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깨고 난 뒤에도 이름이 기억이 날 정도이니 그 꿈은 내게 꽤나 충격이었나 보다. 꿈속에서 나는 어두운 방 안 침대 위에 혼자 있었고, 그곳은 내 방이었다. 처음 보는 공간이었지만 꿈이란 원래 그렇잖은가. 꿈속에서 그곳은 내 방이었다. 나는 침대에 홀로 누워 핸드폰으로 유튜브 쇼츠를 보고 있었다.
핸드폰 화면 속에 비치는 영상의 배경도 역시 어두운 어딘가. 어둡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암흑같은, 아주 컴컴한 야외로 보이는 어딘가에서 서양인 아이들 네 명이 후레쉬 하나에 의지한 채 놀이를 하고 있었다. 술래로 보이는 소녀의 이름은 스탠리. 다른 두 아이들과, 쇼츠를 찍고 있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아이까지 총 네 명. 내가 보는 화면은 그 카메라맨 아이의 시점이다. 스탠리는 흰색 천으로 된 안대를 쓰고 있고, 그 주변을 다른 아이들이 둘러싸고 있다. 술래인 스탠리가 누굴 쫓아가 잡을지 정하는 과정. 한 명, 한 명, 용의 선상에서 제외되고, 스탠리는 마지막 남은 아이인 카메라맨,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는 나를 향해 뛰어온다...... 안대는 언제 벗은 거야? 눈이 좀 충혈되어 있네. 얼굴의 생김새도 뭔가 좀 이상하다. 나는 무서워 그만 쇼츠를 넘긴다. 다음 쇼츠로.
그런데 넘어간 그 쇼츠에서도 여전히 스탠리는 나를 향해 뛰어오고 있다. 넘겨도, 넘겨도, 넘겨도. 화면은 어느새 내가 손가락으로 슬라이드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넘어가고 있고, 스탠리는 계속해서 나를 향해 죽일 듯이 달려온다.
나는 너무 무서워 핸드폰 화면을 끄고 침대 위에 핸드폰을 엎어버렸다. 그리고 엄마를 불렀다.
엄마. 현실에서 나는 혼자 살고 있지만 꿈속의 그곳은 엄마 아빠와 같이 사는 집, 과거 언젠가의 내 방이었나 보다. 엄마가 왔다. 나 무서워. 무서운 꿈을 꾸었어. 꿈 이야기를 해 줄게.
꿈속의 꿈이었던 건지, 아니면 꿈속의 내가 그렇다고 착각했던 건지. 어쨌건 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그 일을 떠올리고, 입 밖으로 내면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엄마가 날 지켜주겠지.
그런데 엄마는 얼마 안 가 내 말을 끊고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 엄마도 두려워.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그만 이야기하자.
그럼 어떡하지. 엄마도 무섭대. 어떡하지. 나는 잠에 든다. 두려움을 안은 채, 꿈속의 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나는 일어났다. 여전히 꿈속. 아침이 밝아오는 것 같아. 아빠가 출근할 시간이야. 부엌으로 가볼까. 아빠. 나 무서운 꿈을 꿨어. 이제는 아침이고, 또 시간이 좀 지나서 얘기해도 되겠지. 무섭지만, 이야기해 볼게......
아빠는, 허허. 웃는다. 그냥 꿈이었어. 평범한 악몽이었어. 나도 이제 안심이 돼......
어느샌가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다시 어두운 방 안의 침대 위, 홀로. 아, 다시 시작인가. 이야기를 하면 안 됐는데. 당했다. 나는 무언가에 속은 건가. 안심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낸 것이었는데, 이젠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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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모든 꿈에서 깼다. 정말 현실. 새벽 다섯 시 반이네. 어우 무서웠다. 역시 난 어두운 내 방 안 침대 위. 이젠 정말 홀로, 내가 혼자 사는 집. 무서운 꿈이었어. 정말 오랜만에 무서운 꿈이었어......
24.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