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을 시작하다
지금까지 나는 수많은 무당을 만나왔다. 처음 무당을 만났을 때는 여덟 살 때, 엄마를 따라 무당집에 갔을 때였고, 커서는 대학 부전공 때문에 주기적으로 무당을 만나야 했다. 내 부전공은 민속학이었다. 민속학 수업 중에 ‘무속론’ 수업이 있었는데, 파이널 과제가 무당을 만나 인터뷰하여 책자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때, 인터뷰에 응할 무당을 찾아다닌 기억이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무당을 찾아 나선다는 것이 꽤나 힘든 여정이었다. 지금이라면 무당집에 손님인양 예약을 하고, 점상에 돈을 올려놓고, 사주팔자를 한 번 쫙 본 다음에 인터뷰 요청을 했겠지만 그때는 덜덜 떨면서 무당집 문을 무작정 두드렸다. 그때 나는 스물한 살이었다. 무당은 왠지 귀신과 동급 같았다. 사람 귀신. 잔뜩 주눅 든 목소리로 무당에게 신병, 모시는 신령, 점을 보는 방법, 무당으로 살아가면서 힘든 점과 같은 것들을 물었다. 지금도 한 번씩 그때 만들었던 책자를 펼쳐 보곤 한다. 인터뷰 말미에 내 생각을 열 줄 정도 정리해 놓은 부분을 읽어 보노라면, ‘무식해서 용감했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세월이 흘러 나는 글 쓰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무당이라는 직업은 캐릭터를 만들 때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준비하는 글이 있어서 본격적으로 무당을 인터뷰하게 되었고, 굳이 인터뷰가 아니더라도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무당도 생겼다. 그 만남을 나만 간직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나의 글 속에 그들과의 에피소드를 모두 펼쳐 놓을 수 없어서 하나로 모아 놓기로 했다. 그리고 조금 과격하게 ‘무당쇼핑’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능력 있는 사람을 찾아 쇼핑을 다니듯이, 이를 테면 ‘변호사 쇼핑’처럼, 무당을 만나러 다니는 우리의 행태를 담은 제목일 수 있어 그대로 하기로 했다. 그러니 모쪼록 즐겁고도 오싹한 쇼핑에 동참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