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거리를 챙겨주는 남자와 삽니다>

- 내 밥거리, 먹거리를 챙겨주고 출근하는 남편과 삽니다.

by 김현정

도마에서 일정하게 들려오는 소리, 남편이 여러 가지 식재료들을 썰어서 도시락통에 담고 있다.

당근, 오이, 양파, 대파, 애호박 등 남편이 각 재료의 특성에 따라 보기 좋게 썰어서 도시락통에 담아 놓으면 나는 언제나 편하게 냉장고에서 꺼내어 바로 요리를 할 수가 있다. 1주일에 1~2번씩 꽃등심을 사다 놓는다.


나는 발목과 무릎 관절염이 있어서 항상 조심해서 생활해야 한다. 내 몸에 부담되는 무게를 들면 발목과 무릎에 바로 통증이 생기고 한 두 달씩 한의원에 다니며 침을 맞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일상생활의 리듬이 깨진다. 우선 남편은 나의 족욕을 위해서 세숫대야에 뜨겁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정도의 물온도를 맞추어서 거실의 소파에 앉아 있는 나에게 가져온다. 그리고 물의 온도가 식어질 때쯤이면 가스레인지에 물을 끓여서 뜨거운 물을 더 넣어 내가 족욕을 15분~20분 정도 할 수 있게 옆에서 시중을 들어야 한다.

또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산책, 맛집, 여행, 쇼핑 등 할 수 있는 일들을 못하게 된다. 그래서 나와 남편은 나의 관절이 도지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다행히 3월부터 시작한 댄스 덕분에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관절의 건강이 좋아져서 하고 싶은 일들을 잘 해내고 있다.

무릎슬개골염증을 앓은 후부터 지병처럼 되었다. 한의사 선생님은 타고날 때부터 관절이 약하게 태어났다, 고 하셨다.


전기압력밥솥 통도 무겁다, 나에게는.

남편이 밥을 잘 안친다. 나보다 물을 더 잘 맞춘다. 나는 눈도장으로 하는데, 남편은 손을 넣어서 손등까지 맞춘다. 내게 맞는 가벼운 통을 찾아서 구입한 일반전기밥솥은 밥이 맛없어서 쓰지 않고 있다. 남편이 주로 밥을 안치다 보니 내가 하는 눈도장 확률은 실패가 더 많다. 남편은 부엌에서 하는 일들을 성실하게 잘 수행한다. 남편의 사랑법인 것 같다. 아무리 부부싸움 중에 있어도 아무리 부부갈등 중에 있어도 설거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요즘은 때에 맞추어 식사를 하지 못하고 다니는 나에 대해 걱정이 많았나 보다. 꽃등심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야채들을 모양 좋게 썰어서 도시락 통에 넣어 놓고는 그 도시락 통에 담긴 야채들을 훑어보면서 흐뭇해한다.

"잘 챙겨 먹어요."

"글 쓰려면 힘이 있어야지."


밥을 먹지 않고 남편이 준비해 준 꽃등심과 야채들을 구워서 천천히 먹으면서 글을 쓰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어회화 공부를 한다. (잘 외워지지 않는다. 이상하게 나는 노랫말, 영어 회화 문장 암기력이 많이 부족하다.)

요즘 남편 덕에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늦은 밤까지 야근을 하고 온 남편이 파김치가 되어서 소파에 털썩 몸을 던진다.

"뭐, 먹을 것 없어? 배고프다."

남편이 준비해 놓은 꽃등심과 야채들을 얼른 구워서 연푸른 빛 도자기 접시에 구운 소고기를 아래에 놓고 그 위에 야채들을 예쁘게 플레이팅 하니 보기가 좋은지 남편이 사진을 찍는다. 남편이 미리 재료를 준비해 놓으니 식사준비하는 시간이 짧아져서 편하다.




#밥거리 #먹거리 #남편 #사랑 #표현 #식재료 #관절염 #소고기 #꽃등심 #사랑법 #도시락통 #편하다



이전 08화<못 나는 게 뭐야!>