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과 위험이 넘치는 곳으로 가라
세상에는 우리가 모든 걸 잊고 전념할 만한 일이 많다. 대안은 차고 넘치며 노력을 요구하는 체제가 부패했다는 점을 들먹이며, 어떤 일에 전념하는 건 자의적이고 심지어 무의미하다는 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어떤 일에 전념하는 것도 똑같이 일리가 있다. 한 방향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은 길을 잃어버린다. 모든 것으로 남으려다 아무것도 되지 못하느니 실제로 어떤 것이 되는 편이 훨씬 낫다. 그 과정에 끼어드는 모든 한계와 실망에도 말이다.
냉소적인 사람은 이 세상에 나쁜 결정이 차고 넘친다고 한탄한다. 하지만 그런 냉소를 초월한 사람(더 정확히 말해 냉소를 의심하는 것이 최종적으로 믿을 만한 길잡이임을 깨달은 사람)은 다음과 같이 반론을 제기한다.
최악의 결정은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이라고.
'법칙 7. 최소한 한 가지 일에 최대한 파고들고, 그 결과를 지켜보라' 본문 中
젊은이들의 선풍적인 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조던 피터슨의 '질서 너머'다. 그는 하버드대학 및 토론토대학 심리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는 강연위주로 전 세계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있다. 나는 아들의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는데 젊은이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반박할 수 없는 교수님을 만난 기분이랄까, 피교육생이 된 기분에 다소 지루하고 힘든 기분도 없잖았지만 분명히 말하자면 다 읽고 나면 후회하지 않을 인생지침을 받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길 기대하고 있다.
이 책의 전작 '12가지 인생의 법칙'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책의 완독만으로도 전작의 부족함을 메꾸기에 충분하다고 믿는다. 이 책은 세계 경제 정체기에 태어나 기득권층에게 밀려나 허무주의에 빠진 청년들에게 인생을 어떻게 대처할지 제시해주고 있다. 여러 자기 계발서과 다른 점이라면 지극히 체계적이고 논리적이란 점이다. 자극적인 언변이 아닌 설득력 있는 사고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반박을 불가하게 한다. (설득할 때까지 붙들고 논리적으로 논쟁하는 사람을 어찌 이기겠는가)
'질서 너머'에서 역시 그는 '12가지 인생 법칙'을 제시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짜인 질서의 세계에 굴복하고 무력하게 수긍하는 삶에서는 결코 자존감도 더 나은 선한 삶도 이룰 수 없다고 단언한다. 내가 보기엔 현재 세계의 질서는 '힘(강한)'이 있는 나라가 진리가 돼버렸다. 저자는 그 질서(국가든 조직의 힘이든)에 수긍하는 것이 편하고 안전할지 몰라도 결함이 있다고 해석했다.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은 그 질서에 숨지 말고 혼돈과 위험을 넘어 가능성에 도전하길 바라고 있다.
삶의 궁극적 가치가 행복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 행복을 어떻게 성취하는지는 제각기 대답이 다를 것이다. 저자는 자존감이 형성되고 최고의 선을 향해 가려는 본능이 채워졌을 때 우리는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 가치의 원천은 바로 '책임'을 받아들이는 데서 나온다고 한다. 우리는 성취한 것을 되돌아보면서 생각할 때 쉽진 않았지만 해낼 가치가 있었고, 그 일을 해냈을 때 자신을 기특하게 생각하고 행복감을 느낀다. 즉 쉬운 일이 아닌 어려운 일이 삶에 가치를 느끼기 위해 필요하며 방치된 책임을 스스로 완수했을 때 만끽하는 행복이다. 그렇게 그는 청년들에게 말한다. "어렵다는 건 필요하다는 뜻이다."라고. (법칙 4. '남들이 책임을 방치한 곳에 기회가 숨어 있음을 인식하라' 참고)
뭐랄까. 우리가 알고 있지만 행하지 않는 수많은 진리들을 반박할 수 없는 논리로 하나하나 따져가며 이해시키고 압도하게 만든달까. 책을 읽다가 몇 번을 반성했는지 모른다. 12가지 그의 지침은 사실 거창한 것도 아니었고 복잡하지도 않다. 그러기에 '내일은 없어'라고 젊음을 소비하는 청년들에게 충분히 용기 내어 실천할
수 있을 내용들이다. 그러기에 당장 할 수 있는 것들부터 실행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법칙 7. 최소한 한 가지 일에 최대한 파고들고, 그 결과를 지켜보라'였다. (위 인용문 참조) 비판의식만 가득하고 실행이 없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아쉬움을 저자가 속시원히 말해주니 내가 다 기분이 좋았던 시간이었다. 대부분 그런 사람들은 우유부단하고 확신이 없다. 당연히 긍정적인 몰입감은 없다. 몰입할 수 있는 것이 그 어떤 것이라 해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선을 다할 때 자기 자신에게 만족할 수 있는 자존감은 덤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은 능력 있는 부모밑에 자란 청년들이 많은 탓에 '어른아이'를 흔히 발견한다. 말 그대로 곱게 자란 어른아이들이다. 그들은 유아시절 읽고 보았던 디즈니 속 '마녀'들의 어른이나 세상을 만나면 아무 준비도 안된 상태라 그대로 무너진다. 저자는 그들의 위험을 키운 것은 바로 부모들이라고 일침 한다. 그 어른아이들은 그 모든 고통들을 '책임감'으로 헤쳐나가기에 앞서 너무 쉽게 현실의 구조와 신의 부족함 탓으로 돌려버리게 되는 것이다. '법칙 11. 분개하거나 교만하지 마라'는 지루했던 책 내용들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이었다. 다음부터는 비유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책을 읽고 그의 유튜브 영상들을 몇 편 골라봤는데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만한 내용들이 많아 반가웠다. 조금 지루하고 어려운 책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참고했으면 좋겠다.
<질서 너머_ 조던 B 피터슨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