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시각화와 통제이분법을 인생에 반영하라
어머니를 잃은 직후 아버지도 잃을 수 있다고 상상, 즉 부정적 시각화를 하게 되면서 아버지의 존재에 깊이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내가 아버지와 더 가까워진 까닭은 아버지가 그동안 어머니 덕분에 머물 수 있었던 학문의 세계에서 밖으로 나와야 했기 때문이다.
가치투자 회사 IMA CEO로 성공한 '비탈리 카스넬슨'이 경제적 투자성공담이 아닌 삶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투자방식을 알려주는 책이다. 나는 먼저 자본주의 체제가 점령한 이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말하는 뻔한 자기 계발서가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는 돈과 성공이 아니라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찾는 일이라 강조한다. 투자자이자 작가로서 큰 성공을 맛보면서 깨달은 인생의 궁극적 목표는, 삶은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돈과 욕망에 휘둘리지 않는 기술의 필요성이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거의 빈 하드웨어 상태로 태어나 가족, 친구, 동료, 미디어 환경이 심어주는 프로그램으로 인생을 채워간다. 우리가 의지 없이 살다 보면 다른 방식의 삶은 알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하게 되는 꼴이다. 따라서 나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찾아 내 삶을 설계할 이유가 분명히 있겠다.
저자는 러시아 최북서단 도시인 무르만스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 고모의 초대로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다. 유대인인 그는 미국으로 이민후 자기가 태어난 나라와 미국이 제공하는 환경과의 대비를 뚜렷하게 느끼며 추진력 있게 성장할 수 있었고 큰 성공을 이뤘다. 이때 우리가 주목할 중요한 포인트는 경제적 자유라는 한계를 저자는 미리 설정했다는 점이다. 자신이 설정한 우선순위에서 부는 아니었다는 것.
그의 1순위는 자신을 포함한 가족 그리고 자녀 교육이다. 유대인의 자녀교육이 체계적인 것의 이면에는 율법서라 불리는 '토라 Torah(613가지 계명)'가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나 역시 아이들을 키울 때 유대인의 자녀교육법을 수시로 참고했었다. 당시 나는 초보부모로서 기댈 곳이 책 밖에 없었다. 그들의 자녀교육은 체계적이고 의무적이고 헌신적이다.
스토아철학 신봉자인 저자가 유대인 토라 정신까지 삶에 적용했다고 생각해 보라. 우리나라 자녀교육의 진정한 열기는 그들을 따라가려면 방향부터 다르다. 아무튼 자녀교육을 할애하는 앞부분은 배울 점이 많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만큼 완벽 그 자체다.
우리의 삶 속에서 중요한 1순위를 주연으로 보이기 위한 투자에는 심리적 통제 관리가 필요하다.
항상 우리보다 더 멋진 것을 소유한 이웃이나 친구가 주변에 있을 것이다. 우리 내면의 나침판이 그들을 향하게 둔다면 부러움은 언제나 소득을 앞지르고 우리는 끝없는 경쟁에 내몰려 삶은 비참해질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의 성장과정에서 환경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자는 유대인 의식과 전통, 윤리에 책임을 다하는 가정에서 자랐다. 그는 종교에 대한 반감으로 지키지 않았지만 대신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부모, 자식, 자신)에 대한 원칙은 철저히 지켰다. 그 원칙의 중심에는 스토아철학이 있었다. 이 책은 스토아주의를 삶 속에 반영하여 보다 가치 있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독자들에게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스토아철학은 모든 상황(소유물) 즉 불안하게 만드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편안한 상태를 추구하는 견유주의에 영향을 받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디오게네스가 있겠다. 이 책의 저자는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세네카의 사상을 현재에 소환하여 일상에서 우리가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스토아철학은 일찍이 우리의 뇌를 신뢰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인간의 의지에 의해 뇌가 움직일 것이라 보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감정으로 움직인 이후에 이성으로 그 행동을 합리화시킨다.
우리가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지를 믿지 말고 환경과 강력한 반쪽 선택지(오로지 NO만 있다)만이 효과를 볼 수 있다. 저자가 자극을 받았다는 '불행 피하기 기술_롤프 도벨리 저'를 이어 읽을 생각이다. 독서를 하다 보면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문장을 만나는데 참 행복한 순간이다.
저자는 11살 때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부정적 시각화'의 효과를 경험한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스토아 사상을 현실에 접목하여 실천한 결과 좋은 삶을 설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부정적 시각화란 사전에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상상하고 숙고해 보는 것을 말한다. 미래의 불행에 대한 예방주사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저자는 친구나 가족의 죽음에 대해 부정적 시각화를 함으로써 자신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사람이 한시적 삶을 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제한된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사랑하려는 마음이 커져 현실적 고통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끊임없이 자극하는 주변의 스트레스는 통제가 어려울 것이다. 그럴 때 스토아철학의 '통제 이분법'을 받아들이면 좋다고 한다.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걱정인형을 끌어안고 사는 우리에게 통제 이분법은 뇌의 스트레스를 잠재우기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 저자는 재무분석 설계사 시험을 치른 후 2달 뒤 발표될 결과가 오기까지 낙방의 결과를 맞이할까 온갖 걱정으로 힘들었다고 한다. 고통은 사람을 단단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그냥 고통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부정적 감정의 비대칭을 받아들이는 스토아철학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고 말한다.
'통제 이분법'은 외부에서 일어나는 건 통제가 안되지만 기대하거나 좌절하는 건 순수히 내 마음이란 사실을 깨닫는 행위다.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는 과정은 내 의지이고 합격여부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란 뜻이다.
'부정적 시각화'와 '통제 이분법'은 철저히 우리가 뇌를 통제하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통제할 수 있는 내부의 요소에 집중하고 외부요소(결과, 사람들의 평판 등)는 흘러가는 바람처럼 생각해야 한다.
저자는 차를 운행하다 고장이 나면 즉각적 짜증(원형적 정념) 보다 대처할 수 없는 곳(부정적 시각화)에서 사고가 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아내의 잔소리가 시작되면 '이것은 외부야'라고 말하고 라벨링을 붙이고 덤덤히 듣는다고 한다.
즉 사건이 발생하면 바로 반응(원형적 정념) 하지 말고 '판단(사고)'를 거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것이 부정적 시각화 일수도 있고 통제 이분법이 될 수도 있겠다.
매를 맞거나 모욕을 당하는 것만으로는 해를 입을 수 없다. 당신이 해를 입었다고 믿기 때문에 해가 된 것이다. 누군가 당신을 도발하는 데 성공한다면 당신의 마음이 그 도발에 동조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그러므로 눈에 보이는 것에 충동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반응하기 전에 잠시 멈추면 자제력을 유지하기 쉬워질 것이다. - 에픽테토스
흔들리지 않고 지혜로운 내면을 가진 삶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으로 들린다. 자본주의가 점령한 이 사회에서 부와 명성을 외면하긴 힘든 가치다. 하지만 우리가 죽음을 앞두었다고 상상할 때 돈만 추구한 인생이 가족과 자신을 사랑한 삶과 비교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인생학교의 영원한 학생이라는 표현을 쓴 대목이 인상 깊다. 저자의 아버지는 국내외 대회에서 수상한 뛰어난 화가지만 70대에도 화가의 마스터클래스를 수강한다고 한다. 배우는 자세는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고 자신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기회를 선물한다.
우리가 인정하는 좋은 인생이란 만족스럽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끊임없이 집중하고 노력하는 자세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