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녀의 문장은 여전히 담백했고, 차갑지만 독자의 마음의 변화를 준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나는 특히 남에 대해서 시기하고 질투도하고 비교하는 인간의 속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등장인물들의 내면은 너무 현실적이라 읽는 동안 불편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불편함이 낯설지 않았다. 사실 요즘 나도 비슷한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보며 괜히 비교하게 되고, 가지지 못한 것들에 눈길이 머물고, 그러면서 내 안의 결핍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들. 소설 속 인물들이 품고 있는 못난 마음이 곧 내 이야기 같았다.
'홈 파티'를 읽을 때는 특히 그런 기분이 강했다. 내가 상대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또 그 안에서 얼마나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었는지 떠올리게 됐다. 부러움과 결핍이 교차하는 그 마음이 참 낯설지 않았다.
'숲 속의 작은 집'은 결말이 어느 정도 예상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운이 남았다. 편견이란 게 얼마나 쉽게 사람을 붙잡는지, 또 얼마나 씁쓸한 결과를 남기는지 잘 보여줬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일상에서 누군가를 단편적으로 바라보는 순간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읽고 나서 한동안 생각이 길게 이어졌다.
다만, 예전 김애란 소설에서 느껴지던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묘한 긴장감이나 여백은 이번엔 덜했다. 그래서 조금은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대신 이번 소설집은 훨씬 더 현실의 체감 온도에 가까운 작품집처럼 다가왔다.
그럼에도 '안녕이라 그랬어'는 결국 내게 “주변 사람들을 다시 바라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가까운 사람, 스쳐 지나가는 사람, 그리고 나 자신까지. 누구나 못난 마음 하나쯤은 품고 살아가지만, 그 마음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는 순간이 진짜 ‘안녕’을 건네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이전에 '바깥은 여름'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그 이후로 김애란이라는 이름을 볼 때마다 늘 기대가 된다. 이번 책도 나를 다시 멈춰 서게 만들었고, 그래서 앞으로도 그의 글을 계속 따라 읽게 될 것 같다. 차갑지만 섬세한 문장을 써 내려가는 김애란 작가를, 나는 여전히 응원한다.
《고통이 나를 압박할 때 나는 일부러 집밖으로 나가 수백 년 된 나무들 사이를 걷는다.....
그런 뒤 집으로 들어와 세상에 고통을 해결해 주는 자연 따위는 없음을 깨닫는다.》
《수명이 다한 행성처럼 천천히 멀어지던 둘의 관계가 눈앞에 떠올랐다. 둘 중 누구도 그걸 막지 않았다는 사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