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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반 Sep 17. 2023

월간 디깅 #10 - 6월

23. 06

날이 더워지고 불쾌지수가 올라가면

정신없는 음악이 필요하다




1. Banana brain (Die antwoord)

남아공에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들. 여자는 욜란디(보컬위주), 남자는 닌자(랩).

과거에는 연인사이 었지만 현재는 결별 상태이며, 최신 앨범이 안 나온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뮤비들이 꽤 파격적이고 선정성이 있는지라 시청 전 나름 각오를 할 필요가 있다. 

Banana brain, 바보 같은 머리. 한 마디로 "덜 떨어지는 놈"이라는 의미와 비슷하다. 해외에서 이 단어를 썼다는 건 단순히 "바보"를 지칭하는 단어는 아닐 것.

클럽 비트에다 정신없고 터프하다. 초반에는 보컬과 단조로운 멜로디 때문에 미래지향적인 느낌이라 착각이 들지만, 중간에 비트가 들어오면서 그야말로 휘몰아친다. 내 머릿속도 뒤죽박죽 곤죽이 되는데 그래서 Banana Brain 인가. 






2. Марш (IC3PEAK)

나알달을 시작한 이유는 바로 이런 곡을 알리고 싶어서이다.

아이스픽은 러시아에서 활동 중이며, 정부 비판의 내용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오히려 러시아 밖에서 그들의 지지가 대단한 편이다. 국가와 정부를 비판하는 뮤지션들은 과거부터 존재해 왔는데 특히 매체의 발달로 이들의 활동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기에 그들의 안위와 안전이 보장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과거 몇 번의 콘서트 취소가 있었지만, 그런 억압 속에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낸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감명받고 있다.

곡의 흐름이 상당히 극적이다. 군악대로 시작하는 것 또한, 뮤지션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프리 코러스에서 분위기가 반전된다. 이것은 Смерти Больше Нет이라는 곡에서도 똑같이 반복된다.

한 곡에 폭이 넓은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바로 이들이 처한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엿보여 주는 것만 같다.






3. The day is my enemy (The prodigy)

빅 비트 장르에서 약간의 테크노와 펑키한 느낌을 살짝 가미한 일렉트로닉 음악이다.

스피커가 좋은 곳에서 이 곡을 청음 할 기회가 있었는데 박력 넘치는 비트가 영혼까지 파고드는 기이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군부대의 드럼 비트 위로 얹어지는 빅 비트와 디스토션들이 정신없이 보여도 밸런스를 맞춘 보컬과 믹싱, 샘플링들은 프로디지의 저력을 느끼게끔 해준다.

프로디지의 곡들이 가만히 앉아서는 못 버티는, 미친 듯이 뛰고 흔들게 하는 힘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곡이 관객을 움직이게끔 하는 정점의 곡이라 생각한다.

난폭한 악동의 이미지를 나이가 듦에도 불구하고 유지하며 특정 리스너에게 만족할 만한 앨범을 계속 제작한다는 것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룹 프론트였던 키스 플린트의 사후, 그룹의 행보가 걱정된 것은 사실이나 다시 작업을 진행 중이란 것에 많은 팬들은 이미 위로받은 셈이다.


광란의 파티. 광기와 혼돈 속에서 군림하고 있는 프로디지. 정말이지 소음에 가까운 소리 같지만, 이것만큼 스트레스 풀기에 좋은 곡이 없다.






4. Ramalama (Bang Bang) (Róisín Murphy)


좀비 댄스의 곡으로 유명한 곡.

부족 리듬에 얹은 그녀의 담담한 목소리가 전반적인 곡의 분위기를 쭉 이끌고 간다.

마치 장난감 행진곡같이 반복되는 비트와 어딘가 바람 빠지는 소리, 태엽이 풀린 영문 모를 높은 피치의 목소리들은 불협화음 같으면서도 얼기설기 열을 맞춰 끝까지 나아간다.






5. Army of me (Björk)

음악을 많이 듣는 이들이라면 비요크를 모르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하는 장르나 행보들이 행위 예술에 가까운 수준이라, 마이너에 가까운 아티스트지만

그런데도 그녀의 이름만으로 영향력은 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요크가 "Vulnicura"(2015)에 선보였던 거면 디자인이 2020년대 들어서 여러 국내 아티스트의 콘셉트아트로도 쓰인다는 점은 그녀가 얼마나 음악적으로나 비주얼적으로 먼저 나아가고 있는 아티스트인지를 알 수 있다.

"Army of Me"은 제목만큼 상당히 공격적이다.

묵직하게 들리는 일렉트로닉 베이스라인과 비요크가 추구하는 독특한 신시사이저가 교묘하게 융합되어 있다. 코러스에서 반복되는 멜로디와 가사가 상당히 중독적이다. 그래서일까, 노동요로 안성맞춤이다.






6. Krigsgaldr (Heilung)

Heilung의 곡이 듣기 어렵다면 이전 나알달에서 추천한 OTYKEN의 "STORM"을 추천한다.

그만큼 국내에서 이들의 음악 장르를 즐겨 듣는 이들이 드물다고 생각하는 편.

바이킹 음악, 원주민 음악 등 소수민족의 음악에 면역이 있다면 이 곡을 자신 있게 추천한다.

이들은 덴마크, 독일, 노르웨이 등 멤버 조합으로, 북유럽의 고전 시대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의 음악이 이 넓은 스펙트럼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된다.

특히 라이브 영상을 보면 음원에서 들리는 소리를 어떻게 구성했는지 알 수 있는데 돌을 두드리거나 나뭇가지를 긁는 등, 일반적으로 전자 악기를 사용하는 오늘날과 달리 아주 원초적이고 기본에 충실하다. 또한 언어도 한 가지가 아니라 아이슬란드어, 라틴어 등 여러 언어를 넘나들며 시와 구어를 전한다. 이것은 장르만 생소할 뿐, 글로벌 시대에 다양한 인종과 문화권이 모여 다양성이 있는 음악을 제작한다는 점에서 매우 진보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더욱 그들의 음악 지향성이나 컨셉이 억지스럽지 않고 설득력이 있는 이유이다.







7. Angel (Massive Attack)

위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곡은 무려 26년 전에 나온 곡이란 게 믿기질 않을 정도로 세련됨을 자랑한다. 이 앨범에서 많은 이들이 Teardrop을 가장 좋아하지만, 나는 메시브 어택의 정체성은 이 곡에 담겨있다고 보는 편.

트립 함의 대표주자답게 락과 힙합이 가미되어 있음에도 특유의 분위기는 잃지 않고 쭉 밀어나가는 뚝심이 보인다. 1990년대 음악이기에 이 곡도 마찬가지로 테크노가 느껴지지만 이를 아주 무겁게 내려앉은 드럼비트가 적절한 조율을 해주고 있다.






8. Was Auch Passiert (Bersarin Quartett)

아주 멀리서 듣기는 소리가 1분도 되지 않아 레이즈 되며 여러 기계음과 뒤섞인다.

피아노를 기타처럼 듣기게끔 조정을 한 것처럼 느껴지는데 Bersarin만의 독특한 실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일렉트로닉 같은 전자 음악이 짧은 시간 안에 과잉되는 경우를 종 종 봤는데 그에 반해 상당히 절제를 하고자 덜어낸 고심의 흔적이 보인다.





 

9. Genesis (Grimesi)

Grimesi는 정신 사납다. 이 말로 그녀를 정의할 수 있다.

내는 곡들이 하나같이 정신없고 또 그만큼 많은 것에 영향을 받은 것이 보인다. 다만 그럼에도 일렉트로닉은 유지하는 것이 한편으로 다행이라 생각이 든다. 

여러 퓨처 장르에 기반을 둔 그녀의 곡은 과거에는 마이너였겠지만 사실은 이미 평론가에게 대단한 사랑을 받았더랬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아직까지 재평가를 받고 있는 뮤지션이자 아티스트이기에 비요크만큼 그녀의 행보도 기대가 된다.

2012년에 발매된 Visions로 본격적인 인지도를 쌓아 올렸는데 그중 2번 트랙 Genesis는 내가 사랑하는 곡이다. 특유의 아방가르드함과 주 멜로디가 그녀의 다소 미약한 보컬과 오히려 어울리며 한층 앨범의 레벨을 올려준다.






10. Master of puppets (Metallica)

아직 음악을 잘 모르던 시절, 절대 안 듣는 장르 중 하나가 바로 "락" 장르였다.

특히 메탈 장르는 과거의 나에게서 철저히 외면당했더랬다. 그런 나를 단번에 메탈 장르로 끌고 온 노래가 바로 명곡 "Master of puppets"이다.

한 그룹의 역대 디스코그라피를 대표하는 곡이자 장르의 정수 과도 같을 정도면 취향을 막론하고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것은 비단 음악만이 해당되는 것이 아닌, 예술이 가진 막강한 힘에서 나온다.

지금까지도 세계를 관통하는 정확하고 냉철한 메시지 전달과 그를 뒤받쳐주는 드럼과 베이스, 기타 솔로 등 어느 하나 빠짐없이 맡은 바 본분을 다한다. 더불어 모두가 좋아하는 기타 솔로는 곡을 환기하는 중요 포인트인 데다 나중에 다시 휘몰아칠 마지막을 위한 폭풍전야 같기도 하다.

기승전결이 완벽한 곡은 어느 장르에서나 만나기 쉽지 않기에 더더욱 아직까지 사랑받는 곡일 것이다.

메탈리카가 과거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엔 어렵지만 그래도 이렇게 역사에 남을 곡을 남겼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대단한 업적을 세운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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