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윤박사의 치유칼럼]
세상에 가득 찬 편집증 알아차리기
편집증 증상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계가 어려워지고 소통이 힘들어 고립 속에서 불안과 분노가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상대방에게 적의가 숨어 있다고 판단하고 끊임없이 자기 중심적으로 해석하는 망상장애(delusional disorder)를 동반합니다.
‘편집증’이란 타인에 대한 불신과 의심이 많아지는 정신의학적 증상입니다. 영어로는 파라노이아(paranoia)라고 하는데, 이는 그리스어 para(beside)와 nous(mind)에 뿌리를 둔 것으로, 마음을 벗어난 상태, 마음의 결함이나 이상을 의미합니다. 이 증상은 만성적으로 서서히 진행되는 정신장애로, 야심이나 의혹이 피해망상이나 과대망상으로 발전해 가는 특징을 갖게 됩니다. 이로 인해 타인의 동기를 악의적으로 해석하게됩니다.
이들은 의심이 많고 남을 경계하고 적대적이며,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 자신을 속이거나 배반하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화를 잘 냅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속임수나 나쁜 동기를 숨겨놓고 있으리라고 확신하고 늘 그것을 찾아내는데 몰두해서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화나게 만들곤 합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화를 내면, 자신의 예상이 적중했다는 생각에 의심과 경계를 더욱 강화하게 됩니다.
우리 주위에 생각보다 편집증을 보이는 사람이 많습니다. 가족 중에도, 친구 중에도, 직장에서도 그런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더 각박해지고 원치않는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편집증을 가진 사람이 가장 힘든 점과 증세가 고쳐지지않는 것은, 자신에게는 결코 문제가 없다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치료를 받지도 않습니다.
누군가가 "당신은 편집증 환자입니다."라고 말하면 자신을 욕했다고 생각해서 미친듯 화를 내며 그 사람을 공격할 것입니다.
때로는 살인적인 분노가 나오는데도 스스로는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잘못을 상대방에게 돌리며 자신의 정당성을 나열하며 자신은 문제없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편집증 환자의 망상 증상 중에는
배우자나 연인이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하거나,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거나 괴롭히려한다고 집요하게 생각하는 증상도 있습니다. 누군가를 죽도록 괴롭히고 집착하는 형태로도 나타납니다.
편집증은 아무도 믿지 못하며 불안 속에서 상대를 의심하고, 망상을 통해 의심의 증거를 집요하게 찾습니다.
어떤 대상이든 의심하기 시작하면 자기 방식대로 현실을 해석하기 때문에 치료자까지도 못 믿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의심을 멈추지 못합니다.
자신보다 지위가 높거나 유명인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망상에 빠지기도 하고, 자신이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초능력자나 예언가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내연의 상대가 있다는 망상을 펼치기도 하는데 의처증 의부증으로 나타나며 고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부당하게 이용당하거나 속임을 당할 것이라 생각하며 타인을 의심하며 원망하고 분노를 표출 합니다. 끝도 없는 증오심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합리적 이성적 사고를 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신체에 문제가 있다는 망상을 펼치는 유형도 있는데, 몸에 벌레가 산다고 믿거나 악취가 난다고 생각하는 등 스스로 고통을 받기도 합니다.
편집증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고 타인들이나 외부 요인에 그 책임을 전가하고 비난합니다. 분노를 가지고 힐난하며 폭력적인 태도나 언행으로 상대방을 괴롭힙니다.
또한 이유 없이 상대방을 의심하고 피해망상에 집착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의심, 불안, 공포, 분노, 불행으로 가득 채웁니다.
편집증은 이처럼 의심 불안 망상 분노 집착같은 병적 정신상태를 나타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설명이 안 되며 포악하고 변덕스러워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를 광기(狂氣)를 보이기도 합니다.
정신분석의 대가 칼 융이 만난 히틀러는 전혀 웃지 않았습니다. '위대한 독일제국 건설'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융은 히틀러에게서 과대망상과 편집증세를 보았습니다.
스탈린의 주치의 역시 그를 편집증으로 진단했으며 스탈린이 옮고 그름이나 친구와 적을 구별하지 못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영화 '쿼바디스'를 보면 네로 황제가 로마를 불태우고 기독교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습니다. 그런 후 이렇게 말합니다. "눈물단지를 가져오라". 그렇게 네로는 엽기적으로 눈물을 쥐어짜냅니다. 이처럼 독재자들이 모두 편집증을 보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가정, 학교, 직장에서도 독재자가 많으며, 그들은 모두 편집증 증세를 보입니다. 편집증 환자 밑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극심한 고통을 당합니다.
편집증은 치료 의지가 없기 때문에 결코 치료되지 않습니다.
가끔 우울증이나 불안증 때문에 심리상담을 받게된 내담자 중에 편집증을 함께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편집증을 인정하지 않기때문에 치유가 매우 더디게 진행됩니다.
상담자도 몹시 시달리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융통성이 없고 완고한 태도 때문에 관계맺기가 쉽지않고 상대방을 괴롭게 하기 때문에 결국 친밀한 사람들 마저 실망감을 안고 떠나버리기 때문에 혼자 남게됩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모두 상대방 때문이라며 분노하고 증오합니다.
이러한 편집증이 세상을 점점 뒤덮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면 부득이하게 피해야 될 것입니다. 그들은 가까운 사람의 진심어린 조언도 듣지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러므로 자신에게 편집증이 있는지 자기성찰을 하고 치유와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할 것입니다. 아집과 완고함을 버려야 비로소 자신의 모습이 보일 것입니다.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 심리상담학 박사
*치유와 따뜻한 동행 www.kclat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