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

엄마는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아이가 아프지 않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었다. 평생 지고 살아가야 할 현실이 버거웠기에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욕심의 짐을 내려놓고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또한 아이의 장애를 타인 앞에서 부끄럼 없이 인정했더니, 타인의 시선이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되었다.




故박완서작가님은 경험이 누적돼서 그것이 속에서 웅성거리고 차올라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야 비로소 글을 쓰신다고 하셨다. 발효의 시기가 끝난 글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은 후다. 그렇게 탄생한 글을 마주한 우리가 그분의 글 속에서 웃고 눈물짓는 이유는 말로 하지 못했던 나의 서사 속 감정을 들켰기 때문일 것이다.



브런치 이웃분의 출간소식은 부러움이라는 감정이 가장 먼저 들지만 곧바로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을까'하는 마음이 중첩된다. 이 에세이집은 태어나자마자 장애를 얻은 첫째 아이를 키우며 무너져 내렸던 엄마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발효의 시간을 통과한 글이다. 나는 지적장애아를 키우는 부모의 심정을 완전히 헤아릴 수는 없지만 최소한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은 지치도록 했음은 느낄 수 있다.



만약 내 아이가 생후 3주 만에 뇌수막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어른도 견디기 힘들다는 뇌척수액 검사를 받는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아기의 뇌 사분의 일이 없어진 상태로 평생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면 어떻게 하나 생각해 본다. 나도 저자처럼 절망을 딛고 아이의 상처를 끌어안고 일어설 수 있을까,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그리고 답을 해본다. 나는 분명 무너졌을 테지만 분명 일어설 것이다. 일어서야 하는 운명의 존재기 때문이다. 엄마라는 존재다.



저자는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처럼 아무런 답이 없는 세상에 대한 원망을 가슴에 묻고 고통과 싸우기로 결정한다. 바위를 힘껏 굴러 올리고 정상에서 다시 굴러 떨어져도 절대 아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엄마라는 숭고한 책임감을 느끼며 책을 읽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비관 속에서 낙관을 찾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였다는 대목을 읽을 때 가슴속 깊은 곳에서 찐한 감동이 밀려왔다. 체념을 한 엄마와 포기하지 않는 엄마의 차이는 하늘과 땅과 같다.



결혼을 한다고 어른이 되는 게 아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부모'의 존재를 이해하게 되어야만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엄마'에 대해 양가감정을 가지고 성장한다. 유년시절 저자가 엄마에게 바라던 감정이 나와 너무나 비슷해서 흠칫 놀라며 읽었던 것 같다. 우리는 엄마를 미워하기도 하지만 사랑받고 싶어 한다. 엄마의 사랑은 공정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며 비로소 깨닫는다. 엄마는 불완전한 사람이란 것을. 그럴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희생물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다시금 알게 된다. 엄마와 나는 동일하다는 것을. 나에게 자기 가치감을 준 사람이란 것을. 그래서 미워하면 안 된다. 미움을 버리고 사랑만 남아야 한다. 미워하며 살기에는 삶이 너무 짧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은 함께 온다'는 말을 나는 믿고 산다. 운명의 수레바퀴는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로 보답을 준다. 그러니 지금 힘들고 괴로운 일로 힘들다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고 견뎠으면 좋겠다.



끝이 없을 줄 알았던 저자의 아이의 발작증세도 다섯 살이 넘어서면서 잠잠해졌다. 아이도 부모의 사랑에 힘을 낸 것이다. 둘째 아이의 탄생은 축복이었다. 둘째는 언니의 장애를 '특별함'으로 대해 주었다. 장애는 불편한 것이지 불행이 아니라 대해주는 아이를 보면서 어른들은 배운다.



부모란 기다려주고 사랑하는 존재를 위해 끝까지 버텨주는 사람이란 것을 증명해 줘서 읽는 동안 내내 감사했다.



나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을 행복으로 생각하며 산다. 소중한 것은 공기와 같아서 우리는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간다. 잃고 나서 사라지고 나서 깨닫지 말자. 지금 내게 다가온 아이들을 다정히 그리고 아낌없이 사랑해줘야 한다. 어떠한 조건도 달면 안 된다. 그것이 부모라는 엄마의 존재가치다.





<다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 / 온벼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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