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딸과 갱년기 엄마, 꼰대 아빠

수많은 사춘기 딸을 대신해서, 부모님들께

by 독빛

예고를 가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

부모님의 허락.


전에 말했듯이

예술 고등학교 진학에 대해서 부모님께

아직 허락을 못 받았다.

그냥 허락을 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많이 막막하다.

어떻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왜 걱정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 꿈인데, 내 미래고, 내 고등학교인데 응원해 주면 좋겠다.


15살, 사춘기의 정점.

이러한 생각들은 곧 짜증으로 표출된다.


' 아무것도 모르면서! 진짜 짜증 나! '


원하지 않았던 가시 돋친 말들이 나가고

꾹 참으려 해도 눈물샘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럴 때면, 우리 갱년기 엄마.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지른다.


' 그럴 거면 나가 살아!! 엄마아빠 우습게 여길 거면 나가 살라고!! '


이렇게 두 모녀가 싸울 때는 아빠는 잠자코 있는다.

그러다가 엄마가 빽 소리를 지른 다음 집을 나가버리면

엄마를 이해해 달라며 나를 달래고 어르다가

또 엄마에게 가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할 뿐.


아빠가 조금 불쌍하긴 하지만, 뭐.

아빠도 만만치 않다.

아마 아빠가 엄마보다 훨씬 어려운 상대일 것이다.


엄마는 화가 나면

그저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빼액 소리를 지르지만

아빠는 착 가라앉아서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나로 하여금 아무 말도 못 하게 한다.


아빠가 예고를 허락하지 않는 이유도 분명하다.


' 나는 우리 딸이 그렇게 먼저 진로를 정하다가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면 좋겠어. '


아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 중 하나이기도 하고,

뭣보다 맨날 이유가 바뀌는 엄마와는 다르게 일관성 있어 반박할 수가 없다.


나야 당연히 후회하지 않을 거라 떵떵거리지만

아빠말대로 미래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니까.


그렇다고 내가 글을 사랑하는 마음에 확신을 가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암, 아니고 말고.

다만 그 마음을 아빠에게 확인시켜 줄 방안을 찾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방안을 찾게 되어 아빠에게 내보인다면

우리 아빠는 허락을 할 것이다.

그것만큼은 분명하다.


이렇게 차분히 생각을 적으면 되는데,

꼭 엄마아빠 앞에 서면 한없이 미성숙한 미운 사춘기 딸이 되어서

그냥 짜증을 내거나 소리를 지르고 결국 눈물로 마무리 짓고야 만다.


브런치 스토리에는 성인분들,

특히 자녀를 키우는 분들이 많은 줄로 안다.


아마 그러한 분들 중 자녀와 갈등이 없는 분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런 부모님들께선 그리 갈등이 생길 때마다

나는 정말 사랑해서 하는 말인데, 아이는 날 사랑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시겠으나


내가 감히 그 수많은 자녀분들을 대신하여 말씀드리자면,

아이들은 엄마아빠를 싫어하지 않는다.

사랑하면 사랑했지,

결코 미워하지 않을 것이다.


왜, 부모의 세상은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들 하지 않나.

아이의 세상은 부모 그 자체이다.


자신의 세상을 미워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우리가 그렇게 계속 부모님들의 마음에 정을 치는 이유는

조금 더 잘 사랑하고 싶어서.

또는

조금 더 사랑받고 싶어서.


참으로 모순적인 말이 아닐 수가 없다.

사랑하고 싶어서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고?


사춘기는 그런 시기인 것 같다.

모순적인 시기.


사랑받고 싶은데 말은 거칠게 나오고

이해받고 싶은데 표현은 반대로 나온다.


물론 사춘기라는 것이 변명 자체가 되어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부모님들께서 이것만 알아주셨으면 한다.


짜증은 부모님이 밉다는 뜻이 아닌,

가장 서툴고 어설픈 사랑의 표현 중 하나라는 것을.


수많은 갈등을 거쳐가면서 조금씩 더 성숙해지고 성장할 테니,

아주 조금만 더 우리를 이해해 주시길.

사랑해 주시길.

우리도 많이 사랑하니까.


나도 그렇게 성장하려면 멀었지만

언젠가는 성숙한 모습으로 우리 부모님을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부디 미래의 내가

보다 더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부모님과의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나가고

당당히 나의 꿈도 이루어나가기를.


오늘도 하루만큼 성장하고 있는 15살 소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