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를 생각했던 내가, 이젠 예고를 희망한다.

자사고 준비생이 예고를 희망하게 된 사연은

by 독빛

나는 예술고등학교의 문예창작과를 희망하는

열다섯 살의 여학생이다.


첫 글부터 건방져 보이지만 내 자랑을 해보자면

나는 공부를 잘한다.

열다섯 살 주제에 공부를 잘하니 마니 우스울 수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잘하는 편이다.


공부깨나 하는 지역의 공부깨나 가르친다는 학원에서

나름 자사고 준비반, 이름하야 특자반이기까지 했으니.

나도 자사고를 가고 싶었다.

얼마나 좋은가,

좋은 학교시설들, 보장된 면학 분위기, 이름 날리는 대학교 합격률까지,

그야말로 꿈의 학교였다.


공부가 싫은 것도 아니었다.

하면 나오는 점수, 친구들의 부러움, 약간의 시기, 선생님들의 관심까지.

여느 십 대 아이들처럼 나는 관심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소녀이기에

내가 잘할 수 있는 공부가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성적표를 받을 때는 행복했다.


이리 말하니 참 재수 없다.

공부를 잘하면서 좋아하고 성적표를 받을 때면 행복하기까지 하다니.

그렇다고 내가 천재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나와 어언 팔 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해 준 공부라는 동반자가 든든했고

앞으로도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렇다. 난 정말 열심히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훨씬 더,

나는 글이 너무나도 좋다.

글 자체가 나의 행복이 되어준다.

그래서 자사고를 갈 성적이 됨에도 포기하고,

글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예술 고등학교라는 진로를 선택할 만큼

나는 글을 사랑한다.


물론, 예술 고등학교를 간다고 해서 공부를 버릴 생각은 아니다.

공부를 버린다는 것은, 적어도 나에겐 팔 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것과 맞먹는 의미이니까.

절대 안 된다.


오히려 피 터지게 할 각오도 하고 있다.

내가 어느 예술고등학교의 문예창작과를 가든

총원은 40명이고,

그 40명 중 4명 안에 들어야만 1등급을 할 수 있으니까.




아, 물론 위의 내용은

내가 예술고등학교에 들어갈 수 있을 때의 이야기!

사실 부모님께 허락도 안 받았다.

결사반대 중이지, 허락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는 것 같다.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뭐 어떡해

내가 꿈을 이루기 위해선 어떻게든 허락을 받아야지.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아마 내가 이해가 안 되실 것이다.

공부 잘하면 그냥 좋은 자사고를 간 다음

대학교 문예창작과에 걱정 없이 진학하면 되니까.


굳이 고등학교 문예창작과를?


많이 들어본 질문이고,

많이 생각해 본 질문이고,

많이 고찰해 본 질문이다.


답은 모르겠다.


그냥. 글이 좋아서.


그렇담 왜 글이 좋냐고?


그냥. 이유가 없다.


무책임한 대답이라는 것은 알지만, 정말 없다.


음... 내 친구 중에 엄청난 아이돌 팬, 소위말하는 아이돌 덕후가 있다.

그 친구에게 왜 아이돌을 사랑하느냐 물으면

이유가 없다고 한다.


이유가 있어지는 순간,

그건 사랑이 아니라,

존경 혹은 동경이라고.


나도 그와 같지 않을까?


물론 그렇다고 이대로 애매한 답으로만 남겨 놓지는 않을 것이다.

끊임없이 답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고

끝내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답에 가장 가까운 것을 찾아내지 않을까.


무엇보다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어줄 테니.


글을 쓰기 위해선 나부터 알아야 한다고 들었다.

글을 좋아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

내가 글이라는 나의 꿈을 위해서 떼는 진정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끊임없이 생각 또 생각하는 15살 소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