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분해 봉지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서다
생분해 봉지를 만져보면 일반 비닐봉지와과 다르다. 우리가 잘 아는 비닐봉지는 미끌미끌하고 부드럽다. 반면 생분해 봉지는 종이처럼 구겨지고, 겉면이 매끈하지 않아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다. 실제로 비닐봉지보다 내구성이 떨어져 잘 찢어진다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 사회가 생분해 플라스틱 도입 초기, 즉 과도기이기 때문에 계속 연구하고 개발하며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럴 수도 있다. 편리하게 사용하던 플라스틱이 지구를 망치고 점점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자 그 대안으로 바이오 플라스틱이 등장했다.일반 사람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조금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해 생분해를 소비하는 것이 '환경'을 위하는 길이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환경을 생각해서 도입한 생분해 플라스틱이 분해가 되지 않고, 일반 쓰레기나 플라스틱과 같이 버려진다면 그것만큼 분개할 일이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생분해 플라스틱 개발 이유였던 ‘생분해’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다. 국내 언론사들은 너도나도 생분해 플라스틱을 흙에 묻고 실제로 썩는지 실험을 하기도 하고,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와 칼럼을 내보내고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정말 생분해가 안되는 걸까? 민간에서 진행되는 생분해 실험이 무조건 진실이라고 볼 수 있을까? 생분해 플라스틱 시시비비를 가려보자.
*플래닛타임즈도 ‘생분해 플라스틱 실험’을 진행했다. 지난 2021년 6월부터 시작해 2022년 2월까지 약 8개월 간 흙 속에 묻었던 생분해 플라스틱을 꺼내봤다. 결과는 뻔하다. 아직, 아무것도 썩지 않았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바이오 플라스틱 중 100% 생물자원을 이용해 만든 플라스틱이다. 땅에 묻으면 플라스틱이 썩어서 6개월 안에 90% 이상이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렇다고 그냥 땅에 묻으면 플라스틱이 썩는다는 말이 아니다.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만 생분해가 진행된다.
‘일정한 조건’에 주목해야 한다. 생분해 플라스틱이 생분해 되기 위한 조건은 크게 3가지다.
"ⓐ58도 이상 유지, ⓑ수분도 70% 유지, ⓐ+ⓑ 상태로 6개월"
이 기준은 생분해 인증을 받기 위한 조건이다. 어디까지나 인증을 위한 조건이지 지금 PLA 일회용 컵을 산골짜기 땅속에 심는다고 해서 무조건 분해가 된다는 뜻이 아니다. 생분해 플라스틱 인증 제도 기준은 국가마다 다르다. 물질 기준도 분해 진행 속도도 분해 퍼센트도 다르다.
조금 더 현명하게 생각해야 한다. 무조건 “생분해가 안되니까 거짓말이야”라가 아니라, 본질을 들여다 보자는 얘기다. 생분해라는 기준이 정확하게 무엇이고, 일반 자연 환경에서 완전한 생분해까지 어느정도의 시간이 걸리는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물론, ‘생분해’라는 수식어를 악용해 소비자들을 부추기는 기업들도 있다. 친환경이 아님에도 친환경인 것처럼 꾸며서 소비를 부추기는 행태를 그린워싱이라 부른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핵심은 ‘미생물 분해’다. 결국 미생물의 활동이 활발해야만 생분해가 진행된다는 뜻이다. 생분해 플라스틱 분해 문제 해결을 위해 개발 중인 분야 역시 미생물 활성화다. 생분해 기준이 58도인 이유가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생분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 활성화 온도가 58도 이기 때문이다.
6개월에서 1년 안에 생분해 플라스틱이 썩지 않지만, 인증 제도에 현저히 못 미치는 10년이면 완전한 생분해가 진행될 거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 10년 뒤에 생분해 플라스틱이 썩는지에 대해 확실한 과학적 근거는 찾지 못했다.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 처리 지침을 살펴보면 일반 쓰레기와 함께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종량제에 담아 버리는 생활쓰레기와 함께 버리면 생분해 플라스틱을 사용하는의미가 있을까? 실제로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이 한겨레를 통해 언급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폐기물 관리체계 내에서 처리되는 제품들은 주로 재활용하거나 소각하기 때문에 생분해 여부는 큰 의미가 없다. 순환 가능성과 소각 시 온실 가스 배출 최소화가 더 중요하다. 특성에 맞는 처리 방식 없이 무조건 홍보만 하면 그린워싱이 될 우려가 있다.”
우리 사회 깊숙한 곳까지 생분해 플라스틱을 활용한 제품이 스며들어 있다. 편의점부터 대형마트, 패션 브랜드, 음식점까지 생분해 봉투, PLA 일회용 용기 사용이 보편화 됐다. 큰 기업에서 친환경을 운운하며 생분해 봉투를 도입하기 시작하니 중소 브랜드들 역시 ‘당연히 친환경이겠거니’ 생각하진 않았을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생분해 플라스틱이 자연에서 분해된다는 이유로 버려지고 이는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희석 시켜 또 다른 쓰레기의 축적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있다.”
ㅡ『플라스틱 이슈리포트』 중
1회 <플라스틱의 대안, 바이오 플라스틱 등장>에서 언급한 것처럼 바이오 플라스틱의 종류는 다양하다. 바이오, 화석연료 중 무엇을 기반으로 제작했는지, 그 제품이 생분해가 되는지, 안되는지에 따라 또 나뉜다.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의 경우 우리가 알고 있는 개념과 달리 썩지 않는다. 사탕수수와 옥수수, 나무, 볏짚 등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한 성분과 석유를 기반으로 한 성분을 중합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친환경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을 생산할 때 석유계 플라스틱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 비해 현저히 적어서다.
단순히 생각하면 바이오 플라스틱은 자연친화적인 것 같다. 그런데 많은 환경운동가와 환경단체들(이하 통틀어 환경가로 지칭)이 바이오 플라스틱을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봤다. 썩는 플라스틱이 어떻게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걸까?
우선 환경가들이 주장하는 의견을 먼저 정리해보자. “유전자 변형 작물(이하 GMO) 생산, 결국 생태계 파괴” “식량난 초래” 등이 있다. PLA 같은 일부 바이오 플라스틱은 유전자 변형 옥수수로 만든다. 어떤 사람들은 이 상황을 빗대 옥수수 농장에서 플라스틱을 채취한다고 표현한다. GMO 자체로도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환경을 파괴한다는 문제점이 있는데, 이 GMO로 친환경 생분해 플라스틱을 만든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이대로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이 석유계 플라스틱을 완전히 대체하게 된다면, 식량난이라는 인류 종말을 부르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2020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8년보다 800만 톤 증가한 3억 6,700만 톤에 달했다. 이렇게 많은 플라스틱을 대체하기 위해 더 많은 농지를 사용하게 되면 식량 생산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농지 면적이 줄고, 식량이 부족해지고, 결국 식량 가격이 상승해 인류의 목을 죄어올 게 뻔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볏짚, 왕겨, 옥수숫대 등 농업 폐기물을 재료로 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시중에 나온 PLA를 다시 재활용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바이오 플라스틱을 친환경이라 부르기에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에 있던 무언가를 희생시켜야 한다. 어쩔 수 없는 논리다.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했지만, 바이오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식물성 작물을 키우기 위한 농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가 남았다. 지구의 면적은 한정적이고 인류가 먹고 살기 위해 필요한 식량의 양은 정해져 있다. 또, 바이오 플라스틱을 생분해 시키기 위한 공간 마련과 환경 조성 등 또 다른 공간의 필요성까지 생각한다면 결코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확실하고 명쾌한 해결책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쓰지 않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이미 우리는 모든 환경 문제의 해결책이 ‘소비하지 않는 것’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이 선택지는 한없이 잔인하게만 느껴진다. 소비하지 않는 건 결국 어떤 경제적 수단도, 원활한 시장경제도 기대할 수 없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그게 바이오 플라스틱 문제 해결이 될수도 있고, 바이오 플라스틱의 또다른 대안을 찾는 일이 될수도 있다. 길면 반 세기, 짧으면 십 년 안에 인류는 역사의 심판대에서 어떤 판결을 받게 될까?
환경 문제를 둘러싼 해결방법에는 정답이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참고 자료
1. 『플라스틱 이슈리포트』 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