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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반 Sep 17. 2023

월간 디깅 #7 - 3월

바야흐로 봄의 시작.

얼었던 것들이 점착 녹으며 연두빛깔의 색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아직은 코끝에 남은 시림에도 무언가는 고개를 든다.

바야흐로 봄의 시작이다.



1. fMythologies: X. L'Accouchement (Thomas Bangalter)

아주 서정적이고 오케스트라와의 협주가 멋지다. 현대에도 이런 클래식한 음악이 나오는 것이 다행이라 여겨질 정도. 더욱 놀라운 점은 작곡가, Thomas Bang alter이다. 이름만 들으면 낯설지라도 사실 그는 유명 DJ 프로듀서 그룹 "Dfte Funk"의 멤버이다.

알고 나면 더욱이 고전음악을 만들었다는 것에 처음으로 놀랍고, 두 번째로 그 솜씨가 상상 이상이라는 것이다. 음악가로서 한 우물만 파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나 재능이 있다면 여러 분야의 곡들도 만들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걸 느낀다. Thomas Bangalter처럼 어떤 분야에서 빛을 보게 될지 모르는 것이니.






2. Close (Telepopmusik

평소 티비를 보지 않지만 그런데도 이거 뭐지? 하고 귀를 기울이게 되는 음악들이 있다.

광고 마케팅의 힘은 이런 걸까? 어릴 적 스쳐 지나가듯 들은 휴대폰 광고에 삽입되었던 음악이다.

이 그룹의 다른 곡을 다 들어보진 않았지만 앨범 커버대로 숲 속의 요정이 생각나게끔 한다.






3. Sóra  (Shanti Snyder)

80~90년대의 일본 애니들을 보면 사운드트랙이 상당히 수준급이다.

나라 경제가 흥하던 때라 아무렇지 않게 대규모의 자본을 들여 오케스트라를 섭외하고 음악 퀄리티를 높일 수 있었겠지만 이를 알고 들어봐도 퀄리티나 짜임새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천공의 에스카플로네는 "dance of curse"라는 음악이 가장 유명해도 이 곡 역시 그에 못지않을 정도로 고급스럽다.






4. 紅唇 (Vanilla Mood)

애니뿐만 아니라 게임에도 퀄리티가 좋은 곡들이 많다.

특히 테일즈위버는 OST가 하나같이 전부 수준 이상이라 웬만한 듣는 이들에게는 이미 소문이 나 있다.

하지만 reminiscence, second run 말고 다른 곡들도 존재하고 있다. 특히 홍련은 동양적인 느낌을 가미한 곡인데, 처음 들었을 땐 게임 삽입곡이 아닌, 사극 드라마 또는 영화의 삽입곡인 줄 알았을 정도다.

봄이 시작되는 만큼,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풍경을 담은 곡이다.






5. Inner Universe (Oria)

공각기동대 하면 1995년 작 공각기동대의 OST가 떠오를 것이다.

일본 전통 음악인 '능악'이 돋보이며 과거와 미래에 공존하는 듯한 음산하고 기묘한 음악은 공각기동대의 시그니처로 남겨졌다.

하지만 공각기동대 팬이라면 후속작과 TV 판 시리즈의 곡들도 놓치지 않을 수가 없다.

2015년에 세상을 떠난 Origa가 부른 Inner Universe 역시, 공각기동대의 메시지를 함축시킨 듯한 가사가 특징이다. 라틴어, 영어, 러시아어를 오가며 Origa 특유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전해지는 감명은 색다르다. Origa의 청아한 목소리를 듣다 보면 양방언이 극찬을 한 까닭을 알 수 있다.


크로스오버 중창단 그룹, 포레스텔라가 이를 커버를 했다.

우선 흔히 익숙하게 들리는 영어권 곡이 아닌 다소 마이너 축에 속하는 곡을 커버할 생각에 박수를 보낸다. 원곡은 작품과 어우러지도록 분위기가 압권이라면 포레스텔라의 커버는 중창단답게 화음과 전달력에 집중한 느낌이다. 






6. April.#07 (KASHIWA Daisuke)

봄이 시작되는 3~4월쯤 한 번은 듣고 가는 곡이다.

일본 작곡가들은 여린 음을 주 멜로디로 한 피아노곡이 매력적인데 이 곡이야말로 그런 장점이 돋보이는 곡이다. 마치 살얼음이 깨지듯 녹아내리는, 시리고도 따뜻한 피아노곡이다.






7. Sound Of Silence (DJ Okawari)

뉴에이지 = DJ Okawari.

하나의 장르 옆에 대등하게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이미 그의 영향력은 입증된 셈이다.

한때 뉴에이지의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도 그만의 감성과 함께 대중적인 멜로디가 먹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테일즈위버와 마찬가지로 유명한 대표곡만 알고 있는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앨범 전 곡을 들어보는 걸 추천한다. 






8. The Grand Dreams (민서)

정식으로 밝힌 바는 아니지만 손담비의 투명 인간의 곡과 똑같다.

"민서"는 윤종신의 "좋니"의 답가, "좋아"를 부른 가수이다. 청아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약간의 허스키함으로 성숙함도 엿볼 수 있다.

특히 하이라이트 부분에 하늘로 쭉 뻗어가는 목소리는 가사[like a pilot 선이 없는 길을 따라 rise up 마음 가는 곳을 따라 fly high]와 아주 어울린다.

이 곡 외에도 "Is Who"라는 곡도 중간에 들려오는 스캣 부분이 상당하다. 기본기가 받쳐주고 음색 역시 오래 듣기 편한 가수이다.






9. The Stalker (Nick Monaco)

마치 히치콕의 현기증처럼 이리저리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다.

뒤를 밟히고 있지만 오히려 즐기는 듯한 느낌으로.

모나리자와 블러드문의 삽입곡으로 전체적인 사운드트랙 선택이 저음 + 신디사이저를 활용한 해롱해롱 한 느낌이 든다. 이런 느낌마저, 주인공의 능력을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10. Snowing (Wayne Gratz)

3월 디깅의 마지막 곡.

April.#07 (KASHIWA Daisuke) 말고도 초봄을 떠올리게끔 하는 곡이자, 지난겨울에 작별을 보내는 곡이기도 하다. 아직은 꽃샘추위가 있기 때문에 봄이 왔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강가에 맺혀있는 시림이 곧 녹아 없어지기 전에 겨울의 그리움을 달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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