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부모님의 이야기

by jane

부모님에게 마저 기대지 못하는 내가 항상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이민을 온 이후로, 어렸던 내가 부모님보다 영어를 아주 조금 더 한다는 이유로, "의사소통"이 필요한 모든 상황에 앞세워졌던 날들이 있었다. 은행, 식당, 병원, 관공서 등등… 낯설고 무거운 공간 앞에 나를 세웠던 부모님. 그때 나는 너무 어렸고, 그때는 그냥 그 상황에 내던져진 것에 그려려니 했던 거 같다. 그리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에게 의지하는 부모님들. 서로가 얼마나 위태로운지.


그리고 이제는, 정말로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문득문득 어렸던 내가 왜 보호자였어야 했냐고, 이제야 따져 묻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 말은 늘 삼키곤 했다. 대신, 전혀 다른 말로 쏘아붙인다. 내가 이만큼 했으니, 이 정도의 모진 말은 받아들이라고. 내 도움 받으면서 자존심까지 부리지 말라고.


얼마 전 일이 하나 있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 터진 후, 엄마가 조심스레 말했다.


"미안하다. 또 너를 앞세워야 해서..."


처음 듣는 말이었다. 순간, 마음이 철렁했다. 내가 엄마로 하여금 이 말을 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그 후로 자꾸 이런 생각이 든다. 어린 딸을 앞세워야 했던 부모님의 심정은 어땠을까?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딸을 앞세워야 하는 그 입장은 또 어떨까?


나는 불안을 겪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같은 상황에서 불안뿐만 아니라 자괴감도 함께 견뎠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 무게. 나는 아직 부모가 되어본 적이 없기에, 그들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은 늘 내 마음 한편에 무거운 미안함으로 남아 있다. 내가 목격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희생과 인내가, 나와 동생을 키우는 데 필요했다는 것을 짐작만 할 뿐이다.. 그래. 부모님의 짐을 내가 조금 나누어졌을 뿐, 결코 그들의 몫을 다 짊어지고 간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나는, 어쩌면 내가 그 무게를 대신 감당했다고 착각하며 살아온 건 아닐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참으로 큰 착각이고, 내 안의 교만이었다.


난 이렇게 글을 쓰지만, 지금도 모른다. 내가 부모가 되면, 그제야 좀 더 알게 될까? 내가 한때 '부모'라는 존재를 보호자처럼 인정하지 않았던 그 시간이, 그들에게는 얼마나 아프고 서운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