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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닛타임즈 Feb 09. 2022

나는 아티스트, 업사이클링 할 뿐이죠

자신만의 철학과 예술로 더 나은 지구를 그리는 ‘Chi qc’

Chi qc 창립자 Chi  ©360chii


“Chi qc 옷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있어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은 부차적인 가치일 뿐, 우선순위라 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업사이클리스트 보다는 아티스트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키퍼스마켓 오픈을 준비하며 인연을 맺게 된 Chi. 협업을 위한 메일을 주고받고 영상 미팅을 할 때부터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풍겼다. 즉석 인터뷰를 요청하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본인을 ‘아티스트’라고 소개한, 천사들의 도시 LA에서 디자인·영상·음악 등 창작 세계를 아우르며 유일무이한 브랜드를 구축해 나가는 Chi를 소개한다. 

기자 전혜연


Q.본인 소개와 브랜드 소개 부탁합니다.

반가워요! 제 이름은 Chi입니다. 환경친화적 디자인 회사인 Chi qc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키퍼스마켓을 통해 한국에 제 작품들을 처음으로 소개하고 인터뷰까지 하게 되어 기쁩니다. 저는 LA에서 활동하고 있고 의류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한 원단을 가지고 단 하나뿐인 옷을 만드는 아티스트입니다. 물론 뛰어난 디자인을 구사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각각의 옷이 내포하는 이야기에 더 중점을 두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Q. ‘Chi qc’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LA로 이사 온 후에 친구 Souren을 통해 업사이클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이미 중고 청바지나 트레이닝복을 이용한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었고 저에게 여러가지 토트백, 크롭탑 디자인을 보여줬는데 그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영감을 받아 제 손에서 처음 탄생한 업사이클링 옷이 파자마 세트였습니다. 원단은 지역 중고 의류 샵에서 발견한 오렌지 셔츠 2개가 다였는데 그 이후에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업사이클링을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배움의 과정에서 매립지에 버려지는 많은 쓰레기들과 재고 원단 그리고 저임금 노동 현장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자 했고 새로운 신념을 바탕으로 윤리적이고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Q. Chi qc를 세 단어로 표현한다면?

진실, 대화, 독창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신념을 바탕으로 한 작업이기 때문에 신의 언어이자 모든 것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진실’을 첫 번째 키워드로 꼽고 싶습니다. 두 번째는 ‘대화’입니다. 제 컬렉션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신의 참된 본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창성’이라 표현하고 싶습니다. 창의적인 디자인이라면 단순한 후드티도 완전히 새것처럼 다가옵니다. 다만 패션센스를 뽐내는 것도 재밌는 과정이지만 제가 조금 더 집중하고 싶은 요소는 제 작품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가치를 더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새 컬렉션이 나올 때 짧은 영상도 함께 만드는데 이 작업에 꽤 공을 들이는 편입니다. 작년에 "Born Again"컬렉션을 만들 때에는 세공에 조금 더 신경을 썼다면 이번 컬렉션 “Love of God”에서는 디자인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전달하는 영상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Q. 디자인 작업을 하며 겪는 어려움은 없었나요?

제가 하고 있는 디자인이나 영상작업, Chi qc라는 브랜드는 단지 제 인생이라는 나무에 맺힌 열매들입니다. 나무의 뿌리는 어떤 절대자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하며 저는 그저 이끌리는 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 합니다. 그래서 창작 과정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습니다. 평소에 옷이라는 창작물을 매개로 저의 이야기와 신념을 담아내어 개인적 경험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Chi qc는 제가 힘든 시기를 보낼 때 많은 기도를 통해 얻게 된 인생의 방향이자 결과물입니다. 그 결과물이 우연한 계기로 지구와 인간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된 것뿐입니다. 이번에 선보인 "Love of God" 컬렉션 또한 ‘애정’이라는 단어를 거룩한 시각에서 전달하고 있습니다. 뒤에서 봤을 때 누군가 포옹하는 듯한 디자인으로 재미 요소도 살렸습니다. 


Love of God 컬렉션  ©chi.qc

 

Q. Chi qc 브랜드 로고에 한글로 쓰인 ‘애정’이라는 단어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Chi qc 오리지널 로고인 해파리 모양에 덧붙여 제 작품들에 담긴 애정을 표현한 단어입니다. 제 디자인 스타일은 톡톡 튀고 천방지축인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 해파리를 떠올리게 됐고 현재는 각진 하트 모양도 같은 의미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외가쪽이 한국계이기 때문에 항상 한국이 제 정체성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제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2017년 'Chi qc'를 시작할 당시에 업사이클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어느정도였나요? 브랜드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나요? 

LA에서는 빈티지를 활용한 창작이 흔한 편입니다. 그래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습니다. 물론 새로운 시도에 대해 사람들이 익숙해지는 기간이 필요하긴 합니다. 제 컬렉션을 통해 사람들에게 새로운 스타일의 업사이클링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기쁩니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얼마나 혁신적인지 이로운지를 떠나서 뛰어난 디자인과 만듦새가 성공의 반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테슬라의 경우에도 단순 ‘전기차’를 팔기 때문에 주목받은 게 아니라 지금 우리가 가진 선택지 중 외형이나 기술 측면에서 상위권에 속하기 때문에 지금의 명성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전기차라는 속성은 부차적인 요소입니다. 저는 제 옷이 단순히 ‘지속가능성’ 때문에 팔리는 건 기대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우선 상품 자체에 감명을 받아야 하고 지구를 위한 나은 선택이라는 개념은 보너스가 되어야 합니다. 디자인을 강조한 접근법으로 ‘그린패션’ 산업이 빛을 발할거라 믿습니다. 


Chi qc 모델 및 촬영팀  ©chi.qc



Q. Chi qc가 꿈꾸는 지구의 모습은?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저는 사람들이 서로를 더 챙기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시간과 애정을 쏟는 날이 오길 고대합니다. 특히나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는 요즘 가장 필요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초부터 존재해 온 우리의 이기심이 현재의 많은 사회 문제들을 야기했기 때문에 저부터 변화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배송에 플라스틱을 배제하고 유기농 면화로 된 실로 수작업을 하며 지역 사람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주면서 협업하고 있습니다. 나부터 실천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야 장족의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Q. Chi qc를 운영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고객이 있었나요?

2020년 초에 처음으로 LA 시내에서 팝업쇼를 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전까지는 제 컬렉션을 직접 선보일 기회가 없었는데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으면서 이 세상이 제가 만든 옷과 그 옷들의 생산 방식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알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이루고자 했던 목표들이 펼쳐지는 모습을 보면 굉장함을 느끼면서도 약간의 두려움이 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걸 받으며 살아가는 것 같아서 항상 감사함을 느낍니다. 


Q. 이번에 선보인 “Love of God” 컬렉션 이후에 특별한 계획이 있나요?

우선 이번 컬렉션은 성공적으로 마친 후 올해 공개할 영상들과 새로운 디자인들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빈티지 청바지를 활용해 에코백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그리고 난생 처음으로 시각시(視覺詩, 조형적 이미지를 통해 이해하는 시의 형식)를 결합한 영상을 만들 계획입니다. 그리고 조금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업사이클링 옷 제작을 위한 여러가지 기술과 공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물론 옷 자체의 퀄리티도 잃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아마도 내년 즈음이면 Chi qc가 성장할 기회가 더 많아지리라 생각하는데 그 과정에서 저의 원래 의도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려고 합니다. 




* 본 시리즈는 Chi qc로부터 제공받거나 사용 허가를 받은 자료에 기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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