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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반 Sep 17. 2023

월간 디깅 #12 - 8월

열기 속에 내가 녹아내릴 때 비로소 환상을 본다

23. 08

점멸하는 시야너머 아지랑이가 춤추고

열기 속에 내가 녹아내릴 때 비로소 환상을 본다.




1. I ain't worried (Onerepublic)

작년 여름을 강타한 영화, 탑건 매버릭의 OST이다.

앨범커버가 노을 진 해변인 만큼 여름의 끝 무리에 듣기 좋은 신나는 곡이다.

가벼운 휘파람 소리가 과하지 않게 분위기를 띄워 주는데 하이라이트에서도 적당하게 유지된다.

대기로 흩어지는 보컬이 드라이브할 때도 안성맞춤이다.






2. CARIBBEAN (Akina Nakamori)

나카모리 아키나의 24번째 싱글 곡 Caribbean 캐르비안이다.

아키나의 여름 대표 곡이라 함은 나의 경우 Southern Wind와 Caribbean을 꼽는다.

전자의 경우 한여름이 떠오른다면 후자는 늦여름의 노을이 생각난다.

시작하자마자 쿠바 같은 이름 모를, 남미의 바닷가가 단번에 떠오를 정도로 콩가 또는 젬베 소리가 기분 좋게 울린다. 통통 튀는 밝고 가벼운 곡조와 낮은 목소리의 조합이 매력적인 곡.






3. I have a dream (Amanda Seyfried)

여름에 빼놓을 수 없는 영화, 맘마미아.

보기만 해도 시원한 그리스의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맨틱코미디 맘마미아는 지금까지도 듣기 좋은 명곡을 많이 남겼다. 특히나 도입 부분의 우쿨렐레 소리는 젬베와 같이 여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악기라고 생각한다. 시작부터 아련한 낭만 속으로 빠지게 하는, 겪어보지 못한 환상이 깃든 곡.






4. Beautiful world (Utada hikaru)

극도의 습함과 찝찝함, 불쾌함을 청소년의 성장통과 불안함으로 표현한 에반게리온 극장판의 삽입곡이다.

우타다 히카루라는 일본을 대표하는 가수와 지금까지도 회자하는 유명 애니메이션의 조합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 가사도 애니메이션의 메시지와 어울릴뿐더러 중간중간 귀를 간지럽히는 피아노는 마치 나뭇잎 사이로 길을 반짝이는 햇빛과도 같다.






5. Mahler: Symphony No. 5 in C-Sharp Minor - IV. Adagietto (Sehr langsam · Berliner Philharmoniker · Herbert von Karajan)

'아주 느리게'라는 의미를 가진 아다지에토는 아주 고요하고 우아한 교향곡 4악장이다.

오케스트라에서 오직 현악기와 하프로만 연주하는 것이 독특한데, 기타는 아랑훼즈 협주곡, 오보에는 마션 OST 등 악기마다 적절하게 어울리는 대표곡들을 떠올릴 수 있다.

더군다나 '베니스에서 죽음을'이라는 고전 영화에서 이 곡이 영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흘러나오는 만큼

하나의 주제곡이 영화와 악기 등을 상징할 만큼 강한 임팩트를 지니고 있다.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그간의 곡 사이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가진 4악장은 여러 해석에서 알 수 있듯이 환희와 절망, 황홀과 고뇌 등 반대되는 복잡한 감정을 뒤로한 채 단잠에 빠질 수 있는 황혼과도 같은 곡이다.






6. Sabor a mi (Bebo valdes)

'치코와 리타'(2010)는 스페인을 배경으로 쿠바의 재즈 피아니스트가 제작에 참여한 아름다운 음악 애니메이션이다. 정교한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우리 눈에는 다소 그림체가 투박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쿠바와 스페인, 그리고 복잡한 뉴욕, 라스베이거스를 배경으로 자유로운 선율과 매우 어울린다.

특히 리타 역할을 맡은 가수, Idania Valdés의 소녀 같은 목소리 속 깊이감은 깜짝 놀랄 정도다.

오직 피아노만 사용한 짧은 이 곡은 기억 속의 흐릿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여운을 남긴다.






7. The Girl From Ipanema (Frank Sinatra · Antonio Carlos Jobim)


BBC가 선정한 세기의 목소리의 주인공 Frank Sinatra와 Antonio Carlos Jobim가 부른 곡이다.

'이파네마의 소녀'라는 곡이 워낙 많은 가수가 커버했기 때문에 각양각색의 분위기를 담은 곡들이 존재한다. 이 버전이 그중 제일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프랭크가 재즈에 정말 잘 어울리는 멋진 중저음의 소유자라는 건 확실하다. 그렇기에 기존 원곡이 소녀의 어리숙함과 앳됨이 돋보인다.

반면 프랭크와 안토니오의 버전 경우, 가사대로 이파네마 바닷가에서 소녀를 보고 한눈에 반한 이름 모를 남자가 부르는 곡처럼 느껴진다. 프랭크에게선 시간이 다소 흘렀음에도 잊지 못할 추억을 곱씹는 느낌이라면 안토니오에게는 사랑에 빠진 그 순간이 펼쳐지는 듯하다.

서로 다른 톤이 멋지게 교차하는 이 곡에서 남미를 상상하게 한다.






8. NAGA (Haruomi Hosono)

Naga"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신화에 등장하는 길고 큰 몸을 가진 신비로운 소 뱀을 의미한다.

많은 명상곡의 모티브가 인도와 태국에서 영향을 받는 만큼 자칫 지나친 토속적인 분위기가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두고 좋다, 나쁜지를 가릴 순 없지만 확실한 건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이름 아래 짬뽕스러운 곡이 될 위험이 커진다. 하지만 NAGA의 경우는 적당히 중간 지점에서 그야말로 물에 유영하는 듯한 감상을 들게 한다. 후반 트랙으로 갈수록 잔잔함에서 멜로디컬 하게 변해가기 때문에 호소노만의 전자음악 스타일을 다시 느껴볼 수 있다.






9. eau (Yutaka Hirasaka)

늦은 여름.

아직 땅거미가 가시질 않을 때, 머나먼 놀이터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목소리와 저마다 가야 할 곳으로 바삐 움직이는 수많은 발걸음 속에서 낡은 버스에 지친 몸을 기대어 저물어가는 하늘과 하루를 천천히 베어내며 마지막 숨을 몰아쉰다.






10. Arabesque (Lily Chou-Cho OST)

무더운 여름을 떠나보내기 전, 여름 하면 가장 생각나는 곡이다.

보기만 해도 코가 아릴 듯한 지독한 풀 내음을 커버로 한 이 곡은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OST.

영화도 여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곡도 여름의 정서를 표현했는데, 오르간을 전자음으로 길게 늘어뜨리며 시작하는 이 곡은 더위에 속수무책으로 녹아내리는 정신을 표현한 것만 같다.

전반적으로 흐르는 기분 묘한 전자음이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데 여름의 피어나는 아지랑이와 똑 닮아있다. 기분 나쁠 찝찝함과 숨 막힐 듯한 무거운 공기 속 천천히 가라앉는 정신은 이내 어지럽게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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