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영도 친환경 여행

탄소발자국은 줄이고, 내 발자국은 꾸욱 생기는 부산영도여행

by 플래닛타임즈

헌것을 부시고 새것을 짓는 것이 아닌, 오래되고 버려진 것을 쓸고 닦아 숨을 불어넣은 도시. 영도.

도시 곳곳의 자원은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자연에 위해를 덜 가하는 도시재생으로 영도가 단장을 했다. 도시 곳곳에 자전거 바퀴와 발자국을 꾸욱 새기는 친환경 여행으로 영도를 둘러본다.

고승희 기자



영도를 남포동으로 잇는 부산 최초의 다리 영도대교
애플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파친코>에는 주인공 선자의 고향 부산 영도가 나온다. 선자는 도선장(나룻배가 닿고 떠나는 일정한 곳)에서 나룻배를 타고 육지로 건너가 장을 본다. 영도대교(영도다리)가 준공되기 전 이야기다. 부산 영도는 바다로 둘러싸인 단일 섬이다. 지금은 영도대교, 부산대교, 남항대교가 있어 육지를 쉽게 오가지만 영도대교(영도다리)가 생기기 전에는 도선장에서 배를 타고 이동했었다.


2022042938176904.jpg 영도다리는 1966년 다리를 들어 올리는 기능을 중단했다. 이후 보수·복원 공사를 마치고 47년 만인 2013년 11월에 정식 개통됐다. © 한국관광공사



영도대교는 일제강점기인 1934년에 준공됐다. 국내 최초의 연륙교이자, 도개교로 일제가 대륙 침략을 위한 보급과 수송로 역할을 하기 위해 지어졌다. 하루 일곱 차례 다리를 들어 선박을 보내는 장관을 연출했던 부산 최고의 명물로, 한국전쟁 때는 이북에서 온 피난민들이 영도대교를 건너 영도에 정착했다.


깡.깡.깡. 필 마이 리듬, 깡깡이예술마을

영도다리를 건너 영도에 발을 딛으면 자전거 대여소가 나온다. 이 자전거 대여소에서는 버려지거나 고장난 자전거를 수거해 고쳐 놓은 공공 자전거를 빌려준다. 자전거 타기가 익숙하지 않다면 자전거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친환경 자전거로 3분을 달리면 깡깡이예술마을이 나온다. 골목이 많은 대평동, 골목길 곳곳을 나서면 지천에 거대한 배들이 정박해 있는 특별한 풍경을 볼 수 있다. 한때 영도가 세상에 못 고치는 배가 없다는 전설적인 조선 수리의 메카였기 때문이다.



202204290119465.png 친환경 자전거는 부바커 웹사이트에서 예약해 이용할 수 있다. © 부바커


2022042855491829.jpg 공업사에 알록달록한 그림을 그려 생기를 불어넣은 깡깡이예술마을 © 한국관광공사



일본은 조선을 강점하면서 부산항을 대대적으로 팽창했다. 초량 왜관 같은 일본인 거주 지역과 해운업체가 그 일대를 차지하면서 부산항은 점점 협소해지기 시작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바로 영도였다.

1887년 일본인 조선업체인 다나까조선이 대평동에 한국 최초 근대식 목선 조선소를 세운 것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조선소가 들어왔다. 1972년에 1만 8,000톤급 선박을 건조했고, 1980년에는 국산 엔진을 제작 수출해 영도는 부산에서 두 번째로 세금을 많이 내는 부유한 도시로 성장했다.



2022042856284095.jpg 주민 모임 공간인 대평마을다방과 공동체 활동에 쓰이는 부엌, 마을 박물관 등이 있는 깡깡이생활문화센터 © 한국관광공사



하지만 시간이 흘러 해양강국 전략을 내세우는 나라들이 등장하면서 영도는 쇠퇴기를 맞이했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빈집이 늘어섰고, 도시 공동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자 대평동에는 2015년에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수리 조선의 메카, 영도라는 특수성에 수준급 작품들을 채우면서 깡깡이예술마을이 생겨난 것이다.

‘깡깡이’란 말은 수리 조선소에서 배 표면에 녹이 슨 페인트나 따개비를 쇠망치로 두드려 벗겨낼 때 나는 소리를 말한다. 나무 족장에 앉아 고된 작업을 하던 이들은 어머니였고, ‘깡깡이 아지매’로 불렸다.


2022042850116443.jpg 세계 곳곳에 인상적인 초상화를 그려 넣는 작가 헨드릭 카이키르히의 작품 <우리 모두의 어머니> © 한국관광공사



대동대교 맨션에는 세계적인 독일 작가 헨드릭 바이키르히가 그린 벽화 <우리 모두의 어머니>라는 작품이 있다. 이 벽화의 주인공이 바로 깡깡이 아지매다. 그들은 자식에게만큼은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난청과 이명을 이겨낸 철의 여인이었고, 헨드릭 바이키르히에게 영감이 됐다. 작가 김태희의 조형물 <바람과 시간>, 가수 최백호의 노래 <1950 대평동>이 나오는 전화 부스 등 자전거를 타고 깡깡이예술마을 곳곳을 돌아본다. 깡.깡.깡. 파도가 저 멀리서 이명을 실어 나르는 듯하다.


부산 앞바다를 마당으로 영도 문화 향기, 흰여울문화마을

좀 더 너른 바다 풍경을 보기 위해 깡깡이예술마을에서 나와 절영해안산책로로 향한다. 절영해안산책로에는 자전거가 들어갈 수 없다. 자전거에서 내려 타박타박 걸으면서 해안가 풍경을 감상할 예정이다. 지금부터 뚜벅이 여행자다.


2022042910469395.jpg 부산 영선동, 태종대 입구에 위치한 절영해안산책로. 중리항, 감지해변길을 지나 태종대로 이어지는 3km 길이의 해안길이다 © 한국관광공사



절영해안산책로의 가파른 담벼락 위에는 무정형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산비탈 아래로 미로처럼 이어진 샛길은 과거 영도다리에서 태종대로 가는 유일한 길이자, 피난민들의 앞마당이었던 흰여울길. 흰여울길은 봉래산 기슭에서 굽이쳐 내리는 물줄기가 마치 흰 눈이 내린 모습과 비슷하다 해서 지어졌다. 2011년 12월에 낡은 집들을 리모델링하면서 현재는 마을주민과 함께하는 문화마을공동체 흰여울문화마을이 됐다.

2022042800222854.jpg 바다가 보이는 흰여울문화마을 골목 © 한국관광공사



14개의 골목길이 이어진 흰여울문화마을에는 카페, 공방, 독립서점 등이 자리해 있다. 골목마다 들어오는 바다 풍경을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면 카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공방에서 창작활동을 하거나 독립서점에서 개성 있는 책들을 만나 보는 것을 추천한다. 부산항에 들어오는 선박들이 닻을 내리고 잠시 머무는 부산 앞바다. 흰여울문화마을에서 여행자들도 잠시 닻을 내리고 휴식을 취해본다.



2022042916225876.jpg 흰여울문화마을 골목길에서 만난 고양이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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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여울문화마을 골목길에 있는 카페 신기여울. 좀 더 너른 부산앞바다의 풍경을 볼 수 있다 © 신기여울



*부산 영도는 작년 4월에 부산시에서 최초로 플라스틱제로 영도 사업을 시행하며 그 일환으로 올해 3월부터 플라스틱 제로 영도 친환경 카페를 조성하고 있다. 흰여울문화마을에 있는 신기여울, Kunst 204, 에테르 등 카페에서는 텀블러 등 개인컵을 지참하면 음료를 할인해준다.


탄소발자국 줄이는 비건으로 마침표

여행에서 음식은 빠질 수 없다. 이번 친환경 영도 여행의 한상 차림은 채식이다. 절영해안산책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8분 거리에 비건 레스토랑 아르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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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파스타(왼)와 비건 버거(오) © 아르프



아르프는 다양한 채소를 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시그니처 요리는 고사리 파스타. 지리산 고사리로 만든 페스토에 팽이버섯 튀김, 연근칩, 처빌을 조합한 오일 파스타로 다양한 채소의 향과 식감을 입혀 감칠맛을 냈다. 숯으로 색을 낸 번에 식물성 패티, 코코넛 오일로 만든 체다치즈, 양파잼을 조합한 아르프 비건버거는 어니언링과 함께 제공된다.


*아르프의 콘셉트는 비건 요리에 로컬재료로 만든 쌀술을 함께 즐기는 것이다. 식사와 함께 술을 즐길 예정이라면 자전거는 반납하도록 하자.


오래되고 낡은 쇠퇴한 조선 공업 도시에 활기를 더한 것은 예술과 문화 그리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다. 기존의 자원을 잘 활용하고 도시에 새로운 이야기를 더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는 영도. 지속가능한 도시로 발돋움한 영도에서 친환경 의미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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