해지는 습관을 찾아 실천에 옮겨보자.




< 집중의 뇌과학 / 가바사와 시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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